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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보다 물가가 더 급하다'… 한은 ‘인플레와 전쟁’

입력 : 2022-05-27 06:00:00 수정 : 2022-05-26 23: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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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두달연속 금리 인상

기준금리 0.25%P 올려 1.75%
2022년 물가상승률 4.5% 우려
성장률전망은 2.7%로 낮춰
“물가에 중점 통화정책 운용”
2022년 말까지 추가 인상 불가피

0.25%P 오를 때마다 이자 16만원↑
다섯 차례 인상으로 총 1.25%P 상승
전체 이자부담 증가액 17조원 육박
2022년 내 2.25%∼2.50% 예측에 긴장감
이창용 총재 “취약층 정책대응 필요”

한은 물가전망 이어 유가 고공행진
냉동 명태 비축분 500t 방출 조치
식료품·외식 등 생계비 안정 총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50%→1.75%) 인상했다. 지난달(0.25%포인트 인상)에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으로, 성장보다는 물가가 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지난 2월(3.0%)보다 0.3%포인트 떨어진 2.7%로 제시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는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보다 최근 급등하는 물가에 대한 대응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상향 제시했다. 지난 2월 발표한 3.1%보다 무려 1.4%포인트 올라간 셈이다. 4.5% 전망치는 2008년 7월(연 4.8% 전망) 이후 13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현실화할 경우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가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최근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4.1%에 이어 4월 4.8%로 급등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5%대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들어 3.3%를 기록, 2012년 10월(3.3%) 이후 9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물가와 관련해 심상찮은 기록들이 쏟아지면서 2007년 7∼8월 이후 14년9개월 만에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 만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빅스텝으로 이달 초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5%포인트로 좁혀졌다가 이날 다시 0.75%포인트가 됐다. 한은은 중국의 봉쇄 상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를 산정하는 데 있어 에너지(유가)와 곡물(밀)의 비중이 큰데, 국제 유가는 향후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 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이 당장 이달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 뒤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2.0% 정도로 예상했던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2.25∼2.50%로 높여 잡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 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9개월간 1인당 이자부담 80만원 늘어… 영끌·빚투족 비명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 뒀던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 전원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1.50%→1.75%)한 것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문제는 향후 어떤 속도로 어느 수준까지 오르느냐다. 현시점에서는 기준금리가 올해 말 2.25∼2.5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지만,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중국의 봉쇄 상황 및 국내 소비 회복세 등 각종 대내외 변수를 주시하는 당국의 시선도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높아 실질 이자율은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임은 분명하다”며 “저희(중앙은행)의 우선적인 일은 일단 중립금리 수준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의 속도와 시기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지만,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수긍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나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인 금리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2.25∼2.50% 수준으로 추정된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돼지고기 항정살 1인분의 양과 가격이 수정돼 있다.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최근 연이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거치며 올해 말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2.0%에서 2.25∼2.50%로 높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과 비교해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은 당분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4.1%에서 지난달 4.8%로 올라간 데 이어 이달에는 5%를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5∼7월은 5%를 넘는 물가상승률 가능성이 확정시되는 데다 6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금리 인상), 7월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등을 반영해 향후 기준금리 인상 추이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최근 2년간 35%에서 25%로 줄어든 점과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증가 등의 상황을 제시하며 “유심히 관찰은 하겠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곧 시중금리 인상 등 시장에 연쇄효과를 초래한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같은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3조3404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 우려로 2020년 0.5%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대한 전체 이자 부담 증가는 16조9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9개월간 기준금리가 1.25%포인트 인상되면서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80만5000원 정도로 추산된다.

 

기준금리가 올해 말 2%를 넘어서게 되면 다중채무자와 2030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및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6%대를 넘어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올해 말 약 13년 만에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리스크 대응반을 구성하고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바라본 은평구와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잠시 회복세를 보인 부동산시장은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은 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3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6.5%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회복세의 큰 특징은 대기업·신산업과 영세중소기업·전통산업 간 양극화”라며 “금리가 올라가면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금리를 연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앞으로 기업 수익성 전반이 좋아지는 등 경쟁력이 회복된다면 한·미 금리 차이 부분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물가 부분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힘들기 때문에 그 문제부터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휘발유·경유 2000원 첫 동반 돌파 2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1.01원을, 경유 판매가격은 2003.56원을 기록해 휘발유와 경유 모두 2000원 선을 넘겼다. 남정탁 기자

◆5%대 금융위기급 물가난 경고등

 

정부는 다음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를 수도 있다며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물가 부담을 일부라도 낮추고자 정부는 다음주 초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물가 안정을 위한 부처별 추진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농축수산물과 에너지, 통신 등 분야별 물가 안정 과제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방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일부에서는 다음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수준을 넘어서 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민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경제팀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8% 올라 2008년 10월(4.8%)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는데,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 가면서 민생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2.42원 오른 리터당 2001.01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0.88원 오른 리터당 2003.56원을 나타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방 차관은 식료품·외식 등 민생과 밀접한 생활물가 안정과 주거·교육비 등 생계비 경감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과제들을 중심으로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부처 간 협의를 신속히 마무리 짓고 다음주 초에는 발표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체감도 높은 민생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방 차관은 “원자재와 국제 곡물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주요 곡물 자급기반 구축 등 식량안보 강화 노력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물 가격 안정화 방안으로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정부 비축 명태 최대 500t을 방출한다고 밝혔다.


김준영·유지혜·박현준·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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