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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노인회 만들어 남북관계 물꼬 트는 가교 역할 할 것” [황용호의 一筆揮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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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06 06:00:00 수정 : 2021-02-05 21: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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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대한노인회장
고등학생 시절 장래 희망은 목사
3·15 의거 겪으며 정치가로 바꿔
국회의원 도전 2전3기 끝에 당선
3선 의원 시절 노인 문제에 관심
여야 참여 노인복지연구회 발족
토론·좌담회 통해 정책 이끌어내
의원 그만둔 후 동네경로당 설립
대한노인회장 2전3기 끝에 당선
복지증진·권익시장 방안 추진 중
국회 상임위에 맞춰 정책위 구성
노인회 입장 개진 대변인제 신설
국정 전반에 걸친 대안 제시 계획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노인행복부 신설, 노인 건강증진센터 건립뿐 아니라 남북노인회를 창설하고 세계노인회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남제현 선임기자

김호일(79) 대한노인회장은 집념이 강하다.

3선 의원을 지낸 그는 대한노인회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듭된 낙선에도 뜻을 접지 않고 2전3기 끝에 당선된 오뚝이다. 목사를 하고 싶었던 그는 고3 때 일어난 3·15 마산 의거를 겪으며 정치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다가 숨진 희생자들을 보며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12, 13대 총선에서 연거푸 떨어져 여의도 국회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으나 낙심하지 않았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약수터를 방문하고, 목욕탕에서 이웃 사람들 등을 밀어주고, 재래시장과 식당에 들러 지역민들과 어울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이런 노력과 열정은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 후보를 63표 차이로 누르고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결실을 거두었다.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그는 어릴 적 꿈꿨던 목회자의 길을 걷기 위해 뒤늦게 신학대학에 입학해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의원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노인문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그가 사는 동네 경로당을 주도적으로 창립하고, 주변의 권유로 경로당 회장까지 맡았다. 국회의원 출신으로 격에 맞지 않은 경로당 회장을 수락한 것은 노인문제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한국 노인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노인의 복지 증진과 권익 신장을 위해 2014년, 2017년 대한노인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차점으로 연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실시한 회장 선거에 세 번째 도전해 압승을 거뒀다. 2013년 여름부터 만 7년을 전국 245개 시·군·구 지회, 16개 광역시·도 연합회를 찾아 노인회의 애로사항과 개선책을 들으며 대의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득표로 연결된 셈이다.

김 회장은 대한노인회와 북한노인회가 참여하는 남북노인회를 창설해 양측 간 교류협력을 통해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세계노인회 기구를 만들어 전 세계 노인이 하나가 되는 운동도 펼친다는 각오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 회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집념이 대단하다.

“12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7명 중 5위를, 13대 총선에선 3명 중 2등을 했고, 14대 총선에 당선됐다. 10년간 지역을 다졌더니 ‘(14대 총선에) 국회의원 한번 시켜 주자’는 동정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현역 의원이 여당 후보였고, PK(부산·경남) 지역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성이었다. 그때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10만명이 모인 마산시민 앞에서 찬조연설을 통해 ‘김영삼이를 보고 찍어달라, 내가 연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데 마산에서 우리 당 후보가 떨어지면 망신’이라며 여당 후보를 꼭 찍어 달라고 호소했는데도 63표 차이로 이겼다. 2014년 16대 노인회장 선거에 나와 5명 중 2등을, 2017년 선거에선 3명 중 2등을 했다. 세 번째 출전해 5명 중 압승했다.”

―성동구 옥수동 풍림아이원 경로당 회장을 한 배경은.

“의원 그만두고 2013년 내가 사는 동네 아파트의 경로당에 가입하려고 했으나 경로당 설립이 안 돼 있었다. 집집이 찾아가서 경로당 설립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며 설득했고, 35명이 호응해 경로당을 만들었다. 그들이 경로당 회장을 맡아 달라고 해 수락했다. 대한노인회는 6만8000개 경로당을 주축으로 각 시·군·구 마다 245개 지회가 있고, 그 위에 광역 16개 시·도 연합회와 중앙회가 있다. 노인 활동의 기초이며 최일선인 경로당을 창립해 회장 하며 노인회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파악했다.”

―오래전부터 노인문제를 연구한 동기는.

“2000년 3선 의원 할 때 한국의 노인인구는 7.2%로, 유엔이 말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해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 노인문제가 국정 운영의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에 노인문제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 ‘국회 노인복지정책연구회’을 발족했고, 회장을 맡았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희태·문희상 전 국회의장,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 의원 1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했다. 분기마다 노인문제 정책 토론회와 좌담회를 개최하고, 언론 기고를 통해 노인 정책을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로 추진해야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정회에 여러 분과가 있다. 노인복지는 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추천해 헌정회 노인복지정책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목회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계기는.

“고교 때 우연히 교회에 발을 내디딘 후 신앙심에 푹 빠져 교회 학생회장과 마산 시내 전체 교회 학생회장을 했다. 고3 때 3·15의거를 겪으며 장래 희망이 목사에서 정치가로 바뀌었다. 국회를 떠난 후 학창시절 목사가 되려고 기도하고 노력했던 일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나님이 나를 정치인으로 세상 경험을 시킨 후 목사를 하라고 여겨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목사가 된 후 교회를 개척해야 하는데 보증금이 없어 교회를 꾸리지 못했다. 그동안 쓰던 사무실에서 15명이 모여 예배를 올렸다. 이를 본 모 목사가 서울 논현동에 있는 자신의 교회를 드리겠다고 배려해 교회를 본격적으로 개척할 수 있었다. 개척교회를 한 지 1∼2년 만에 100명의 교인이 모였고, 주변에선 ‘기적’이라고 했다.”

