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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발 ‘구인대란’… 기업들 ‘직원 모시기’ 안간힘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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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7 16:00:00 수정 : 2021-11-27 2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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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수 앞두고 사람 없어 발동동

7월 채용공고 1110만건… 5개월째 역대 최대
코로나로 직장 떠난 근로자 복귀 않은 탓
9월 자발적 퇴직자 440만명… 역대 최대치
임금 상승으로 더 좋은 일자리 찾아 이직

임금 인상·보너스·수당 등 갖가지 유인책
직원들 코로나 백신 의무화 조치 철회도
고용비 상승으로 물가 인상 등 경제 부담
일부 “임금 상승으로 노동시장 호황” 전망
지난 13일 미국 일리노이주 버논힐의 한 소매점 벽에 손님이 많은 휴일에만 근무할 판매원을 모집하는 내용의 구인광고가 붙어있다. 버논힐=AP연합뉴스

“오늘 면접 보세요(Interview today).”

일요일인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올드 리 하이웨이에 있는 맥도널드에 들어서자 커다란 채용 공고 입간판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유연한 근무시간, 취업 기회, 대학 교육비를 지원한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직원에게 시간당 임금이 얼마인지 묻자 “일단 12달러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시급이 오르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평일인 월요일에 매니저와 인터뷰를 할 수 있으니 내일 다시 나오라는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버지니아주 최저임금이 시간당 7.25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12달러 시급이 많아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미 버지니아주의 다른 맥도널드 매장에서 최저 시급으로 15달러, 교대 근무자의 경우 시간당 20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구인난으로 ’직원 모시기’ 경쟁이 극심해진 결과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올드 리 하이웨이에 위치한 맥도널드 입구에 직원 채용 공고가 붙어있다.

◆직원 모시기 경쟁, 임금 상승에 보너스까지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추수감사절 연휴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이어지는 연말 특수를 앞두고 직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시간당 임금을 높이고, 고용 보너스, 퇴직 수당, 대학 등록금 지원 등 갖가지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메이시스 백화점은 직원이 친구나 가족을 추천하면 최대 500달러의 추천 보너스를 제공한다. 유통업체 월마트는 시간당 17달러를 지급하고, 직원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일부 창고는 취업 서명을 하면 최대 3000달러를 지급한다.

 

전미소매업협회(NRF)는 유통업체들이 이번 연말 연휴에 많게는 66만5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48만6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규모 업체는 더 어렵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10월 25∼27일 이메일 조사) 소규모 고용주의 48%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 중 51%는 사람이 없어 영업 기회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규모 업체 79%가 직원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했다고 응답했다. 21%는 유급휴가 확대, 16%는 고용 보너스 도입 및 확대, 19%는 추천 보너스 도입 및 확대, 23%는 건강보험 혜택을 도입하거나 늘렸다고 답했다.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이 직원의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조치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9월 채용 공고는 1040만건, 자발적 퇴직자 440만명

미국의 구인난은 통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 노동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고용·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9월 채용 공고는 1040만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661만건보다 무려 379만건이나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직장을 떠난 근로자들이 아직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탓이다.

미국의 월간 채용 공고는 지난 3월 829만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 7월 1110만건까지 5개월 연속 역대 최대를 기록하다 8월과 9월에는 전월 대비 소폭 하락을 기록했지만 심각한 인력 부족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채용 공고가 늘어난 데는 자발적 퇴직의 영향이 크다. 9월 전체 퇴직자는 62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그 가운데 자발적 퇴직이 440만명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 역대 최대치다. 퇴직자 비율도 3%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별로 보면 자발적 퇴직자는 대면 서비스 업종에 집중됐다. 유통업체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유다. 먼저 레저 및 대면 서비스 업종에서 자발적 퇴직자가 99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99만명 가운데 86만명이 음식 및 숙박 음식점업 종사자들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업무량이 폭발한 무역 및 운송업에서도 98만명이 퇴직했고, 그중 소매업이 69만명을 차지했다. 교육 및 의료 서비스업도 65만명이 직장을 떠났다. 제조업에서도 38만명이 퇴사했고, 금융업 역시 14만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고용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악순환도

자발적 퇴직자는 일을 할 수 있음에도 회사를 떠난다는 의미다. 유례없는 구인난으로 임금이 인상되고 각종 혜택이 늘면서 더 조건이 좋은 일자리로의 이직을 위해 기존의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계에서도 나타났듯이 대면 서비스 업종의 자발적 퇴사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대면 서비스 업종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이에 따른 고용비용 상승과 자발적 퇴직이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에 노동 비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물가상승을 포함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찌감치 물류비용 증가와 노동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한 연말 할인 폭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지난 10일 미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해 1990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5.0%를 기록한 뒤 9월까지 5.4%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6%대를 돌파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규모 사직’(the great resignation)이라고 불리는 자발적 퇴직 상황과 그에 따른 고용비용 상승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던 서비스업 임금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등 노동시장이 호황을 맞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2일 자발적 퇴직자 증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노동자가 부족한 산업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많은 노동자가 지금이 더 많은 급여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더 나은 직업을 찾아야 할 때라고 느낀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AP연합뉴스

◆주4일제 근무제 도입? 코로나발 노동시장 변화

코로나19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의 25세에서 54세 사이의 성인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로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전성기 근로자인 25∼54세 성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2월 82.9%와 비교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지난달 81.7%로 오히려 참가율이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취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재평가하면서 일자리로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고,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생활방식에 정착한 것이 원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학자 스테파니 애런슨은 WSJ에 “1년 반 동안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면서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CNN은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최근 직장을 그만둔 미국 청년(22~35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2%의 응답자가 ‘주4일 근무를 제안받았다면 직장을 계속 다녔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임금 인상(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대답이었다. 응답자의 80%가 주4일 근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고, 17%는 찬반을 보류, 3%만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 마크 타카노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지난 7월 주당 근무시간을 현행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타카노 의원은 “기존 규범들이 코로나19 이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룻밤 사이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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