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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청사’ 세종 관평원… 공무원 특공이 빚은 참극

입력 : 2021-05-19 06:00:00 수정 : 2021-05-18 2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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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억 쓴 건물엔 현판도 없어
청사 이전 않고 특공받은 49명
3억에 분양받아 최대 5배 차익
관평원 “이전할 줄 알고…” 해명

해경청서 160여명 ‘로또’ 분양
“공무원 특별공급 폐지를” 비판
18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에 있는 관세평가분류원 정문 앞 점자 안내판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다. 세종=박영준 기자

18일 ‘유령 청사’가 된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건물 정문에는 문 손잡이부터 거미줄과 날파리가 뒤엉켜 있었다. 4층짜리 새 건물에 현판 하나 없었다. 먼지가 뿌옇게 앉은 점자 안내판이 ‘여기는 관세평가분류원입니다….’라며 관평원이 들어올 자리였음을 상기시켰다.

관평원 건물의 도로명 주소는 ‘세종특별자치시 법원로 82’이다. 법원, 검찰청 설립 부지 바로 옆 노른자 땅이다. 관평원 이전이 예정대로 됐다면 별문제 없었겠지만 청사 이전이 무산되면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을 받은 40여명의 직원들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전날 관세청이 2015년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었는데도 관평원 세종 이전을 추진해 예산 171억원을 따냈고, 행정안전부에 고시 개정 변경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지만 건축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관평원 직원 82명 중 49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수백대 1을 훌쩍 뛰어넘는 세종시 일반분양 경쟁률은 물론 당시 평균 특공 경쟁률인 7.5대 1보다 높은 당첨률이었다.

예산을 들여 건물을 지었는데도 입주는 못하고, 청사 이전을 기다리던 수십명의 직원은 아파트만 분양받은 황당한 상황이다. 그 사이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너배 넘게 뛰었다. 관평원 직원 4명이 2017년 특공을 받은 새샘마을 8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3억원대였는데 지난 2월 98.37㎡(30평) 아파트가 15억원 가까이에 거래됐다. 5배 가깝게 가격이 뛴 셈이다.

관평원 건물 인근 공인중개사는 “나라에서 건물을 지어놓고 저렇게 방치하고, 국민이 볼 때는 공무원들이 특공을 받았다면 환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관세청은 관평원이 특공 및 부동산투기를 위해 소속기관 이전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평원 직원은 통화에서 “직원들은 청사 이전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특공을 신청한 것밖에 없는데 마치 분양차익을 노리고 청사 이전을 시도한 것으로 비치니 안타깝다”고 했다.

18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소담동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세종통합사옥 신축공사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는 지난해 11월에 시작돼 2022년 12월 완공 예정이지만 착공도 전에 200명에 가까운 한전 소속 직원들이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받았다. 세종=박영준 기자

이날 오후 관평원에서 직선거리로 약 650m 떨어진 한국전력공사 세종통합사옥 신축공사 현장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전은 2017년 세종통합사옥을 짓기 위해 세종시 소담동에 부지를 사들였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입주가 시작돼야 했지만 공사 차질로 지난해 11월에야 착공했다. 완공은 내년 12월이다. 공사는 늦어졌지만 통합사옥에 들어올 3개 기관은 2017년 특공 대상기관이 됐다. 덕분에 통합사옥에서 일할 직원 192명이 특공을 받았고, 그중 2명은 이미 퇴사했다. 퇴직한 2명은 ‘로또’를 맞은 셈이다.

해양경찰청도 공무원 특공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해경청은 2016년 인천에서 세종시로 본청을 옮겼다가 2018년 다시 인천으로 본청을 옮겼다. 해경청이 세종에 있던 2년 동안 직원 160여명이 아파트를 특공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공무원 특별공급은 없어져야 하는 괴물”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일반 국민을 배제하고 공무원들에게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면서 취득세를 감면해 주고,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팔도록 하는 환매조건부도 두지 않았고, 거주하지 않아도 양도할 수 있는 엄청난 특혜를 줬다”며 “민간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해도 이전, 거주요건을 두는데 공무원 특별분양은 세제 혜택부터 말도 안 되는 특혜를 준 것이고,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장혜진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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