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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존재감' 윤석열…문재인 대통령의 '윈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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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31 06:00:00 수정 : 2021-01-11 15: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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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이낙연·이재명 견제 구도 형성…文대통령에 황금분할
"레임덕 걱정할 필요 없는 교묘한 정치지형 구축"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자료사진

 

‘문재인의 운명’은 일생의 동지이자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책이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책이 대박 나면서 문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했고 대권을 얻었다. 그리곤 노무현의 숙제를 하나하나 풀어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가장 공들인 ‘검찰 개혁’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괘씸하기 짝이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망론’이 뜬 8할의 공은 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있다. 묘한 것은 지지율 1위의 윤 총장 존재가 문 대통령에게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윈윈 관계’가 작용하고 있던 셈이다. 윤 총장 임기는 내년 7월 24일까지다. 그런 만큼 문·윤 대결 구도에 따른 상부상조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 尹, 이낙연·이재명 대세론 막아 文 레임덕 차단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윤 총장이 여권 빅2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서나가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황금분할 구도”라며 “참 운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이 지사 둘 중 하나가 확 치고 나가면 권력의 중심축이 문 대통령에게서 이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라며 “윤 총장이 선두를 달리면 두 사람 지지율을 끌어내려 권력 이동의 싹을 자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이재명 대세론 형성을 본의 아니게 윤 총장이 견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발표된 데일리안·알앤써치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 27~29일 전국 성인남녀 1038명 대상)에서 윤 총장은 23.5%로 오차범위 내 1위를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이 지사는 21.2%로 2위, 이 대표는 19.3%로 3위다. 법원의 징계처분 정지 결정으로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정권 대항마 위치에 올라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 정당별로 윤 총장은 국민의 힘(51.5%)과 국민의당(37.6%)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이라 할 수 있는 무당층(25.2%)에서도 다른 주자들을 앞섰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생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의 문재인 현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28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21∼2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41명 대상)에서도 윤 총장은 전월보다 4.1%포인트 상승한 23.9%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 이 지사를 오차범위 밖으로 제치고 확실한 선두로 나섰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각각 2.4%포인트와 1.2%포인트 하락해 나란히 18.2%를 기록했다. 이런 여론 흐름의 쌍곡선은 “윤 총장은 추 장관의 무리한 징계 추진 등으로 이탈한 중도층을 흡수해 지지율을 올렸고 이 대표, 이 지사는 그 반대여서 손해를 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선호도 흐름을 보면 윤 총장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처음으로 20%대로 올라섰다. 이 대표는 8개월 연속 하락세를 겪으며 10%대로 내려앉았다. 이 지사는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 두 李, 대통령 눈치 보며 검찰 개혁· 尹때리기 협공

 

배 소장은 “여권 주자 중 누구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존재감이 고만고만한 현 상황을 문 대통령은 즐길 것”이라며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만 안 깨지면 다시 회복될 수 있으니 레임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묘한 정치지형이 구축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레임덕 위기를 줄이면서 국정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이 지사로선 문 대통령 눈치를 보며 끌려다니는 처지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사과하면서 싸움의 판과 강도가 세졌다. 강성 친문들이 “우리 이니 지키자”고 결집하면서 윤석열 타도 열기 타오르고 있다. 문·윤 대결 구도가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이 대표와 달리 그동안 침묵하던 이 지사가 요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친문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행보로 보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 시대적 소명인 촛불혁명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반민주주의 세력의 반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엔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부정부패와 불의를 도려내는 데 쓰여야 할 칼이 인권과 민주 질서를 파괴하는 흉기가 됐다”며 검찰을 성토했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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