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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체스 신동이 던진 ‘난민 문제’

입력 : 2021-01-21 21:00:00 수정 : 2021-01-21 19: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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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따라 프랑스로 망명한 소년
월드챔피언 꿈 이룬 이야기 담아내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 모여 살기 위해 체스 챔피언이 되어야만 하는 방글라데시 천재 소년 파힘 모함마드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주인공이 프랑스로 망명하여 월드 체스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낸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을 빚은 방글라데시에서 전국적인 폭력 사태가 지속된다, 군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과도정부가 2006년부터 2년 동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정을 실시하자 수많은 사람이 난민이 되어 인도, 아시아, 유럽 등지로 흩어진다. 반대편 입장에 섰던 파힘의 아버지 또한 정치적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망명을 택한다. 엄마와 여동생을 남겨두고 파힘과 아버지만 먼저 떠난다.

 

도입부에 실제 시위장면을 넣은 것은 파힘 부자가 왜 다카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를 돕는 감독의 배려다. 파힘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엄마 사진을 건네주자 이민국 직원이 가위로 얼굴 부위만 인정사정없이 싹둑 잘라낸다. 체류허가가 쉽지 않을 것을 말해주는 장면이다.

 

파힘은 말도 통하지 않는 파리에서 괴짜 선생님 실뱅(제라르 드파르디외)을 만나 제대로 된 체스를 배우기 시작한다. 

 

수업 중 딴짓하는 파힘에게 실뱅이 묻는다. “재미없니? 파힘.”

 

파힘은 대답 대신 되묻는다. “진짜 게임은 언제 해요?” 

 

“체스는 게임이 아니야. 두 영혼 간의 전쟁이지. 가장 난폭한 스포츠야. 카스파로프가 한 말이다. 러시아의 마스터였던 그는 경기 내내 상대를 노려봤어. 죽여버릴 듯이.”

 

실뱅의 강렬한 답은 결국 ‘절실한’ 파힘에게 약이 된다. 무조건 이기는 것만 생각했던 파힘이 자신의 말을 희생시키고 더 큰 것을 얻어낼 줄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똑똑한 희생’은 나중 결승에서 그에게 우승을 가져다준다.

 

마르세유 대회가 열리기 전날, 실뱅 선생과 학원생들 모두는 파힘을 찾기 위해 파리 동부지역 부랑자들 옆에 기거하고 있다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을 방문한다.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난민촌을 바라보는 실뱅의 눈은 곧 관객의 시선이 된다. 난민에 대해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를 묻는다.

 

대회 당일, 체류증을 받지 못한 아빠 누라에게 추방 통보가 떨어지면서 소년 파힘의 꿈에 위기가 닥친다. 

 

“참으로  프랑스답네요. 재난을 보고만 있죠. 가만히 서서. 저도 이제 (정부보다는) 차라리 산타를 믿어 볼게요.” 

 

난민과 이민자 문제가 첨예한 유럽과 달리 우리에겐 아직 거리감이 있어 다소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지만, 영화는 정치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시종 유쾌함과 친절함을 잃지 않는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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