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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도 별로지만 일단 민주당부터 혼내고 보자’였던 선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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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8 18:00:00 수정 : 2021-04-08 17: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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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렸던 4·7 재·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지만 ‘노무현 계승자’를 자처하는 문재인·민주당정권은 이번에 ‘원칙없는 패배’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50%를 득표하며 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당선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오 후보가 싹쓸이 승리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이긴 것과 대조적이다. 수도 서울에 이어 규모면에서 제2의 도시인 부산의 보궐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62.67%의 득표율로 민주당 김영춘 후보(34.42%)를 압도했다. 재보선이 치러진 나머지 선거구에서도 야권이 압승했다. 울산 남구청장(서동욱), 경남 의령군수(오태완) 보궐선거를 비롯해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12곳에서 당선됐다. 나머지 호남 4곳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경남 의령군의원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민주당에 ‘화려한 4연승’을 안겨줬던 민심이 차갑게 돌변한 결과다. 민심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민주당과 박영선·김영춘 후보캠프는 선거기간 내내 상대 후보를 ‘MB(이명박) 아바타·키즈’라며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화력을 집중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국민의힘과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믿음직스럽고 좋아서라기보다 일단 문재인·민주당정권은 단단하게 혼나봐야 한다고 벼른 국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20·30세대를 비롯해 ‘적대적 공생관계’로 진보·보수 기득권을 공공히 해온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까지 문재인·민주당정권 심판론에 동조한 것에서 확인된다.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가 4·7 보궐선거 패배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힌 뒤 선거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박근혜·국민의힘 정권을 탄핵했던 이들은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민생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라’며 중앙·지방권력과 입법권력까지 문재인·민주당정권에게 몰아줬지만 그런 기대를 저버리자 화가 난 것이다. 오히려 여권은 “문재인·민주당정권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큰소리친 것과 달리 기득권을 강화하고 집착하는 ‘내로남불’ 행태로 신뢰를 잃어갔다. ‘공룡 여당’은 국민 전체가 아닌 제 지지층만 보고 하고 싶은 대로 힘을 과시하며 독주했다.

 

장기집권에 대한 욕심만 과해 보였다. 민주당이 정치개혁 방안으로 국민에게 약속했던 당헌까지 재집권 욕심에 눈이 멀어 ‘원칙없는 승리’를 위해 헌신짝처럼 버린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발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의 박수 속에 감격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당헌에 못박았다. 하지만 민주당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태가 터지자 당헌을 고쳐가며 보궐선거에 기호 1번 후보를 냈다. 

 

환경과 안전성, 수익성 문제 등 적절성 논란이 많고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부산 가덕도 공항 건설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생략하면서 밀어붙인 것도 원칙없는 승리에 눈이 멀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실망감이 쌓이고 쌓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국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실체가 불분명한 ‘샤이 진보’의 응원까지 기대하며 선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불발된 배경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 대 국민’의 대결이었다. 민주당이 완패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달리 말하면 국민의힘도 압승했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게 아니다.

 

여전히 보수 기득권에 집착한 채 쇄신에 무관심하거나 게으른 인상이 짙다. 민주당이 맞은 회초리가 언제 국민의힘에게 향할지 모른다. 여야 어느 정당이건 1년도 안 남은 대선까지 누가 더 뼈를 깎는 쇄신과 미래 비전을 완성하느냐에 따라 민심의 선택을 받게될 전망이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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