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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문화유산… 전통·첨단을 넘나들다

입력 : 2021-01-19 03:00:00 수정 : 2021-01-18 19: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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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으로 미래 읽는 ‘첨단×유산’
색깔·시간 등 10개의 주제 정해
대표 문화유산과 첨단기술 매칭
과거·현재의 연결 사례 흥미로워

창덕궁·창경궁 모습 담은 동궐도
드론 영상과 비교 정확성 놀라워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
인간복제 등 영원한 삶 질문 던져
창덕궁, 창경궁의 모습을 담은 동궐도와 창덕궁 인정전 일대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공중에서 바라본 모습을 가정해 그린 동궐도는 드론으로 촬영한 궁궐 사진과 비슷한 구도를 보여준다.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특정한 대상을 보며 떠올리는 생각이란 각자의 지식, 관심사, 경험 등에 따라 제각각이긴 하다. 그렇다면 고려청자를 보며 최첨단 디스플레이를, 대동여지도를 두고 자율주행차를 연상하는 건 어떨까. 시간 차이가 너무 크다. 만듦을 위한 기술과 재료, 생산 후의 용도 등에서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첨단×유산’(동아시아)은 이런 연결을 시도한 책이다. “역사와 과학의 눈으로 문화유산을 바라보고 현대의 첨단기술에 도착할 때,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고 새로운 시공간에서 새로운 질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고려대 공과대학에서 기획했던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색깔, 철기, 정보, 시간 등 10개의 주제를 정하고, 이를 대표할 만한 문화유산과 첨단기술을 매칭시켰다. 첨단과 유산의 결합이 겉돌기도 하지만 기획의도처럼 과거가 어떻게 현재와 연결되며, 미래를 전망할 재료가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처럼 읽혀 흥미롭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평평한 화면에 입체의 대상을 구현하는 방식에 동서양의 화가들은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 서양은 “투시원근법이라는 과학적 원칙에 충실”했다. 반면 동양은 “비과학적인 감각과 욕구를 우선”했는데, 하늘에 가상의 시선을 설정하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방식, 즉 ‘부감법’을 발전시켰다. ‘평행사선부감법’은 ‘부감법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면에서 옆으로 45도가량 비튼 사각을 취하고 평행구도를 적극 활용”했다.

동궐도는 평행사선부감법을 활용한 ‘최대의 작업’이자 ‘종결자’다. 창덕궁, 창경궁의 전체 모습과 주변의 산과 숲을 한 화면에 담기 위해 가상의 시선을 공중에 두었다. 실제 이런 조망이 가능하려면 지금의 “종로5가 위치에 30층 높이 정도 되는 빌딩 위에 올라서야” 한단다.

동양의 부감법이 연상시키는 오늘날의 시선은 드론을 통해 획득된다. 드론으로 찍은 2차원의 평면사진은 3차원의 입체 모델링을 위한 재료가 된다. 궁궐과 같은 건물의 경우 “다양한 높이와 방향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중첩시키고 조합해” 입체를 만든다. 동궐도에서 구현된 정확성은 드론을 통해 어느 정도 구현될까. 책에는 수원 화성 행궁의 계단 폭 등을 확인한 뒤 드론으로 찍은 영상과 비교한 결고 오차율이 2% 미만이었다는 경험이 소개되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묻다”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는 정조의 후궁인 원빈 홍씨의 무덤인 인명원 바로 인근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신생아의 태를 담은 항아리를 모신 태실과 죽은 이의 무덤이 비슷한 장소에 조성된 것은 태실, 무덤의 위치 선정에 동일한 풍수이론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땅의 기운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가설에 근거한 풍수이론에 따라 태실과 무덤의 위치를 정한 조선인들의 태도에서 삶과 죽음은 경계가 뚜렷하질 않다.

현대 과학은 오랫동안 죽음을 단절로 여겼다. 물질적 활동을 멈춘 죽음은 과학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죽음 이후를 연구한다기보다는 죽음을 유예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냉동 인간 기술이 그것이다.

아주 낮은 온도에서 인체를 급속으로 냉동한 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다시 깨워 삶을 이어가게 한다는, 영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상상은 현실에서 시도되고 있다. 책에 따르면 3개의 회사가 냉동 인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제 인간 기술도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1996년 복제 양 돌리의 출현은 생명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었다. 돌리는 평균수명의 절반 정도인 6년을 사는 동안 각종 질병에 시달렸지만, 현재는 이런 문제를 극복할 기술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맞춤형 인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유전자 가위 기술’이 등장했다. 책은 중국에서 맞춤형 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던 사실을 소개하며 “개체가 가진 문제점을 수정해 더 나은 인간을 설계해 맞춤형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태항아리와 무덤, 인간 복제 기술은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동일하게 묻는다. 인류가 끊임없이 바라온 영원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도 동일한 맥락을 가진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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