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윤핵관’이 날 모욕했다”는 이준석 “나도 노력했다”는 윤석열

, 대선

입력 : 2021-12-03 06:00:00 수정 : 2021-12-05 16:30: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파국 치닫는 野선대위 관련 갈등

이준석 잠행 셋째날 제주도 방문
기자들 만나 “당무 거부 아니다”
‘윤핵관’ 작심 비판, 조치 요구도
李측 “당분간 상경할 계획 없다”

尹 서울서 빽빽한 공식일정 소화
“저도 노력해 왔다” 선대위 취소
당 원로들과 오찬서도 이견 대립
국힘 자중지란 한동안 이어질 듯
2일 오후 당무를 중단하고 잠행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자당 이준석 대표의 ‘당무 보이콧’이 사흘째 이어진 2일, 빽빽한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측근들과 전국 곳곳을 순회 중인 이 대표는 전날 부산과 전남 여수·순천에 이어 이날 제주를 찾았다. 이번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두 사람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 안팎의 자중지란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여수에서 배편으로 제주로 향했다. 그는 오전에 한 식당에서 4·3유족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이 대표의 잠적을 놓고 선대위 인선이나 ‘당대표 패싱’ 논란 등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이 대표는 오후에 제주 4·3평화공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격앙된 어조로 “(윤 후보의) ‘핵심 관계자’ 발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향해서는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를 후보도 누군지 알 것”이라며 “모른다면 계속 가고, 안다면 인사 조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연직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는 자청해서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번 잠행이 당무 거부라는 평가에 대해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며 당 사무총장과 2명의 부총장 교체에 관한 불만을 작심 성토했다. 그는 이번 지방 순회와 관련해서도 “딱히 잠행이라기보다는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공간을 (더) 가지는 게 옳겠다고 생각해서 지방에서 여러 일을 살피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잠행이 당무 거부가 아닌 선거운동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와 동행 중인 한 당대표실 관계자는 “당분간 상경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사흘째 잠행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대표는 이날 저녁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당대표는 대통령(선거)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로 윤 후보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잠적 후 첫 언론 인터뷰다. 그는 상경 ‘조건’에 대해 “서울에서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갈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김병준 위원장을 ‘원톱’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그렇게 하라고 했고, 지금 지방에서 업무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했다. 윤 후보 측 해 핵심 관계자의 준말인 ‘윤핵관’을 겨냥해선 “저는 제 선의로 당대표가 직접 본부장을 맡아가면서까지 이번 선거를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홍보비 해먹으려고 한다고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후보 주변에 있다는 건 선거 필패를 의미한다”며 “저는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 대표는 “제가 밝힌 것처럼 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에 들은 내용은 딱 한 가지, 부총장 둘을 해임하고 싶다는 얘기 말고는 연락이 없었다”며 “여러 결정 사항이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있었겠지만 나중에 결정된 내용을 갖고 저를 설득하려고만 했다”고 역설했다. ‘이준석 패싱’의 한 근거로 자신의 반대에도 이수정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일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잠행이 ‘태업’이란 지적에 대해선 “윤 후보 측 인사들은 제게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잠적하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_^p’란 이모티콘에 대해서는 “p는 ‘백기’의 의미”라며 “제가 그 안에서 더 이상 익명의 윤핵관들과 다투면서까지 제 의견을 개진할 의사가 없다는 걸 표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윤핵관에게 “파리떼”라는 표현을 동원해 맹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돌연 모든 일정을 취소한 뒤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했다. 그의 부산행은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부산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고 장제원 의원의 사상구 지역사무소를 방문한 이 대표는 전날 여수로 가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뒤 순천으로 이동해 지역구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를 만났다. 천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이대론 대선에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첫째는 방향성, 둘째는 인선 관련 문제”라며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대표가) 서울에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이날 오전 6시20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을 시작으로 오후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윤 후보가 당 상임고문단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선 이 대표의 잠적 사태를 두고 당 원로들 간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대한민국헌정회장을 역임한 신경식 고문은 식사를 시작하기 전 윤 후보에게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를 찾아가 ‘다시 같이 하자’고 하고 서울로 끌고오면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권해옥 고문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신 고문은 “바다가 모든 개울물을 끌어안듯 윤 후보는 싫든, 좋든 전부 제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고문은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 참석자가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한 뒤 “후보가 검찰에만 있어서 딱딱하고 포용력이 없다”고 쓴소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 조기 합류가 불발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개인적 약속으로 같은 음식점에 나타나 윤 후보가 인사를 하러 찾아간 일도 있었다. 다만 별다른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스타트업 정책 토크 참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 두 번째)가 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윤 후보는 오후에 스타트업 정책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이제 어느 정도 (이 대표) 본인도 리프레시를 했으면 저도 무리하게 압박하듯 할 생각은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서로 조금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함께 가야 하는 건 분명하기 때문에 저도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후보가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와 선대위 회의를 열지 않은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가 불참한 자리에서 선대위 추가 인선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대표에게 예를 갖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하거나 그를 만나러 가는 등 ‘저자세’를 취할 가능성엔 사실상 선을 긋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