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성희롱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만졌지만 성희롱은 아니다’란 석연찮은 이유를 대며 사퇴요구에 선을 그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성희롱 의혹에 공개 사과했다.
그는 “내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했다는 걸 이제 이해하게 됐다”며 “의도된 것은 아니었으며 진심으로 마음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거론되던 쿠오모는 지난해 말부터 터져나온 성희롱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지금까지 전직 보좌관과 비서, 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여성 등 3명이 성희롱 피해를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서 쿠오모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만진 것에 대해 “내 습관적인 인사 방식이다. 내 아버지가 사람들과 인사하는 방식이기도 했다”며 부적절한 접촉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주지사직에서 물러나라는 사퇴론에 대해서도 “나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난 뉴욕 주민들에 의해 선출됐다”고 일축했다.
피해자들은 쿠오모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쿠오모의 기자회견 뒤 그의 보좌관이었던 린지 보일런은 트위터를 통해 “당신(쿠오모)이 측근에게 부적절하게 구는 걸 ‘몰랐다’고 하는데, 어떻게 뉴욕 시민들이 당신을 믿을 수 있겠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보일런은 지난해 12월 쿠오모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폭로한 인물이다.
또 다른 피해자의 변호인도 이날 쿠오모의 회견은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로 가득했다고 지적하며 “쿠오모가 여성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걸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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