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당시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부산 동구 부구청장이 개인적인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부산시정을 책임진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에 이어, 지하차도 관리 지자체 최고 책임자까지 술자리 때문에 자리를 비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23일 부산 동구 A부구청장이 사고 당일 개인적인 술자리를 덮기 위해 근무일지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법정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오전 부산지법 최진곤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린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A씨가 사고 당일인 지난해 7월 23일 오후 6시 40분쯤 구청을 나와 개인적인 술자리를 가진 뒤, 오후 9시쯤 구청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휴가 중이던 구청장이 곧 복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리를 잠시 비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래정책이 부산 도구로부터 건네받아 공개한 사고 당일 A씨의 근무일지에는 오후 5시 30분과 6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날 법원에서 기진 영장실질심사에서 A씨의 근무기록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가 사고 당일 개인적인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동구 직원 대부분은 알고 있었지만,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인 책임을 떠나 고위 공무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매뉴엘에 따르면 구청장도 호우경보 발령 때 재난에 대비해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부구청장은 개인적인 술자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며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이번 기회에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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