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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년간 영호남에 존재했던 나라 가야 흔적 찾아 보고 듣고 느끼다

입력 : 2021-11-27 01:10:00 수정 : 2021-11-27 0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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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글·그림/율리시즈/1만7000원

잊혀진 나라 가야 여행기/정은영 글·그림/율리시즈/1만7000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잡아서 구워 먹으리(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국립김해박물관의 뒷동산 산책길에서 400여 미터 떨어진 구지봉에 올라선 구지가를 읊조리며, 고대 가야를 세운 수로를 기다렸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주색 줄, 줄 끝의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합, 금합 안에 들어있는 황금알 6개, 12시간 뒤 아이가 된 알….

다시 구지봉 옆 수로왕비릉에 가서는 파사석탑과 함께 운명적인 사랑을 위해 바다를 건너온 황옥을 만났다. “석탑 실은 붉은 돛배 붉은 깃발도 가볍게”로 시작하는 일연의 노래를 떠올리며.

‘우리 헤리티지’에 대한 사회적 소명을 해내는 사람을 꿈꾸며 2019년 3월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답사를 시작한 이래, 3년여 동안 가야와 연루된 흔적을 찾아서 보고, 듣고, 읽으며, 생각했다. 다양성과 공존, 통합과 개방성의 가치를 바탕으로 서기 42년부터 562년까지 520년간 존재한, 왕권 중심의 군주제 국가가 아닌 느슨한 연맹체. 경상남북도와 호남의 진안고원과 운봉고원, 순천만 등을 아우르며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등의 이름으로 존재했던 나라, 가야를.

책은 가야 열풍 속에서도 정작 실체가 잘 잡히지 않는 가야에 대한 ‘실감’ 나는 답사여행기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를 거쳐 국무총리비서실과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18년간 일해 온 저자 정은영은 김해에서 동래, 함안, 고성, 고령, 합천을 거쳐 순천, 남원, 장수까지 가야 땅에 대한 이야기(1부), 가야 유물 박물관(2부), 가야 사람들(3부), 가야사의 핵심 지식과 정보(4부) 등을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써내려갔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작업한 스케치와 콜라주 사진을 보는 건 덤.

책을 통해 “두려움 없이 사랑했고, 하늘이 열리듯 사랑받았”던 히로인 황옥을 만나 아모르 파티(운명에의 사랑)를, 아들이 당과의 전투에서 패하고 돌아오자 아들의 목을 베어달라고 주청한 김유신의 엄격함에 가려진 세상의 비애를 보게 될지도.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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