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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후 피해자 주거지 머무른 김태현…전문가 "사이코패스 가능성 높다"

입력 : 2021-04-07 07:00:00 수정 : 2021-04-07 04: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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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들 "뜬금없이 격분…무서운 아이"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만 24세)의 범행 전후 행적과 전과 등이 연일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경찰도 범죄심리 분석을 위해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해 그의 성향과 범행 동기 규명에 주력하는 중이다.

 

6일 경찰은 베테랑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도봉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김씨를 직접 면담토록 하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가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로 드러난 정황으로 보아 김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해 냉혹하게 실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 관계인 여성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당일 피해 가족 중 큰딸이 종종 다니던 PC방을 둘러본 뒤 주저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주거지로 찾아갔다. 범행에 쓸 도구도 사전에 준비했다.

 

물품 배송기사로 위장해 피해자들의 집에 들어간 김씨는 집안에 있던 작은 딸을 먼저 살해하고, 이어 귀가한 엄마와 큰딸을 살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이 만남과 연락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후 피해자의 주거지에 이틀간 머물렀으며 이 기간에 자해를 시도했다. 갈증이 심하다며 집 냉장고에서 술과 음료를 꺼내 마시기도 했다.

 

김씨가 이번 범행 전에 수개월간 피해자 중 큰딸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며 집착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범행 전 큰딸과 연락을 주고받던 중 큰딸이 실수로 노출한 집 주소를 보고 계속 찾아가 만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큰딸의 연락처가 차단되자 다른 전화번호 등을 이용해 계속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주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큰딸이 범행 수개월 전부터 김씨의 스토킹으로 두려움을 호소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성범죄를 포함한 전과 3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자신의 신음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여고생에게 수차례 전송했다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지난달 10일 벌금 200만원을, 지난해에는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안을 훔쳐봤다가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죄로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앞서 미성년자였던 2015년에도 성적인 욕설을 해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범죄에 이르게 된 김씨가 과거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다는 동창생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학창 시절을 함께한 동창생들은 그가 청소년기에도 유난히 분노 조절을 어려워하고 누군가에게 집착하는 성향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씨의 친구였다는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김씨가 "장난을 치다가도 갑자기 욕을 하고 화를 냈다"며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예시를 들 수는 없지만, 그런 부분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이 끊긴 친구들에게 '잘 지내냐'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만나면 '오늘 너희 집에서 잘 수 있냐', '오늘 못 만나면 너희 집 가도 되냐'고 물어 친구들을 부담스럽게 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다른 동창생 B씨도 "(김씨가) 중학생 때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 잘 풀리지 않으면 씩씩거리며 사람을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며 "종종 화를 다스리지 못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분노조절장애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범행 수법과 전후 맥락을 볼 때 그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틀씩이나 범행 현장에 머물러 그 집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생존을 하는 등 일반적 행동 패턴과는 상당히 달랐다"면서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집요하게 3명을 차례대로 사망에 이르게 했고 현장에서 이틀 보내면서 증거를 인멸시키기 위해 옷도 갈아입고 그랬다. 굉장히 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인 건 분명해 보이고, 그래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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