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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등 아동보호체계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 마련돼야 [피멍 든 동심, 외면한 국가]

관련이슈 위기의 아이들

입력 : 2021-01-15 06:00:00 수정 : 2021-01-17 10: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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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매년 수천명 보호대상 아동 발생
입양아·보편적 아동 구분 부적절
보편복지 증진 힘써야 소외 안돼
민간기관이 입양 전반 총괄 관리
공적 창구 없어 적극 조치 어려워
국가·기관 명확한 역할 구분 시급
14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양평=하상윤 기자

반복되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아동보호체계 전반을 통합관리하는 공적인 ‘컨트롤타워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권한과 책임이 없는 민간기관들에 입양아의 미래를 떠맡겼다는 비판이다. 입양 정책과 아동 정책을 별도로 접근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입양 관련 정책을 분리하지 않고 아동 정책에 포용하는 통합 체계를 통해서만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사전예방, 조기발견, 신속대응, 사후관리 측면에서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가 책임지는 ‘아동보호체계’ 통합 절실

 

14일 보건복지부 ‘보호대상 아동 현황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4000∼8600명의 보호대상 아동이 발생하고 있다. 보호대상아동이란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뜻한다. 발생 원인은 부모 빈곤, 학대, 보호자 사망, 미혼 부모, 유기, 미아 등 다양하다. 2019년의 경우 보호대상 아동(4047명)의 71%가 보호자의 학대로 발생했다.

 

이렇게 보호대상이 된 아이들 대부분이 입양후보군이 된다. 그런데 보호 대상 아동 중에서도 입양아에 대해서만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 기관 위주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입양아동의 안전한 정착에 맹점이 될 수밖에 없다.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은 “다른 보호 대상 아동은 모두 국가 책임 하에 보호 조치와 관리가 이뤄지는데 입양만 민간 기관이 굉장히 많은 일을 하는 걸로 돼 있다”며 “입양 한 건마다 수수료가 발생하는 민간 기관은 아무리 좋은 가치로 일하려 해도 실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아동정책은 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서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별개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보호체계 강화방안 연구’(2018년)는 “한국의 아동보호체계는 보호업무의 일관성 및 지속성 부재, 책임 소재의 불분명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원인으로는 보호대상 아동의 연령, 위기 유형, 주관부처, 정책 배경 등에 따라 별도로 존재하는 게이트웨이가 거론됐다.

복지부의 보호대상아동 정책이 대표적이다. 학대와 입양, 가정 외 보호체계 아동 등 보호대상아동을 구분해 별도의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아동보호체계와 시·군·구 아동복지 담당공무원, 대리양육(시설, 입양 등) 중심의 체계가 별도로 작동한다. 대리양육의 경우에도 민간 기관 위주의 운영 탓에 전문성은커녕 조기예방조차 힘든 실정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입양아 등 아동보호 정책이 아동 입장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선욱 회장은 “최근 입양 실무자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보다 부모의 의지와 생각 중심으로 흘러가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며 “공공성을 가진 국가가 주체가 되면 아이 중심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최소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입양 절차는 아동의 시선보다는 부모가 원하는 아이나 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팀장은 아이들을 사회적 보호 체계 안에서 같이 키운다는 전제 아래 보호 대상을 모든 아동으로 두는 ‘보편 아동 정책’의 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팀장은 “여가부의 미혼모 지원 관련 정책, 복지부의 아동보호 정책 등이 지역에서 만나야 한다”며 “결국 아이만 혼자 분리돼 입양이 진행되는 건 이 체계의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입양과 출산을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 보편 아동 정책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말로는 입양이 출산과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완전히 따로 보기 때문에 입양아동 양육수당을 주거나 분리조치 가능성 등을 남겨놓는다”며 “이런 구분을 다 없애는 게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를 추모하는 조화를 핸드폰에 담고 있다. 뉴스1

◆“입양 업무 민간에 맡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

 

현장에서는 민간 주도의 입양이라는 오랜 관행을 깨고 관련 제도를 공공화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아동보호체계 안으로 입양절차를 편입할 때라는 것이다. 한국은 입양의 핵심 업무인 입양아동과 예비 입양부모의 적격성 판단, 국내외 결연 업무를 모두 민간 입양기관에 내맡기는 유일한 나라다.

 

통일된 공적 창구 없이 민간 기관에서 입양의 시작부터 끝까지 맡고 있는 현재 상황은 아동의 안전 보장을 위한 현장 인력의 적극적인 조치를 어렵게 만든다. 입양을 진행한 주체인 기관들 입장에서는 직접 결연시킨 아이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류 팀장은 “이번 정인이 사건에서도 민간 기관인 아보전이 가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못했는데, 공공 책임성을 가진 공무원이었다면 거기서 멈출 수 있겠느냐”며 “학대 신고가 3번이나 들어갔다는 걸 알면 강제 개입까지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현장 인력과 정책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꾸준히 제시돼 왔지만 현실화하기엔 동력이 부족했다. 먼저 입양 기관 등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에 대해 류 팀장은 “입양 체계 공공화 논의가 이상한 프레임으로 접근되는 것이 문제”라며 “입양 기관이나 입양 부모를 비난하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려는 게 아닌데 ‘입양 기관들 다 손 떼라는 거냐’는 식으로 논쟁화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계속된 현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정착된 민간 기관 주도의 입양 절차를 대폭 재편하는 일을 미뤄왔다. 관련 연구, 입양 실무 매뉴얼 개편 등은 매년 진행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제 2,3의 정인이들은 아동학대 사각지대에서 피멍이 들었다.

 

정선욱 회장은 “국가가 손 쓸 의지도 관심도 없이 민간에 전쟁 고아 등의 입양을 위탁해버린 역사가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가가 더 잘 할 수 있는 공적 체계를 가져오고, 전문성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지혜·송민섭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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