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영면한 김형영 작가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출간

입력 : 2021-02-24 03:00:00 수정 : 2021-02-23 20:34: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려뽑은 시 213편 담아

“50년을 파먹었는데/ 아직도 허기가 진다”(‘시를 쓴다는 것’ 부문)는 원로 시인 김형영(사진)은 숙환으로 저 세상으로 떠난 지난 15일, 평생 동안 쓴 시들 가운데 뽑아 묶어낸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투병 중 마지막까지 가다듬던 그의 시들은 아케론강을 외롭게 건너던 그에게 기꺼운 존재였을 것이다.

“헛것에 홀려/ 떠돌다/ 떠돌다 넘어져/ 돌아보니/ 아이쿠머니나,/ 천지 사방이 여기였구나// 평생이 이 순간이구나”(‘화살시편 10-돌아보니’ 전문)

 

시선집에는 자신의 시집 10권에서 가려 뽑아 가다듬은 시 213편과 오랜 지기인 평론가 김병익의 해설과 연보가 소담스럽게 담겨 있다. 특히 자신의 인생을 ‘관능적이고 온몸으로 저항하던 초기’(1966-1979), ‘투병 중에 가톨릭에 입교해 교회의 가르침에 열심인 시기’(1980-1992), ‘종교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시기’(1993-2004), ‘자연과 교감하며 나를 찾아 나선 시기’(2005-2019) 네 개로 구분해 각 시기의 대표작을 담았다.

특히 종교에 귀의했다가 자유를 찾아 나선 시인이 노년에 눈을 돌린 곳은 자연이었다. 2005년 이후 시들엔 존재와 일상의 작고 소박한 ‘사태’에 곰삭아지는 그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으니.

“남 칭찬하고/ 술 한잔 마시고,/ 많이는 아니고/ 조금, 마시고/ 취해서/ 비틀거리니/ 행복하구나./ 갈 길 몰라도/ 행복하구나.”(‘조금 취해서’ 전문)

전북 부안 출신으로 1966년 ‘문학춘추’ 신인상과 1967년 문공부 신인예술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1973년 ‘침묵의 무늬’를 시작으로 시집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홀로 울게 하소서’, ‘화살시편’ 등을 펴냈다. 현대문학상, 육사시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김용출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