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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침없이 北·中 비난… 고심 깊은 文정부

입력 : 2021-03-19 06:00:00 수정 : 2021-03-19 08: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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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주요 현안 이견 노출

블링컨 “中, 인도·태평양 안전 위협”
우리측 의견으로 성명 포함 안된 듯

쿼드 놓고도 양측서 엇갈린 발언
블링컨 “韓 협의” 정의용 “요청없어”

“전작권 조건 충족 시간 걸릴 것”
文정부 임기내 완료 구상에 차질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사진촬영을 한 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에서 미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북한과 중국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북·미대화를 조기에 재개하려는 우리 정부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개된 공동성명도 양국 사이 이견이 노출된 부분은 빠진 채 작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도 재차 노출됐다.

◆일관된 北·中 비난… 난감한 한국

미국 측 인사들은 이번 방한에서 중국 비판에 거침이 없었다. 전날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2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다고 재차 언급한 것이나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 것 등이다.

그럼에도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측과의 의견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견제 목적이 다분한 쿼드(Quad)와 관련, ‘비공식적 유사입장국 모임’이라면서도 쿼드에서 다루는 주요 현안들은 한국과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쿼드에 대한 한국의 기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번에 쿼드에 직접 참여 요청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눈에 띄는 것은 블링컨 장관이 쿼드와 관련해 “한·미·일 3자 협력과 일맥상통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한 축은 쿼드, 다른 한 축은 한·미·일 3자 협력을 그 뼈대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행동 때문에 우리 동맹 간 공통된 접근법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이런 시기일수록 중국의 반민주주의적 행동에 대항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중국은 미국 국방부 입장에서 장기적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동맹을 지키기 위한 능력,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며 “우리에게는 아주 많은 능력들이 있으며 계속해서 연합군으로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도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도록 설득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이 발언에 대한 질문에 “‘쌍궤병진’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확고히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쌍궤병진은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는 해법이어서 자신들을 견제하면서도 북핵 공조를 원하는 미국에 중국이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성명에선 또 ‘북한 비핵화’ 대신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이 동맹의 우선 관심사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지난 16일 미·일 2+2 공동성명에서와 다른 점인데 한국 측 입장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낸 이날도 강도 높은 언사로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비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로선 불편한 내용을 공동성명에서 제외할 수 있어 한숨을 돌렸지만, 향후 동맹관계 설정에 더 큰 고민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현충탑에서 참배를 마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전작권 관련, 한·미 간 이견 노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한·미 2+2 회의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전환) 조건들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 의지를 보여온 우리 정부와는 상반된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올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환시기를 정한다는 정부 계획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10일 열린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언급한 ‘합동긴급작전소요’(Joint Emergent Operational Need) 확보 등 주한미군 전력 증강에 대한 연장선이다. 올해 주한미군 사드 성능개량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미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안보위협 등 국제적 정세를 고려할 때 한·미·일 안보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우리도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왼쪽)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사인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2 회의’ 직후 방위비 합의문 가서명

 

18일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직후 양측은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합의문에 가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시절 중단됐다가 5년 만에 열린 2+2 회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대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17층 로비에서 열린 가서명식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서욱 국방부 장관과 전날 방한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한·미 장관 4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측은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 미국 측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가서명을 했다. 이들이 서명 후 취재진을 향해 협정문을 들어 보이자 한·미 장관 4명은 박수를 쳤다.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 만인 지난 7일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13.9% 인상하고, 향후 4년간 매년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블링컨·오스틴 장관을 접견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발전한 비결은 공통의 가치와 철학으로 어려운 현안에도 솔직하고 긴밀하게 협조해 공조방안을 찾아온 지혜와 전통에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동맹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4월에 화상회의 형태로 열리는 기후변화정상회의 참여를 고대한다고 하자 “기꺼이 참석하겠다”며 수락했다.

 

홍주형·박병진·박수찬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이도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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