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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학의 사건’에 靑민정비서관 개입… 성역 없이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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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5 23:13:45 수정 : 2021-04-05 23: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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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지기 전날인 2019년 3월22일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이규원 검사가 출금과 관련해 연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재조사를 맡았던 이 검사는 이 비서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변호사 시절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사이다. 사실상 이 비서관이 이 검사에게 불법출금을 지시했다는 얘기 아닌가.

수원지검은 차 본부장으로부터 “이 비서관이 이 검사를 소개했으며,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검사가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교통정리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법무부에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요청할 검사가 필요했는데 그 부분을 이 비서관과 이 검사가 해결해줬다는 것이다. 이 비서관과 차 본부장은 민변에서 함께 활동했다. 결국 이들 3명이 불법 출금을 짬짜미했을 개연성이 높다.

2017년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시작으로 민정비서관까지 오른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과 장자연 사건 재조사, ‘버닝썬 사건’ 수습 등의 배후로 꼽히고 있다. 윤규근 전 총경과 버닝썬 사건 무마용으로 김 전 차관 사건을 부각시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발 ‘기획 사정’의 장본인이라는 의혹을 사는 이유다. 그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수사도 받았다. 이 비서관이 청와대 윗선으로 향하는 ‘핵심 고리’로 보이는 만큼 검찰은 서둘러 소환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첩사건 기소권을 갖겠다”고 해 마찰을 빚고 있다. 대검은 검찰이 수사한 검사 사건의 기소 여부를 공수처가 최종 판단하는 데 공식 반대했다. 법조계에선 사건을 이첩하면 기소권도 넘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수처가 청와대 권력비리 수사를 방해한다는 오해를 사선 안 될 일이다. 지금은 기관끼리 권한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 사건을 성역 없이 수사해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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