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쇳물보다 뜨겁게 손 잡아주오 [포토뉴스]

입력 : 2021-03-14 08:00:00 수정 : 2021-03-14 01:37:49

인쇄 메일 url 공유 - +

111년 장인의 혼 잇는 주물 공장 ‘안성주물’

펄펄 끓는다. 1850℃를 훌쩍 넘는 쇳물이 용광로에서 내려온다. 이곳은 경기도 안성 계동마을 산자락에 위치한 주물공장. 숙련된 직원들이 통에 쇳물을 받기 시작한다. 쇳물이 식기 전 빠르게 가마솥 모양의 거푸집(틀)에 붓는다. 공장 바닥에 줄 세워진 다양한 크기의 거푸집에 쇳물이 다 채워질 때쯤 공장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5분쯤 지났을까? 빨갛게 달아오른 무쇠 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장 한쪽에선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강력한 토치로 가마솥을 달군 뒤 참기름을 발라준다. 2~3번쯤 반복했을까? 가마솥의 시커먼 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성주물의 가마솥은 공장에서 막 찍어낸 듯한 매끄러운 모습은 아니다. 자세히 보면 어딘가 울퉁불퉁하지만 쇳물을 붓는 작업부터 길들이기까지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안성주물공장 기술자들이 1850℃ 이상의 쇳물을 가마솥 모양의 거푸집(틀)에 붓고 있다.
김성태 전수자가 주물제품에 참기름을 바르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안성 주물공장은 콩기름이나 식용유가 아닌 참기름을 사용한다.

안성주물은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111년 역사의 주물 공장이다. 1910년, 조선의 3대 시장 중 하나로 불리던 안성장에서 김성태 대표의 증조할아버지가 가마솥을 때우는 일로 안성주물의 역사는 시작됐다.

안성주물공장 용광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용광로의 온도는 2100℃ 이상이다.
4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직원이 거푸집에서 막 나온 솥뚜껑을 옮기고 있다.

이후 가족과 함께 작은 공장을 세워 가마솥을 만들기 시작했고 현대적인 주물 공장으로 확장했다. 김 대표는 1987년부터 경기도 무형문화재 45호인 아버지 김종훈 주물장과 함께 일하기 시작해 지금은 무형문화재 전수자로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다. 작업장 한편에 깨진 솥뚜껑이 보였다. 습도 조절과 쇳물 주입이 잘못된 실패작이다. “가마솥 하나하나를 작품으로 생각하고 만듭니다. 상품에 조금만 흠이 가도 출고하지 않습니다. 그게 명품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선지 우린 단골이 없습니다. 가마솥은 한 번 사가면 20~30년 이상 쓰기 때문입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뜨겁고 힘든 작업에도 김성태 전수자와 직원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가마솥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안성주물공장에서 직원이 거푸집에서 나온 가마솥을 다듬고 있다.
고된 작업으로 까맣게 그을려 있는 김성태 전수자의 손.

김 전수자에게도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안성주물의 가업을 이어나갈 기술자들이 없다는 것. 현재 공장에는 8명의 기술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이 40~50년 경력자다. 안성주물의 또 다른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언젠가는 은퇴할 날이 올 것이다.

글·사진=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오피니언

포토

[포토] 아이브 가을 '청순 매력'
  • [포토] 아이브 가을 '청순 매력'
  • 고소영, 53세에도 청순 미모
  • 한소희, 완벽 미모에 감탄…매혹적 분위기
  • 아이유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