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들어 신용대출 증가세 꺾였다

1월 비해 잔액 4400억 줄어
당국 규제·빚투 열풍 식어

사진=뉴스1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가파르게 상승하던 은행권의 신용대출 잔액이 2월 들어 약 4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하는 등의 규제가 더 깐깐해진 데다 새해 들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주식시장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용대출의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설 연휴 직전인 지난 9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7883억원으로 지난 1월 말(135조2273억원)에 비해 4440억원 줄어들었다.

신용대출 수요가 월초라 줄어든 것도 아니다. 지난달엔 8영업일 만에 신용대출 잔액이 1조7000억원이나 늘어난 바 있다. 2월 들어 7영업일 동안 신용대출 잔액이 4400억원 줄어든 것은 분명 끝을 모르고 치솟던 신용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이처럼 신용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2~3년 안에 가계신용 증가율을 연 4~5%대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엔 가계부채 증가율이 8.0%였다. 2~3년 안에 가계부채의 증가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월 신용대출을 2조원대로 맞춰 관리하는 총량규제도 부활하면서 은행권은 대출한도를 축소하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식투자 열풍이 한풀 꺾인 것도 신규 대출 수요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3200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이후 3000선이 깨지기도 했고, 현재는 3000~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에 개인투자자의 증권계좌 예탁금은 지난달 말 70조2202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 9일엔 65조2489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줄었다.

다만 이대로 신용대출의 수요가 계속해서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부터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이 시행되는데,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한 ‘막차타기’ 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조정 국면에 접어든 주식시장이 숨고르기가 지나고 다시 상승장이 재현되면 신용대출 수요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한때 주택담보대출의 우회로로 많이 사용됐다면, 최근엔 주식투자에 대부분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오르면 신용대출 수요가 커지고, 떨어지면 줄어들고 있다.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신용대출 수요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