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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女중사 극단선택…"무마, 은폐, 합의 종용, 묵살, 보호 미조치…억울한 죽음 풀어달라"

입력 : 2021-06-01 20:00:15 수정 : 2021-06-01 22: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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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장관,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 이관 지시
선임에 강제추행 당해 정식 신고
피해자 보호 조치 없이 회유 의혹

혼인신고 당일 저녁에 사망 추정
본인 마지막 모습 휴대폰에 남겨
김부겸 총리 “근본 개선책 필요”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인 회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 당국이 재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일 공군 여성 부사관 A 중사의 사망 사건에 대해 군사법원법 제38조(국방부장관의 군검찰사무 지휘/감독)에 따라 이날 오후 7시부로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초동수사과정에서의 미흡한 부분과 2차 가해 여부 등을 포함해 사건 전 과정을 면밀히 살피면서 수사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에서 수사기록 등을 넘겨받아 사건의 전 과정을 신속하게 다시 살펴볼 예정이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군은 공군법무실장을 중심으로 군검찰·군사경찰 합동전담팀을 구성, 수사를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공군의 초기 수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놓고 비판이 끊이지 않자 수사 주체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공군 수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정하고 빠르게 수사를 할 군 내 조직으로 국방부 검찰단이 꼽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하는 것도 국방부가 수사 주체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서 장관에게 “군 조직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군 성폭력·성희롱 사건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여성가족부는 “반복되는 군 성폭력 사건의 방지를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과 전반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현장점검이 필요하다”며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충남 서산 소재 공군 모 부대에서는 지난 3월 초 A 중사가 선임인 B 중사로부터 저녁식사 자리에 억지로 불려 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A 중사는 다음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정식 신고했고, 이틀 뒤 두 달여간 청원휴가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발적으로 부대 전속 요청도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 뉴시스

A 중사는 지난 18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부대로 출근했지만,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하루 전에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의 마지막 모습은 휴대전화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상관에게 알렸으나,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보호 매뉴얼을 가동하는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A 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을 부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피해자 유족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공군 부대 내 지속적인 괴롭힘과 이어진 성폭력 사건을 조직 내 무마, 은폐, 합의 종용, 묵살, 피해자 보호 미조치로 인한 우리 딸(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박수찬·박유빈·배민영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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