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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자유로운 해외 나들이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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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3 23:00:16 수정 : 2021-05-03 23: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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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등 백신 패스로 일상 복귀 준비
나라 간 백신 불평등, 다시 차별·격차 만들어

코로나 방지를 위해 어른들이 ‘안면 기저귀(마스크)’를 차고 다닌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는 약국 앞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이제 마스크는 전 세계에 넘쳐나고 ‘지구촌의 가면무도회’는 모든 대륙의 외딴 구석까지 침투했다.

겨우내 잠들었던 생명이 깨어나는 신록의 봄이 한창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시원한 바캉스의 계절로 향하고 있다.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바닷물에 첨벙 달려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다. 신속한 백신의 개발 덕분에 이제 코로나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이 가능해졌다.

선견지명의 백신 확보정책으로 국민 접종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스라엘은 이미 생활의 정상화를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 패스’를 제시하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마스크 없이 출입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덴마크와 에스토니아가 유사한 패스 정책을 채택하여 코로나 시대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

백신 접종의 규모로 단연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또한 백신 패스를 통해 일상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하와이는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여행자만 받아들이기로 했고 뉴욕시의 경우 스포츠 관람을 비롯해 인파가 모이는 곳에 입장하기 위한 접종 증명 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미국에서도 공화당이 집권하는 텍사스나 플로리다 등 일부 주는 백신 패스를 공식 금지했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반대했던 주들이다. 마스크나 백신 등을 정부가 강요하는 정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조차 일반 상점이나 식당 등 민간에서 방문자에게 접종 증명을 요구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해외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백신 패스포트는 최근 세계인의 관심사다. 관광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는 백신 여권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그리스처럼 관광이 국내총생산에서 20%를 차지하는 나라는 백신 패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은 6월까지 역내의 자유로운 여행 제도를 준비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올 바캉스 철을 살려 보려는 목적이다.

코로나 위기로 생존이 위협받는 항공 산업 또한 적극적인 백신 여권의 추진세력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 이전부터 출입국 절차의 간소화를 위한 ‘트래블 패스’ 제도를 연구 중이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안전문제로 출입국 절차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에미레이츠나 에티하드 등 일부 항공사는 안전과 보건 정보를 담은 트래블 패스 제도를 실험하고 있다.

물론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어떤 백신을 인정할지는 제일 큰 난제다. 당장 올림픽이 코앞에 닥친 일본의 방침이 관심사다. 유럽은 일단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백신은 인정하지 않을 예정이다. 세계의 관광객이 즐겨 찾는 유럽에 중국이나 러시아인, 그리고 중국·러시아 백신을 맞은 다수의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들어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2023~2024년이 되어야 비로소 백신 접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으로 백신 불평등이 지구촌을 심각하게 갈라놓을 것이란 말이다. 사람들은 병균 앞에서 평등했으나 백신의 지정학이 다시 격차와 차별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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