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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씨 친구 측 정병원 변호사 “티셔츠는 2장에 만원… 토사물 묻어서 버렸다고 한다”

입력 : 2021-05-29 20:36:10 수정 : 2021-05-29 20: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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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아니라 법률대리인 입장에서 추가 반박 “손씨 실종 전날 밤 11시14분부터 익일 6시10분까지 블랙아웃… 이를 어떻게 입증하나?”
29일 고(故) 손정민씨 사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시민들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친구 A씨 측이 추가 입장문을 내고 손씨 가족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A4용지 22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을 29일 발표했다.

 

그는 앞서 “(지난 26일) 손씨 가족이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A씨 측의 입장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 저희 법무법인이 독자적으로 일부 해명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라며 추가 입장문을 내게 된 이유를 우선 밝혔다.

 

그는 “(손정민씨) 유족이 요청하는 대부분을 경찰이 이미 수사했으며, 이를 유족에게 알리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할 몫”이라고도 부연했다.

 

우선 정 변호사는 “유족은 실체적·객관적 진실 발견이 오직 A씨 측에 달려있다는 전제하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추가로 수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유족의 절박한 심정을 전혀 납득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책임이 오로지 A씨 측에게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억측”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유족이 의혹을 제기하고 싶었다면 공개적으로가 아니라 경찰에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이미 경찰에 같은 내용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요청해왔고, 경찰은 이에 부응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대로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고(故) 손정민씨 실종 당일 한 목격자가 찍은 사진. 친구 A씨가 쪼그려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고, 그 옆으로 정민씨가 쓰러져 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TV

 

그동안 A씨가 소위 술에 많이 취해 필름이 끊긴 ‘블랙아웃’ 상태여서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전해온 정 변호사는 A씨가 블랙아웃 된 시점에 대해 “손씨와 만나 술을 산 후 한강공원에서 자리를 잡고 새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달 24일 오후 11시14분쯤”이라고 밝혔다.

 

그 이전 일은 기억이 나지만 그때부터 한강공원에 손씨를 다시 찾으러 갔다가 귀가한 25일 오전 6시10분까지의 기억은 거의 없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춰보건대 A씨가 겪은 기억장애 및 만취 상태에서의 움직임 등이 극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블랙아웃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주장들이 있으나 기억장애 증세를 증명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더 본질적으로는 블랙아웃이 있었다는 것과 고인이 사망한 것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며 A씨가 기억을 못 한다고 해서 고인의 사망에 기여했다는 식의 일부 주장은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또 A씨가 자신의 부모와 한강공원에 손씨를 찾으러 갔을 때 바로 술 마시던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도 ‘자리를 잡았던 시점’이 블랙아웃 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분은 ‘24일 오후 11시14분 이후부터 25일 오전 6시10분까지의 기억은 거의 없다’는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한강공원에 도착한 후 A씨와 A씨 아버지가 주변은 찾아보지 않고 15분 이상 강비탈만 번갈아 오르내린다’는 지적도 실제 CCTV 내용과는 다르다고 했다. 실제로 강비탈 부근에 머무른 시간은 각각 7~8분 정도라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A씨 아버지가 한강공원 안쪽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공원에서 강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위험해보였기 때문에 놀라 강쪽을 보게 됐다”면서 “강비탈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어 혹시라도 고인이 그쪽에 누워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내려가 천천히 이동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족 주장과 달리 A씨는 고인의 어머니의 전화를 한 차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A씨 기억이 없어서 위 통화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지 못하나 추측컨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고인의 어머니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고인의 어머니와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한 시민이 그려준 고 손정민씨 초상화. 손정민씨 부친 손현씨 블로그

 

‘신발에 이어 티셔츠를 버린 경위’도 설명했다.

 

그는 “(A씨가 당일 입었던) 티셔츠는 2장에 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오래 입어 낡은 상태에서 토사물까지 묻어 버렸다고 한다”면서 “애초 티셔츠 버린 부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당시 언론에서 신발을 버린 경위에 대해서만 문제삼고 있어 단순히 이에 한정해 해명한 것일 뿐, 제기되지 않은 의혹을 해명할 이유는 없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부유한 집이라고 해서 토사물이 좀 묻었다고 세탁조차 하지 않고 옷과 신발을 쉽게 버리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생활 방식의 차이가 의혹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A씨 측은 ‘(손정민씨) 실종 이후 손씨를 찾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유족 측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실종 다음 날인 26일과 27일 사이 A씨 아버지가 손씨 어머니에게 ‘전단지 배포’ 등을 언급하면서 손씨를 찾는 일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오히려 손씨 측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고인의 어머니는 ‘요새는 인터넷 등을 활용해 찾는 것이 중심이고 밖으로 나갈 일이 별로 없으니 괜찮다’며 부드럽게 거절했다”면서 “이후 고인의 유족이 A씨와 그의 부모를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고, 블로그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거나 A씨를 의심하는 댓글 등에 다소간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기에 고인을 찾는 데 참여하려 해도 거절당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난무하는 허위사실과 억측으로 인한 마녀사냥의 분위기 속에 A씨 및 A씨의 부모가 신원노출 및 갑작스럽게 공격당할 우려를 무릅쓰고 함부로 밖에 나가기도 어려웠다”면서 “실제로 늦은 시간 집까지 찾아와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해 A씨 가족은 임시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손씨의 실종 다음 날 A씨와 손씨 가족이 만났을 당시 손씨의 ‘자살이나 가출 가능성’을 언급한 건 다름 아닌 손씨의 부모라고 지적했다.

 

한강공원에 가는 고(故) 손정민씨와 친구 A씨의 모습. 한강공원 CCTV 자료 갈무리

 

정 변호사는 “대화 도중 고인의 부모님은 고인의 가출 가능성을 먼저 언급하면서 A씨에게 ‘부모는 모르고 친구만 알 수 있는 고인의 고민 같은 것을 혹시 알고 있느냐”라고 거듭 물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A씨는 질문에 답하는 차원에서 당시 고인이 힘들어 했던 부분들, 가족·학업·고인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등 자신이 고인으로부터 들은 고민을 말했던 것”이라며 “A씨가 고인의 자살 또는 가출의 가능성에 대해 먼저 암시한 일이 전혀 없다. 다만 고인의 아버지가 대화 도중 눈물을 흘리시기에 이를 위로하기 위해 ‘고인이 꼭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사실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당시 술 마실 장소를 한강공원으로 정한 것 역시 손씨였다는 A씨 측 주장을 거듭 전했다.

 

그는 ‘아이패드를 뒤늦게 제출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전자기기의 경우 디지털 포렌식으로 내용이 전부 확인되므로 그 제출 시기가 문제되지 않는다”라며 “아이패드의 경우 4월26일 첫 조사 당시 경찰에 제출했다가 조사 후 다시 돌려받았다. 이후에도 경찰에서 요청할 때마다 가지고 가 제출했고, 포렌식을 위해 제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변호사는 “지난 (첫 번째) 입장문에서 근거 없는 억측과 의혹 제기, 허위사실유포 및 모욕, 신상털기 등 각종 위법 행위를 멈춰 달라고 간곡히 요청 드린 바 있음에도 위법행위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라면서 “현재 인터넷에 올려놓은 허위사실, 근거 없는 의혹제기, 모욕, 신상정보 등과 관련한 글들을 모두 삭제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어 “A씨와 그의 부모, 이제는 다른 가족까지도 평생 지워지지 않는 디지털 지문으로 남아 마치 범죄자나 그 가족인 양 낙인찍힘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을 양지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긴 입장문을 마쳤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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