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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구조조정… 10년 내 1억명 실직한다 [심층기획-빨라지는 '일자리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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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23 06:00:00 수정 : 2021-03-23 07: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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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선진국 6개국·신흥국 2개국 분석
재택근무·전자상거래·배달업·AI 확산
요식업·제조·서비스업 종사자들 ‘위태’

코로나 이전에는 9500만명 실직 예상
팬데믹 여파로 11%↑… 선진국서 급증

세계적 수준 ICT 인프라 등 갖춘 한국
기술 발전에 일자리 55% 대체 확률 커

정규직·비정규직 등 이중화 해소 시급
직업훈련도 현장 요구 스킬 교육 필요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10년 안에 실직의 위기에 내몰릴 근로자가 1억명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일자리 전환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 등 각종 변화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보다 적절하고도 빠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10년 내에 1억명 이상 실직… 선진국일수록 심해

 

22일 맥킨지의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work after COVID-19)’ 보고서에 따르면 6개 선진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스페인·영국)과 2개 신흥국(중국·인도) 등 8개 국가에서 2030년까지 1억590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 전환의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예상한 9500만명에 비해 약 11%(약 1100만명)가 늘어난 규모다. 선진국들만을 따지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0~25%가 늘어날 정도로 증가 폭이 더욱 크다.

 

맥킨지는 8개 국가의 800개 직업과 2000개 직무를 분석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이들 8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 GDP(국내총생산)의 약 62%를 각각 차지한다.

 

국가별로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전환에 놓이는 근로자는 △미국 1710만명(10.1%) △일본 580만명(9.2%) △독일 390만명(9.2%) △프랑스 250만명(8.7%) △스페인 160만명(8.3%) △영국 270만명(9.1%) △중국 5440만명(7.4%) △인도 1790만명(3.4%) 등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추가된 비율은 선진국이 0.5~2.2%로 신흥국(0~0.8%)보다 다소 높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자리 전환의 이유로 자동화, 소득 증가, 고령화, 기술 발전, 기후변화, 인프라 투자, 교육수준 향상, 무급 노동의 시장 편입 등이 꼽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자리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는 주요 세 가지 이유가 추가됐다.

 

첫째로 재택근무와 같은 원격업무의 확대다. 2030년 무렵 선진국 근로자의 20~25%가 원격업무를 하게 될 것이고, 신흥국에서는 근로자의 10%가 주 3~5회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4~5배 빨라진 것으로, 컴퓨터 기반의 업무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짙어진다. 둘째로는 전자상거래와 배달업의 발달이다. 이로 인해 여행·레저 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 붕괴가 진행되는 반면, 물류업이나 라스트마일 배송(문 앞 혹은 최종 소비자까지 이르는 물류의 최종 단계) 등과 관련한 일자리는 늘어난다. 마지막은 로봇 및 인공지능(AI)의 도입 확산으로, 공장과 물류창고에는 로봇이 늘어나고 고객 창구에는 키오스크와 서비스로봇이 확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 전환에 내몰린 근로자가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주요 업종으로는 사무 지원과 생산직, 고객 서비스, 요식업 등이 예상된다. 반면 전문직일수록 기존에 몸담던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찾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허재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0년간 세계경제 역사에서 경제의 대부분 영역에서 소비와 수출이 격감하고, 중간재 공급부진으로 생산활동이 멈춰서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며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사람과 조직, 국가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톰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남긴 상처가 영구적이지는 않겠지만 치유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킨 총재는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아시아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AIC)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서 고용은 2018년 말까지 2009년 수준을 유지했고 이후 소폭 회복했다”며 “비슷하게 2000년대의 제조업 고용 감소도 러스트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근로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시장에서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전환 대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시급”

 

보고서의 대상 국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로봇협회(IFR) 기준 산업용 로봇 사용률이 전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산업 현장의 변화 속도가 여느 국가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5G(5세대 이동통신) 등 각종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가 세계 수준인 것도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세움 연구위원이 2015년 발표한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의 55~57%가 수십 년 내에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70% 이상(고위험군)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연구방법으로 미국에서 고위험군으로 상정된 일자리 비중이 47%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지 7년이 지난 만큼 속도는 더욱 빨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저학력 근로자, 여성, 소수민족, 청년 등일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위기에 취약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주요 업종이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제조업 등에서 고용 감소 폭이 컸다.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 형태 등 ‘긱 경제’ 종사자 편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제학)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임금 일자리 위주로 늘어난다면 기업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사회 전반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커진다”며 “고용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늘리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자리 전환 문제와 관련해 언급되는 대표적인 해결책은 ‘직업 훈련’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직업 훈련은 기존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기업 또한 신입 채용 대신 경력 채용을 늘리는 등 관련 투자를 줄여가는 추세다. 허재준 연구위원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직업훈련은 도덕적 해이 등 부정적인 부분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교육 제공자에게 교육장(교실)이나 관련 인프라를 갖추도록 하는 등의 규제에 묶여 있다”며 “변화하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스킬을 가르쳐주고, 시연해볼 수 있는 직업훈련 서비스 풀을 확보하기 위해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교수는 “일자리 변화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문직과 일반직 등 노동시장의 이중화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스매치가 해소되기는 힘들다”며 “산업 구조 개편 및 규제 혁신 등과 더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터 성평등 문제 대응 땐 세계 GDP 13조弗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성의 일자리가 남성의 일자리에 비해 1.8배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1조달러 감소하지만, 적절한 조치가 뒤따른다면 오히려 13조달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맥킨지의 ‘코로나19와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률은 여성(5.7%)이 남성(3.1%)보다 약 1.8배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맥킨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심화한 일자리의 성평등 문제와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첫째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 둘째는 코로나19가 잦아든 뒤(2024년 이후) 대응하는 것, 마지막으로 당장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여성이 일터에서 취약해지는 상황을 잘 바로잡으면서 2030년을 맞이한다면, 성평등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실업률을 추산하는 것에 비해 글로벌 GDP는 13조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가 잦아든 뒤(2024년 이후) 뒤늦게라도 대응한다면 8조달러가 증가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GDP는 1조달러 감소할 것으로 맥킨지는 예측했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고용에서 여성의 비중은 39%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전체 일자리 손실의 54%를 차지한다”며 “가장 큰 이유는 돌봄의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여성이 떠맡는 육아와 노인 돌봄, 요리·청소 등 돌봄(급여를 받는 돌봄노동자를 제외한 무급 돌봄 행위만을 뜻함) 업무는 전 세계적으로 평균 75%에 이른다. 남아시아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80~90%까지 올라간다.

 

코로나19로 교육기관을 비롯한 각종 돌봄 관련 서비스 기관의 휴업이 늘어남에 따라 돌봄 행위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다. 가족에 대한 여성의 돌봄 부담은 인도에서 30% 증가했고, 미국에서는 1.5~2시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여가 줄더라도 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업무로 전환 또는 이직을 고민하는 여성은 15%로, 11%인 남성보다 비중이 컸다. 10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여성 17%, 남성 13%로 비중이 더 커졌다.

 

아예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도 여성이 18%로 남성(11%)보다 많았다. 10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여성 23%, 남성 13%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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