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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리먼사태 재현” “경제 위협 안 돼”… ‘헝다 리스크’ 엇갈린 전망

입력 : 2021-09-23 06:00:00 수정 : 2021-09-22 23: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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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1400억 채권이자 만기 도래
못 갚으면 사실상 디폴트 단계
“세계경제 영향 안 클 것” 전망도
중국 상하이에 있는 헝다 그룹 본사의 모습. 상하이=AFP연합뉴스

중국 최대 민영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이자 1400여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처할 우려가 크다. 헝다는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채권 이자 대부분에 대한 지급 가능 여부는 불확실하다. 시장에선 유동성 위기를 겪는 헝다의 파산이 ‘중국판 리먼 사태’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성명을 통해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 만기 채권 이자를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이자 규모는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이다. 하지만 헝다는 이날 돌아오는 2022년 3월 만기 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 상환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헝다는 이자를 얼마나 지급할지, 언제 지급할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며 “헝다가 모호한 성명을 발표하며 시장에 새로운 불안을 주입했다”고 설명했다. 채권 계약서상으로는 예정일로부터 30일 이내까지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디폴트로 간주하진 않는다. 블룸버그는 또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가 최소 2곳의 은행에 지난 20일 기한인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헝다가 이미 많은 협력업체에 공사 대금을 제때 못 내는 등 극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결국 디폴트에 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이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에서 한 축을 담당한 상황에서 헝다의 디폴트는 부동산시장에 큰 타격을 입혀 중국 경제발전을 제약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채권 애널리스트 저우촨이는 “문제는 헝다가 붕괴하고 있는 것뿐 아니라 다른 중국의 주택 건설업체들이 헝다가 초래한 쓰나미에 익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큰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에는 향후 몇 달간의 유동성 고갈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 그룹의 광둥성 선전 본사 주변에 15일 투자자들이 모여 있다. 선전=AFP연합뉴스

◆중국發 금융 쓰나미 우려 vs “亞 경제에 위협 안 줄 듯”

 

부채가 350조원에 달하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파산 위기에 처하며 중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문제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 사태’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헝다가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하겠지만 중국 금융시스템의 전반적 안정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팽팽히 맞선다.

 

1997년 광저우에서 설립돼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로 성장한 헝다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2019년 전기차 시장에도 뛰어들어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 자본금으로 헝다신에너지자동차를 설립했다. 2014년 전지현과 김수현이 광고에 출연한 헝다빙촨 생수를 비롯해 식용유, 분유, 테마파크, 관광,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여오던 헝다의 부채는 신사업 투자로 폭증해 1조9500억위안(약 350조원)에 달한다.

 

특히 중국 당국이 금융 리스크를 줄이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작년 말 은행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 추가 조달을 차단하는 ‘3대 마지노선’을 도입하자 헝다그룹을 비롯한 업체들의 자금줄은 급속히 말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은 지난달 이후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헝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내렸다.

 

이런 와중에 23일 헝다는 5년물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와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의 위안화 채권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22일 헝다는 위안화 채권 이자는 제때 지급한다고 했지만 다른 채권 이자 상환에 대해선 명확하게 얘기를 못했다.

헝다가 은행과 신탁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 규모만도 5718억위안(약 105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의 만기가 올해 안에 몰렸다. 결국 시장에선 헝다가 디폴트 선언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다.

 

20일 연휴 중 문을 연 홍콩 증시에서 헝다를 위시한 중국 본토 및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가 3% 급락했다.

 

신용분석업체 리오르그 애널리스트 제임스 스는 “중국 정부는 거품이 낀 부동산 분야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드라이브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헝다에 구명 밧줄을 던져줄 가능성은 작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문제는 부동산 분야가 중국의 ‘회색 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로 부실채권 위험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와 거래한 대형 국유은행들이 천문학적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이 가해지는 ‘중국판 리먼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민영 부동산 기업 헝다 그룹의 쉬자인 회장이 지난 6월5일 허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할 당시의 모습. 우한=AFP연합뉴스

헝다의 중국 내 거래 은행에는 공상은행과 농업은행, 민생은행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거물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중국 투자를 확대한 것이 ‘비극적 실수’라고 비판하면서 “블랙록의 펀드매니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위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디폴트로 부동산 업체 간의 신용 양극화가 심해지고 일부 소형 은행도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헝다가 ‘대마’(大馬)이기는 하지만 시장 원칙에 따라 ‘질서 있게’ 파산할 수 있도록 개입하면 그 충격이 부동산 업계에 그치고 금융 시스템 위기로까지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시스템의 안정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헝다를 지원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가 구제에 나선다면 부동산 분야의 고삐를 죄려는 당국의 캠페인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헝다의 위기가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에도 파장이 미칠 경우에만 디폴트 방지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중국 전체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소프트웨어 제공사 뮤렉스의 분석가 알렉산더 본은 “헝다 위기가 실물 경제를 통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끼칠 위험은 있다”면서도 “우리는 중국판 아시아 금융 위기의 문 앞에 서 있지 않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뉴욕 증권 거래소의 모습. 뉴욕=EPA연합뉴스

◆세계 증시, 하루 만에 ‘헝다 쇼크’ 회복… 비트코인 한때 4만달러 깨져

 

세계 각국의 주요 증시가 중국 헝다그룹 사태로 인한 우려를 딛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다만, 리스크에 보다 취약한 가상화폐 시장에는 다소 큰 충격으로 작용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63포인트(0.15%) 하락한 3만3919.84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54포인트(0.08%) 떨어진 4354.19,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2.49포인트(0.22%) 오른 1만4746.40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앞서 아시아 시장에서는 홍콩 항셍지수가 0.5% 반등함에 따라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지난 20일 항셍지수는 헝다그룹이 23일 도래하는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3% 이상 하락했고, 그 여파로 뉴욕 증시도 크게 밀렸다. 이러한 가운데 헝다 설립자인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헝다가 반드시 조속히 어둠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내부 서한을 보낸 사실이 전해지며 홍콩 증시는 반등했다.

20일 홍콩 증시의 주가지수를 알리는 한 시중은행의 옥외 전광판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12% 오른 6980.98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50% 상승한 6552.73으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1.43% 오른 1만5348.53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반면, 증시보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가상화폐 시장은 이틀째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22일 오후 2시 기준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25% 하락한 4만1908.3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9.1% 급락해 3만9787.6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4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전날에도 헝다발 충격으로 10% 가까이 급락하며 4만2000~4만3000달러대까지 밀렸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추석 연휴 직전만 해도 5800만원 후반대까지 찍으며 6000만원 고지 등정을 바라봤으나 헝다발 충격파 속에 이날 오전 5005만9000원까지 떨어지며 5000만원 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이후 오후 2시 기준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5200만원 초반대에 거래됐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급락하면서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역시 24시간 전 대비 4.36% 하락한 2846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가상자산사업자 동향 점검회의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글로벌 긴축 움직임과 함께 과열된 글로벌 자산시장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헝다그룹 사태와 관련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김준영, 남정훈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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