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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무적함대에 맞선 시진핑의 ‘항모굴기’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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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28 06:00:00 수정 : 2021-02-26 20: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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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두번째 항모 산둥함이 터그보트의 지원을 받으며 항구를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

 

2019년 12월 17일 중국 하이난성 샨야 해군기지. 5000명의 군인과 공산당 지도부 등이 모인 자리에 시진핑 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의 취역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시 주석인 이날 행사에서 “항모의 성과에 확신을 나타내고, 더 분발해 당과 인민을 위해 새로운 공을 세우자”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산둥함이라는 이름과 12월 17일이라는 날짜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 이날은 중국의 첫 근대적 해군인 북양함대(1888년)가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창설된 날이다. 

 

영국과 독일에서 구매한 함정 55척으로 구성된 북양함대는 청나라의 상징이자 동아시아 최강의 함대였다. 하지만 1894~1895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궤멸되고 말았다.

 

북양함대 창설 날짜에 맞춰 취역식을 열고 항모 이름을 산둥함이라고 명명한 것은 120여 년만에 중국 해군이 다시 일어섰다는 것을 과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 해군에 맞설 ‘항모굴기’가 본격화한 셈이다.

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함이 닻을 내린 채 항구에 머물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 해군력 증강의 선두 주자

 

급성장하는 중국 해군 전력의 선두 주자는 항모다. 랴오닝함과 산둥함 건조로 중국은 러시아와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2위의 항모 보유국이 됐다. 영국과 동급인 셈이다.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는 차세대 002형 항모의 첫 번째 함정에 대한 최종 조립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세 번째 항모인 이 함정은 이르면 올해 말 진수해 2024년에 전력화될 예정이다.

 

장난조선소에서는 동급인 네 번째 항모 건조를 위한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001형으로 분류되는 랴오닝함, 산둥함과 002형은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다른 함정이다. 

 

가장 큰 차이는 항공기 이륙방식이다. 좁은 갑판 위에서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001형 항모는 러시아 쿠츠네초프 항모처럼 배의 앞부분이 약간 들려 있다. 함재기 이륙을 쉽게 하고자 스키점프대를 설치한 결과다.

 

스키점프대는 사출장치와 수직이착륙기를 만들기 어려웠던 중국의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함재기 이륙에 필요한 활주로 길이는 짧아지고, 이륙중량은 늘어난다. 반면 함정 중량 증가, 갑판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 등의 단점이 있다.

 

중국은 세 번째 항모부터 전자기식 사출 장치를 갖춘다. 기존 증기식 사출기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최신 기술이다. 중국의 항모 기술 ‘원조’인 러시아를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기식 사출 장치는 중국 해군의 골칫거리였던 J-15 함재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30여년 전 러시아가 만든 SU-33을 복제한 J-15의 이륙 최대 중량은 33t, 착륙 시 중량은 17.5t이다. 세계 각국의 함재기 중 가장 무겁다. 

중국 항모 랴오닝함이 소형 선박들의 지원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J-15의 중량은 미 해군 니미츠급 핵항모에 탑재된,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강력한 수증기의 힘으로 전투기를 급가속하는 증기식 사출장치로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를 해결하고자 중국 해군은 002형에 전자기식 사출장치를 적용한다.

 

미국 차세대 핵항모 제럴드 포드함에 처음 적용된 전자식 사출장치는 전기를 이용해 증기식보다 훨씬 강력한 힘으로 전투기의 이륙을 돕는다.

 

외신들은 중국이 핵 항모도 아닌 재래식 항모에 전자식 사출장치를 적용한 것은 마웨이밍 해군 소장이 이끈 팀이 개발한 통합전력체계(IPS)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통합전력체계를 적용해 기존 항모보다 전력을 40%나 절감, 전자식 사출장치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출장치를 장착하면 항모의 크기도 커진다. 002형의 만재 배수량은 8만~8만5000t으로 추정된다. 냉전 시절 미 해군이 운용했던 키티호크급 재래식 항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함재기 40여 대를 탑재하는 산둥함보다 더 많은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다. 

