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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 살해’ 형제, 장기 12년형·집유… “교화 개선 여지 보여”

입력 : 2022-01-21 06:00:00 수정 : 2022-01-20 19: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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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범행 인정… 잘못도 자각
어떤 모습으로 살지 고민을” 책 건네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를 받는 10대 형제. 지난해 사건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A군(왼쪽)과 동생 B군. 뉴스1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김정일 부장판사는 20일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글썽이며 법정에 앉아 있는 10대 형제에게 책 두 권을 건네며 말했다. 잔소리를 심하게 한다는 이유로 10년 가까이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흉기로 잔혹하게 찔러 숨지게 하고 친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 한 10대 손자에게 1심에서 중형을 선고한 뒤다. 김 판사가 이들 형제에게 선물한 책은 고(故)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이다. 자전거 도둑은 박 작가가 쓴 6개 단편을 모은 소설로, 자전거 도둑은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어른들 속에서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형 A(19)군에게는 “편지도 함께 넣어 뒀으니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했다.

이날 김 판사는 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형 A군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또 A군의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 방조)로 구속기소된 동생 B(17)군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폭력 및 정신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군에게 무기징역을, B군에게는 장기 12년, 단기 6년 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친할머니)가 비록 잔소리를 했지만 비가 오면 장애가 있는 몸임에도 우산을 들고 피고인을 데리러 가거나 피고인의 음식을 사기 위해 밤늦게 편의점에 간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무겁다”며 두 형제를 꾸짖었다. 이어 김 판사는 ‘우발적 범행’인 점과 ‘교화 가능성’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평소 부정적 정서에 억눌리던 중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정서 표출 양상을 보였다는 심리분석 결과를 보면 우발적 범행의 성격이 더 크다"고 밝혔다. 또 “범행을 인정하며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고 동생은 잘못이 없다고 일관되게 말하는 점 등을 보면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고 있고 충분히 교화개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8월 30일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 집에서 친할머니가 꾸중하거나 잔소리를 하는 것에 화가 나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생 B군은 A군이 범행을 저지를 때 할머니의 비명이 밖에 들리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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