―대한노인회 회원의 복지 증진과 권익 신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우리 경제는 세계 10위권인데. 노인복지는 세계 60위권이다. 우리나라 노인복지 지표가 100점 만점에 44점이다. 정치권과 예산을 다루는 정부 부처는 한정된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겠지만 우는 아이 젖 주듯 목소리가 큰 단체나 조직에 우선 배정하는 측면이 있다. 노인들은 10위권 경제국가로 발전하는 데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고한 장본인인데도 ‘나라가 어려운데 우리까지 보챌 수 있나’라는 마음으로 국가에 강하게 예산을 요구하지 않았다. 당국자를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크게 안 보채 노인 관련 예산은 배정 단계에서 후순위로 밀려 노인복지가 굉장히 열악한 편이다.

현재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올해부터 전체 노인의 70%까지 확대한다. 선진국은 약 100만원을 지급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내 임기 동안 100만원을 모든 노인에게 주도록 노력하겠다. 최소한의 생활을 기준으로 노인에게 필요한 용돈은 하루 1만원, 한 달에 30만원이다. 대중교통비와 점심값을 무료로 해결하면 노인들이 하루 1만원을 온전히 건강과 문화생활에 쓸 수 있다. 서울은 지하철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나 지하철이 없는 지방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아 중소도시 버스 무임승차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미 노인무상 대중교통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 무료 점심 급식은 종교시설이 장소를 제공하고, 로터리클럽과 라이온스클럽 등 봉사단체가 쌀과 반찬 등을 지원하고, 부녀회는 밥 짓고 설거지를 하는 민간 3단체가 어우러지면 전국 각지에 가능하다. 정부와 대한노인회가 무료 점심 급식에 참여하는 단체에 감사장과 표창장 등 명예를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인행복부’ 신설과 ‘노인 건강증진센터’ 건립을 공약했다.

“지금 노인인구가 850만명이며 2024년엔 1000만명이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인을 전담하는 부처를 독립시켜야 복지 증진 정책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노인들이 스포츠 활동을 해야 건강하게 살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노인 건강증진센터’를 건립하면 시·군·구마다 헬스, 수영장, 탁구장 등이 생겨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노인들이 체육·문화 활동 등을 하며 건강해진다면 1년에 약 33조원이 지출되는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대한노인회를 사단법인에서 법정 단체로 바꾸려는 이유는.

“사단법인은 입회원서를 써야 회원이 된다. 노인인구 850만명 중 270만명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전체 노인 3분의 1 정도다. 65세 이상은 다 노인인데 입회원서를 안 쓴 사람이 다른 단체를 만들면 조직의 혼선과 예산 낭비 등 비효율적이다. 노인회가 법정 단체가 되면 65세 이상은 자동 회원이 된다. 사단법인은 자체 수익사업을 할 수 없어 국가 예산 지원만으로 운영돼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노인회법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노인을 ‘혜인(慧人)’으로 부르자고 주장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을 뒷방 늙은이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노인이라는 용어를 바꿨으면 어떻냐고 유명한 소설가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혜인(慧人)으로 하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그 후 노인 대신 혜인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혜인을 사용하면 인식이 달라지지 않겠나.”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유엔이 노인 연령을 65세로 규정했고, 세계 각국도 65세로 정했다. 과거보다 노인들이 건강해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려야 한다고 쉽게 말한다. 그러려면 공무원, 회사원의 정년을 69세로 늘려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현재 65세부터 각종 혜택을 입고 있는데 70세로 올리면 5년간 혜택을 못 받아 벌이 없는 사람은 어려움에 처한다.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아 젊은이들의 취업이 안 되는 문제점도 있다.”

―대한노인회에 대변인제를 신설했다.

“노인회에 국회 분과별 상임위에 맞춰 정책위원회를 발족해 전직 의원, 시장·도지사, 군수, 지방의원, 대학교수, 언론인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활발히 개최해 국정 전반에 대안을 제시하겠다. 법 개정 등 입법 활동에도 도움을 줄 작정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노인회 차원의 입장도 개진하겠다. 이런 업무를 능률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대변인제가 필요하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1942년 경남 마산 출생 ●마산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총회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과정(목회학 석사) 미 캘리포니아 센트럴대 석사과정(목회학 석사) 명예문학박사 학위 ●고려대 총학생회장 ●제14대, 15대, 16대 국회의원 ●국회 법사·건설·교육·예결·산업자원위원 ●한나라당 원내수석 부총무, 제2사무부총장 ●한나라당 해양수산위원장 ●국회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 노인복지정책연구회장 ●한국 성씨 총연합회 총재 ●(재)경남 세계무역센터 이사장(현) ●(사)한국응용통계연구원 설립자 겸 회장(현) ●(사)한국 향토문화진흥회 이사장(현) ●천수 120세 건강하게 누리기 운동본부 총재(현) ●서울 성동구 옥수동 풍림아이원 경로당 회장, (사)대한노인회 고문,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명예회장 ●대한민국 헌정회 노인복지정책위원회 위원장(현) ●대한노인회 제18대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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