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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하롱베이’… 흐르는 강물타고 무릉도원으로 [박윤정의 씬 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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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05 08:00:00 수정 : 2020-12-02 21: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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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짱안·호아 루
영화 ‘콩’의 촬영지… 원시미 가득
나룻배 타고 기암괴석·석화동굴 유영
고요한 사원에 내려 강물 바라보니
숲속인지, 강물인지 온통 초록세상
1000년전 베트남 정치 중심지 호아 루
두 왕 사당만 남아있어 쓸쓸함 가득
짱안 풍경구.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영화 배경지로 선택되기도 한 이곳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신선처럼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긴다. 작은 나룻배는 강을 오르내리며 양안의 신비한 풍경을 스친다. 배를 타고 즐기는 석회암벽 절경은 울퉁불퉁한 정글로 뒤덮인 바위 덕분에 운치를 더한다. 구름에 가려진 암벽에 햇살이 비추자 거대한 그림자를 걷어내고 농담을 달리하며 신비스럽게 다가온다. 구불구불한 언덕과 산이 이루는 리듬은 물길의 우아한 굴곡이 더해져 톱니모양 풍경을 이룬다.

영화 콩(Kong)은 신화 속 은신처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배경지로 이곳을 선택했다. 영화 속 원시생물이 지배하는 환상적인 세계는 지금 풍경과 다름이 없다. 짱안은 강폭도 넓고 바위산도 거대해 웅장함이 넘친다.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는 표현이 떠오르는 땀꼭과 다르다. 배를 타고 카르스트 지형을 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보트는 사원에서 노를 멈춘다. 조금 전에는 가까이 다가가 배 위에서 사원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잠시 내려 땅을 디디라 한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사원을 둘러본다. 강둑 고요한 사원의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숲속인지 물위인지, 조용한 사원에서 물가를 바라보니 배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른 채 자연 속에 한참을 노닐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3시간 넘게 열심히 안내해준 앳된 아가씨에게 감사함을 표시한다. 그녀의 밝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연약해 보이는 몸매와 달리 야물게 노를 젓는 모습이 기억에 남을 듯하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닌빈의 우뚝 솟은 석회암 카르스트와 끝없이 넓게 펼쳐진 논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짙은 녹색에 덧칠되어진 회색빛 풍경 속에 염소들이 보인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지나 한참을 달리니 이정표들이 보인다. 리조트 간판들이다. 버스는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좁은 시골 마을 골목길을 따라 들어선다. 가이드가 안내해 준 장소는 탐콕 근처 리조트다.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리조트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건물의 작은 입구를 따라 걸으니 소박한 정원이다. 정원 끝자락에는 넓은 식당이 보이고 그 옆의 수영장 주위에는 선 베드에 누워 있는 사람들과 비치 바에 둘러앉아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투숙객들인가 보다.

수영장 주위 방갈로들이 숙소인 듯한 리조트 식당에는 뷔페가 차려져 있다. 우리를 위해 차려진 식사라 한다.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였다는 가이드의 너스레를 들으며 안내해 준 좌석에 자리한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요리를 차례대로 설명해 준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는 염소 미트볼과 특산물인 염소 스테이크, 레몬그라스 꼬치에 어묵, 볶은 채소, 찐 쌀이 포함된 정통 베트남 요리와 다양한 지역 특선 요리들이다. 접시에 한가득 음식을 담아 즐겨 본다. 색다른 음식이 주는 경험은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다. 가장 인기 있는 염소고기를 한입 베어 무니 레몬향이 가득하다. 고추와 라임잎, 참깨가 어우러져 맛을 더한다. 역시 젓가락은 반쿠온으로 바삐 움직인다. 보통 아침식사라는 반쿠온은 깍둑썰기한 돼지고기와 버섯을 채운 신선한 롤로 민트와 순한 생선소스를 곁들이면 제격이다.

여유로운 식사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몇 명은 자전거 투어를 나선다. 시골 주위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논길을 따라 둘러볼 거라 한다. 남은 몇 명은 선 베드에 누워 맥주를 즐긴다. 식후 졸음을 따스한 햇살에 맡기며 누군가에는 휴양지인 이곳 기분을 만끽한다. 영화 한 장면 같은 초록빛 시골 지역, 신성한 요새처럼 땅에서 솟아난 수많은 석회암 지형을 노란 햇살이 황금빛마냥 비춘다.

늦은 오후, 마지막 일정으로 짱안 풍경구와 바이딘 사원 사이에 위치한 호아 루를 방문한다. 베트남 최초 통일왕조가 세운 수도 호아 루는 역사적 의미가 깊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옛 도시는 두 왕의 사당만 남아 있어 쓸쓸함이 가득하다. 덩그러니 남은 벽돌과 덩굴로 덮인 구조물은 초라하게 관광객들을 맞는다. 역사적 설명이나 이해가 없다면 과거 호아 루의 영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작은 고대도시는 10세기와 11세기에 베트남의 정치 중심지였다고 한다. 주변 카르스트 덕분에 외부 침략자로부터 안전을 보호받으며 절정을 이루었단다. 오래된 성채의 유일한 흔적, 두 개의 인상적인 복원 된 탑에서 가이드는 지난 역사를 훑는다. 기울어진 아치형 통로, 층을 이룬 반얀나무, 구불구불한 벽돌 안뜰에서 상상을 더한다. 베트남 최초의 봉건왕조의 자리에서 하노이로 이전하기까지 시간들은 어떠했을까. 석회암 카르스트와 천연 해자로 둘러싸인 이곳은 어떠한 역사가 숨겨져 있을까.

닌빈은 모험가들에게는 매력적인 놀이터이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다. 베트남 최초의 수도인 이곳에서 이끼 낀 탑, 인상적인 석회암 카르스트, 초현실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즐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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