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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만전 기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치를 것”

입력 : 2021-08-05 19:53:55 수정 : 2021-08-05 19: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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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집행위원장 온라인 단독 인터뷰

‘약속’ 등 60편 넘는 영화음악 만든 대표감독
6회 이후 본업에 돌아갔다가 다시 직책 맡아
2021년 17회 맞는 아시아 유일 음악영화 축제
야외 행사 취소 아쉽지만… 비대면 전환 진행

여름밤. 제천 의림지에서 불어오는 물바람이 뺨을 어루만진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도란도란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이따금 귀를 간지럽게 하는 음악이 사람들 사이를 메우고 있다. 이대로 탁하니 누워 밤하늘만 지켜보고 있어도 남는 장사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이처럼 자연과 음악, 영화와 사람들 속에서 휴양하듯 즐기는 아시아 유일의 음악영화 축제다.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충북 제천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제천시도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되면서 개막식 등 야외 행사가 대부분 취소, 변경됐다.

조성우(58·사진) 집행위원장은 5일 세계일보와의 단독 온라인 인터뷰에서 “일부 걱정하는 여론이 있지만, 방역에 철저히 대비하며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제천시와 우리나라의 문화적 유산인 음악영화제를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약속’,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장화홍련’, ‘만추’, ‘인어공주’ 등 60편 넘는 영화 음악을 만든 우리나라 대표 음악감독이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집행위원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집행위원장을 제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때 시작해서 6회까지 했었다. 이후 본업으로 돌아갔다가 작년부터 다시 직을 맡았다. 제천영화제는 17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해왔다. 음악영화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좋은 작품들도 많이 소개했다. 배출된 영화음악가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일은 음악가로 활동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보람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은데 방역 대비는.

“스태프와 매일 회의를 하는데 대부분 방역에 대한 고민과 대책 마련이다. 정부의 방역 규제 지침이 있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현장에는 코로나 음성 대상 인사들을 초청할 것이고 PCR 자가 진단,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비치, 출입구에 살균기계 설치, 거리두기 준수, 제한된 인원만으로 진행하는 등 모든 부분에서 철저히 방역 규제를 지킬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 꼭 영화제를 해야 하냐는 지적도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참 가슴이 아프다. 제천을 사랑하고, 제천의 문화적 자부심인 국제음악영화제를 지켜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영화제는 축제이기도 하지만, 음악영화를 발굴해서 초청하고, 지원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본질이다. 음악영화제라는 것은 아시아에 제천영화제가 유일하고, 문화적 기능은 갖춘 영화제는 영화음악가들에게 직접 길을 안내해주는 정말 소중한 장소다. 영화제가 사라지면 이들의 꿈도 빼앗길 수 있다. 문화적 가치와 열망, 제천의 정체성 등을 방역과 함께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야외행사 취소·변경으로 아쉬움이 크겠다.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솔직히 참담한 심정이다. 제천영화제는 자연과 휴양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성장해왔다. 전주나 부천 같은 대도시 영화제와 차별성은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이런 대표적인 행사들이 취소됐다는 건 이를 잃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안타깝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OTT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비대면 상영도 동시에 이뤄지고 현장에서도 할 수 있는 행사들은 철저한 대비 속에 진행할 예정이다.”

-개막작 등 주요 작품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올해 우리 영화제는 국제경쟁부문에 상금을 큰 폭으로 강화하는 등 초청작, 출품작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힘썼다. 적은 예산 안에서 경쟁부문을 이만큼 키운 것은 찾아주신 분들에게 체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서다. 개막작 ‘티나’를 공동 연출한 댄 린제이와 T.J 마틴은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을 수상한 감독이고, 미국 영화감독인 스파이크리의 신작 음악영화도 있다. 또 ‘베이비 드라이버’로 유명한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작품도 초청했다.”

-본업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데 힘들진 않은지.

“지금은 어떤 게 본업인지 모르겠다. 음악이 본업이라면 사실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제를 준비하는 것은 공적이면서 비영리적 활동이고, 음악가로서의 활동은 사적이며 영리적인 일이다. 어느 한쪽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다. 한창 영화제를 준비하면서도 하루에 피아노 앞에 최소 두 시간은 앉아있다. 음악가로서의 나 자신을 지켜야 하니까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는 거다. 더욱이 나이를 먹으니 한 시간 한 시간이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전투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못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음악이 더욱 소중하다.”

-영화에서 음악은 어떤 의미인지.

“사람들의 감각 중에서 청각과 시각은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시각은 객관적이고 비판적이며 이성적이다. 청각은 그 반대다. 영화음악은 이 둘을 합치는 것이다. 영화는 가상의 것이지만, 음악을 통해 그것을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영화음악이다. 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관객들을 영화적 공간으로 끌고 가는 일은 음악이 하는 것이다.”

-제천영화제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한마디.

“제천 시민들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올해 코로나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알고 있다. 스태프는 제천 시민을 위한 영화제가 최우선 목표다. 영화제를 통해 제천시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테니 성원해주시길 바란다. 특히 영화제 기간 시내에 좀 나오셔서 우리가 조성한 거리, 상영 영화를 통해 문화적 억눌림을 해소하고 가셨으면 좋겠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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