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열병식서 SLBM 자랑한 北…한국도 ‘신형 미사일’ 카드 뽑았다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1-16 06:00:00 수정 : 2021-01-15 19:16: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이라고 표기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핵추진잠수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맞먹는 수준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언급했다.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실시된 열병식에는 신형 SLBM인 북극성-5형이 등장했다. 

 

2015년 북극성 SLBM을 공개한 뒤 5년 만에 다양한 종류의 SLBM을 만든 북한은 동해안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SLBM 개발에 적극 나설 태세다.

 

한국도 비밀리에 개발중이던 SLBM을 서서히 띄우는 모양새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이뤄진 남북 무력 대치가 한반도 주변 심해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단기간 내 SLBM 만든 북한…기술적 한계도 뚜렷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징후가 포착된 것은 2014년. 그해 7월 미국 정찰위성은 신포급(2000t) 잠수함 함교에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 SLBM 발사관과 유사한 장치를 포착했다.

 

앞서 같은해 4월에는 함경남도 신포 잠수함기지 인근에 SLBM 지상시험대가 들어섰다. SLBM 수중발사용 바지선도 등장했다. 

왼쪽부터 북한이 2016년 8월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과 2017년 2월 지상발사용으로 개조해 발사한 북극성-2형, 맨 오른쪽은 신형 SLBM 북극성-3형이다. 북극성 1형과 2형은 탄두부가 뾰족한 모양이지만 3형은 둥글다. 연합뉴스

그해 10월 지상에서 액체추진 SLBM 사출시험을 실시한 북한은 2015년 1월과 4월 바지선에서 수중 사출시험을 실시했다. 5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신포급 잠수함에서 북극성 SLBM 발사에 성공했다.

 

2016년 4월에는 고체추진 SLBM을 발사, 30㎞를 날아갔다. 같은해 8월에는 기존보다 대형화된 SLBM을 쏘아올려 500㎞를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북극성 SLBM 성능이 입증되자 북한은 이를 지대지 미사일로 전환, 북극성-2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2017년 2월과 5월에 발사했다. SLBM을 MRBM으로 전환할 정도로 고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중국이 SLBM인 JL-1의 기술을 활용, 지대지 탄도미사일 DF-21D를 만든 전례를 모방했다는 평가다. 2019년 10월에는 탄두 부분이 달라진 북극성-3형을 발사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사거리와 파괴력이 증대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성-4형이 등장했고, 14일 당대회 열병식에는 북극성-5형이 나타났다.

 

3개월만에 전략무기를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예전부터 진행해온 연구개발 성과를 하나씩 공개하는 셈이다.

 

북극성-5형은 4형보다 폭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극성-5형 수송 트레일러의 거치대가 4형보다 얇아졌다. 트레일러는 동일한데 거치대 굵기가 다르다면, 5형은 4형보다 다소 두꺼워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이라고 표기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여러 발 등장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고체연료 엔진은 개발이 쉽지 않아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5형은 4형과 같은 엔진을 장착하되 추진제를 더 많이 주입하는 방식으로 비행시간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 소형 핵탄두를 탑재한다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500㎞)급 성능을 낼 수도 있다.

 

북한이 공언한 초대형핵탄두를 탑재했을 때도 일정 수준의 비행시간과 거리를 유지하는 역할이 가능하다. 북한의 선택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탄두부도 뾰족해져 2개 이상의 대형 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길이는 북극성-4형보다 다소 늘어난 11m 안팎이 될 가능성도 있다.

 

북극성-5형은 함교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쏘고, 북극성-4형은 선체에 일렬로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발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제기된다. 잠수함과 사거리 및 정확도 향상 등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5ㅅ(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아래)은 트레일러 위에 병력이 탑승하고 있지만, 이번에 공개된 SLBM(위)은 병력이 서 있던 공간까지 채울 정도로 탄두부가 커졌다. 연합뉴스

동해에서 미 본토를 타격하려면 1만㎞ 이상을 비행해야 한다. 지상에서 쏘는 ICBM은 크기를 늘리면 가능하지만, 비좁은 잠수함에 수납하는 SLBM은 직경이 증가하는 등 제약이 많다.

 

소재와 부품을 경량화하고, 고체 추진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직경이 크고 출력과 연비가 우수한 대형 고체연료 엔진은 필수다. 