 

중국은 002형이 남중국해로 진출할 가능성에 대비, 최남단 하이난섬의 싼야 해군기지에 드라이독(dry dock:선박 건조 및 수리 장소)을 건설하는 등 작전 지원 체계도 갖추고 있다.

 

원자력 추진체계는 단기간 내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지상 원자로 개발 경험이 많고 항모 건조 기술도 있지만, 항모에 탑재할 만큼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서 강한 출력을 내는 소형화, 경량화 기술 확보 여부는 미지수다.

 

핵추진잠수함 원자로가 있으나 J-15 이륙에 필요한 맞바람을 만들 만큼의 속도(30노트)를 낼 출력을 얻기는 쉽지 않다.

 

중국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 쇄빙선 원자로 기술 도입을 시도하면서 핵동력 선박 시스템 평가 모델 개발에 나서는 등 기술 확보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원자로 기술이 확보되면 2020년대 다롄 조선소에서 건조될 다섯 번째 항모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니미츠급 핵항모와 맞먹는 10만t짜리 중국 핵항모가 등장하는 셈이다.

중국 해군 항공대 J-15 전투기가 랴오닝함 갑판에 착함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계도 적지 않아…운용개념 확립 등 난제 ‘산적’

 

극복해야 할 한계도 많다. 중국 해군의 함재기 J-15는 1980년대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F-35C,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 등은 F-35B를 사용한다. 2040년에 등장할 프랑스의 차세대 핵항모는 6세대 전투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함재기 격차가 너무나 크다.

 

중국도 FC-31 스텔스 함재기 개발을 진행중이지만, 엔진 문제로 실전배치까지는 2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투기 엔진 문제는 J-15에서도 발생했다. 자국산 엔진 성능이 미흡해 러시아산 AL-31F 엔진을 사용해야 했다. 

 

성능개량을 통해 수명이 길고 튼튼하며 출력이 강한 자국산 엔진을 만들어냈지만, F/A-18에 장착된 F414 터보팬 엔진에는 못미친다. 

 

항모 운용 경험 부족에 따른 개념 정립도 난제다. 항모는 잠수함, 호위함, 보급함 등과 함께 항모 타격단을 구성해 작전을 한다.

중국 항모 랴오닝함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로 다른 함정들간에 유기적인 작전체계를 구축하면서 항모 방어 작전을 진행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융합해 함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이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다. 고도로 숙련된 승무원들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 등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미국, 프랑스, 인도 등은 오랜 항모 운용경험을 갖고 있으나 중국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격차를 단기간 내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같은 문제는 태평양 해역에서의 작전에서 두드러진다. 원양에서의 항모 작전은 수개월이 걸리는 원정작전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서해에서 해상작전을 수행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중국 공산당이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당장 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다.

중국 해군 052D급 호위함이 훈련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방국이 없다는 것은 중국 항모의 작전에서 드러나지 않는 취약점 중 하나다.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가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출항했을 때, 미 해병대와 네덜란드 해군의 지원을 받았다. 인도태평양 해역에 도착하면 호주 등 우방국들이 함정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 경항모 카보우르함도 최근 대서양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건너가 F-35B 운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항모는 이같은 지원을 해 줄 우방국도 원정기지도 없다. 아프리카 지부티에 기지가 있으나 일본 요코스카처럼 군수지원과 교육훈련 등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중국 항모의 입항 및 수리를 도와줄 우방국도 거의 없다.

 

이는 태평양에서 미 해군과 상대할 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러시아 발트함대는 발트해에서 극동으로 이동했지만, 일본의 동맹국이던 영국의 방해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했고, 기항도 실패했다. 그 결과 대한해협 해전에서 일본에 참패하고 말았다.

중국 해군 수병들이 해군 창설 기념식에 참석해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중국의 이같은 약점을 간파,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연안에 가두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포위망을 정면돌파해 대만을 넘어서서 태평양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2030년대에는 4척 이상의 항모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돼 중국의 ‘항모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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