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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명 화려한 군무에 황홀… 규모도 내용도 블록버스터급

입력 : 2021-05-02 20:52:23 수정 : 2021-05-02 20: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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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리뷰

고대 인도 왕국의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그리고 공주 감자티의 사랑과 배신이 수천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무대다.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120여명의 무용수가 의상 200여벌을 갈아입으며 춤과 연기를 펼치는 대작.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도 볼거리 많은 발레계 블록버스터다.

 

그만큼 연습에도 공들여야 하는데 국립발레단은 5년 만인 이번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한 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다. 마치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 후 이런저런 곡절을 겪으며 쌓인 에너지를 한꺼번에 풀어놓은 듯한 뜨거운 무대였다. 오랜만에 대작 발레를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예술의전당을 찾은 발레팬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니키아로 이번 공연에서 두 차례 무대에 선 박슬기 수석무용수는 지금 최고의 발레리나가 누구인지 보여줬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 버전으로 2013년 초연됐을 때부터 니키아와 감자티를 맡았던 무용수답게 극 중 감정 변화의 폭이 큰 니키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유연한 긴 팔이 만들어내는 유려한 선에서 표출되는 감성을 이번 무대에서도 잘 살려냈다. 변심한 사랑 앞에 죽음을 택하는 무희가 가진 슬픔이 객석에 전달됐다. ‘인도 무희’라는 의상 설정 때문에 드러난 복근에선 정상에 선 발레리나에게 얼마나 혹독한 강인함이 요구되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무희 니키아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가 슬픔 속에 사랑하는 전사의 결혼을 축하하는 춤을 추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박슬기의 곁은 김기완 수석무용수가 솔로르를 맡아 무대를 빛냈다. 오랫동안 호흡 맞춘 사이에서만 가능한 이인무에 이어 3막에선 화려한 고난도 독무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라 바야데르‘의 자랑인 3막 군무에서 활약한 군무 32명은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모두가 기대한 그대로 순백색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가 무대 뒤편 언덕 세트에서 한 명씩 나타나 세 걸음에 한 번씩 아라베스크 동작을 반복하며 무대로 내려왔다. 전원 무대에 자리 잡기까지 맨 처음 등장한 무용수는 아라베스크를 46번이나 하는데 숨죽여 이를 지켜보는 사이 ‘망령의 왕국’이 극장에 도래했다. ‘발레 블랑(백색 발레) 3대 군무’로 손색없는 장면이었다.

 

이번 ‘라 바야데르’는 작곡가 루트비히 밍쿠스 음악도 새삼 큰 감동을 줬다. 독일 슈튜트가르트발레단 음악감독 출신인 제임스 터글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었는데 2막 니키아 독무 때 흐르는 첼로 선율과 3막 니키아·솔라르 이인무의 바이올린 선율이 긴 여운을 남겼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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