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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시대 주인공들 담은 정교한 드로잉… 권민호 작가 개인전

입력 : 2021-10-08 15:35:14 수정 : 2021-10-08 15: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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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조은갤러리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갤러리조은에서 권민호 작가의 개인전 ‘만선 (Full Ship)’이 열린다. 설치, 드로잉 등 작품 42점을 선보인다.

 

트레이싱 페이퍼 위의 기계식 복사라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사용하는 권민호는 연필과 목탄으로 아날로그적 색채를 더했

 

다. 그가 작업하는 도면 한 장의 드로잉 콜라주는 장소와 시대의 기억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한국 산업화의 복합성과 모순을 묘사한다.

 

이번 ‘만선’전은 그간 꾸준히 작업한 드로잉들로 가득찬 그물을 풀어내는 전시다. 갤러리 측은 “작가가 어릴 적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소재로 한 단막극을 보고 그때의 기억을 모티프로 삼아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사람보다 거대한 참치를 잡다가 다치고 심지어 죽음까지 감수해야 했던 그들에게 배가 가득 찼다는 ‘만선’이 달콤하기보다 성취를 위한 고통과 희생의 쓴맛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회색 숨’ 조은갤러리 제공

이어 “과거의 만선이 지난한 시대의 가장들이 바다에서 끌어올린 결과물이었다면, 현대의 만선을 생각할 때는 대형 선박에 가득 실린 컨테이너들의 더미가 떠오른다”며 “그 배들을 짓고, 수리하고, 멀리 운항한 인물들이 바로 6·25 이후 한국 산업화에 이바지한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라고 덧붙였다.

 

권민호는 작품에서 만선을 위해 일했던 이들의 노고를 기계의 녹슨 날카로움, 삭은 콘크리트 더미의 거친 질감으로 표현했다. 또한 까다롭고 복잡한 선들이 드로잉 작품 화면을 꽉 채워 몰입감을 더한다. 역동적 과거를 압축하면서도 정교한 기계를 연상시킨다.

 

조은갤러리 제공

권민호는 2007년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재학 중일 때부터 영국 전역에서 전시하는 권위있는 저우드 드로잉 프라이즈를 수상했고,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후인 2017년에는 세계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 등, 다수의 드로잉 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8년 런던 한국문화원 그룹전과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과천에서 열린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전남수묵비엔날레 등에 참여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프로젝트 ‘권민호:회색숨’에 작품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11월2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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