 

북한은 북극성 SLBM을 개발하면서 탄소복합재를 비롯한 소재 관련 기술과 고체연료 엔진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KN-23을 비롯한 고체추진 미사일이 잇따라 등장한 것도 북극성 SLBM 기술에 힘입은 결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대형 고체연료 엔진 기술을 포함한 일부 요소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SLBM을 탑재할 잠수함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핵무기를 탑재할 SLBM은 북한 전쟁지도부의 통제를 받는다. 바닷속을 항해하는 잠수함이 지상과 교신하려면, 우수한 위성통신체계가 필수다. SLBM 발사에 필요한 항법정보를 제공 받을 항법체계도 갖춰야 한다. 

 

핵추진잠수함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많다. 영변 5MW 원자로 건설 경험 정도로 잠수함에 탑재될 소형 원자로를 자체 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7월 23일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붉은색, 푸른색 원)은 SLBM 수직발사대로 추정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SLBM 발사 과정에서 생기는 엄청난 충격을 견디면서 잠수함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술도 난이도가 높다. 개발이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이 SLBM 3기 이상을 탑재한 잠수함을 동해에 띄운다면, 한미 연합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성능이 떨어지는 잠수함이라도 일단 움직이면, 한미 해군은 이를 추적해야 한다.

 

함정과 초계기를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강화, 건조를 늦추거나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후발주자지만…실전배치는 빠를 듯

 

한국도 북한이 2015년 북극성 SLBM을 선보인 시점을 전후로 국산 SLBM 개발을 서둘러왔다. 당초 잠수함 도산안창호함(3000t)에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려 했으나, SLBM 6기를 장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국산 SLBM은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현무-2B(사거리 500㎞)를 개량했고, 높이가 낮고 폭이 넓다는 SLBM의 특징을 감안하면, 현무-2B를 위쪽에서 살짝 압축한 형태로 추정된다. 

한국 해군 3000t급 잠수함 2번함인 안무함. 국산 SLBM 6발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산 SLBM은 지난해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지상 사출시험을 끝내고, 올해 수중 사출시험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출은 SLBM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잠수함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에서 가스의 압력으로 미사일을 물 밖으로 내보낸 뒤, 물 위에서 미사일 엔진을 점화한다. 사출 기술이 없다면 SLBM은 발사가 불가능하다.

 

사출 기술을 완성하려면 △수직발사대를 장착할 수 있는 2000t 이상의 잠수함 확보 △SLBM이 물속에서 물 밖으로 나갈 때의 속도 제어 △물 밖으로 나간 뒤 엔진 점화와 비행 등에 필요한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

 

현재 해군은 도산안창호급 3척과 3600t급 3척, 4000t급 이상 3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SLBM의 플랫폼 역할을 맡을 잠수함은 확보된 셈이다.

 

나머지 기술은 수중사출시험과 비행시험에서 검증될 부분이다. 지상 사출시험과정에서 수조를 만들어 축소 모형탄으로 발사시험을 하고 수심과 항속, 발사관에서의 사출 속도 등을 점검하지만 수중사출시험과 비행시험을 거쳐야 기술적 검증을 완료할 수 있다.

육군 현무-2 탄도미사일이 어둠을 뚫고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중 사출은 바지선에서 수직발사관으로 미사일을 발사한다. 검증이 이뤄지면 잠수함에서 사출하기도 한다. SLBM이 잠수함에서 물 속으로 나오는 기술이 확립되면, 미사일을 수중에서 수면 위로 밀어내는 시험과 엔진 점화 시험이 이뤄진다. 

 

이 모든 과정이 검증되면 장거리 비행을 한다. 미사일 앞부분에는 탄두 대신 측정장비를 탑재한다. 중국도 SLBM을 처음 개발할 때 모형탄과 측정장비를 탑재한 측정탄을 만들어 각종 시험에 활용했다. 

 

북한의 북극성 계열은 지상 사출에서 비행시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거쳤다. 이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정확도와 신뢰성이 높아진다. 북극성 계열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다. 하지만 잠수함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은 북한보다 앞서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전배치는 북한보다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산 SLBM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해군 오하이오급 전략핵추진잠수함이 SLBM 발사관을 개방한 채 항구에 정박해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SLBM을 발사하려면 지상 사령부에서 잠수함에 통신을 보내 명령을 내려야 한다. 명령을 수신한 잠수함은 사전에 설정된 수심까지 부상한 뒤 발사관을 열어 SLBM을 쏜다.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는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구형 스커드 미사일로도 평양에서 서울을 타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 대응 초기 상황보다는 반격작전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