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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확률·트럼프 압박… 모더나·화이자가 넘은 또 다른 장벽

입력 : 2020-12-01 06:00:00 수정 : 2020-12-01 0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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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어떻게 탄생 했나

모더나 연구 책임자 방셀의 결단력
가능성 낮아 리스크 컸지만 도전장
美 정부, 2조7600억원 전폭적 지원
3만명 임상시험서 94.5% 예방효과

美 정부 요구에 굴하지 않은 화이자
터키 이민2세, 中 발병 후 개발 집중
獨정부도 연구·개발비 5040억원 지원
노하우 많은 美 화이자와 함께 총력

‘개발 기간 1년 미만, 예방 효과 90% 이상, 주목할 만한 부작용 없음.’

 

이르면 내달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는 화이자(공동개발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현재까지 확인된 공통점이다. 여기에 용량을 다르게 투입했을 경우 예방 효과가 90%로 나타난 아스트라제네카(공동개발 옥스퍼드대) 백신까지 더하면 최근 백신 개발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 기간은 최소 수년에서 10년 이상에 달한다. 백신 개발사의 신기원을 이뤄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탄생은 과학자들의 빠른 결단과 집념, 규제를 허문 정부의 협조 등이 결정적이었다.

 

◆‘도전정신’ 끝에 나온 모더나 백신

 

“정말 개발할 수 있습니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월 미 제약사 모더나의 회장 스티븐 호지는 연구 책임자인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에게 우려 섞인 질문을 던졌다. 생산직까지 포함해 전체 직원이 800명에 불과한 모더나는 당시 20여개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을 뿐 지난 2년간 백신 완성품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백신 안전성을 검증하는 필수적인 임상(3상)시험 분야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전사의 성격’라는 별명을 가진 프랑스 출신 방셀은 ‘믿음’이 있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즉각 미 국립보건원(NIH)에 협력 여부를 물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1년 방셀은 기존 직장보다 작은 모더나로 이직했다. 회사 규모는 작아졌지만 전령RNA(mRNA)를 활용한 백신 개발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당시 아내에게 “성공 확률은 5%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리스크는 컸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백신 개발 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 그는 승부를 걸었다. 방셀은 차근차근 백신 개발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이 방식은 약한 바이러스를 인체에 투여하여 면역체계를 자극해 항체나 면역세포를 만드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유전자인 전령RNA를 이용해 유전물질을 합성한 뒤 우리 몸속에 투여하면 세포 안에서 코로나19를 방어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모더나. EPA연합뉴스

데이터를 넣으면 컴퓨터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것처럼 전령RNA를 활용하면 바이러스가 가진 유전 특성을 통해 단시일 내에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방셀은 기술력을 차츰 끌어올렸고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했다는 가정 아래 얼마나 빨리 백신을 만들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가상시험을 지난해 계획할 정도로 완성도를 높여갔다. 마침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절호의 기회였다.

 

모더나는 실제 중국이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공개하고 NIH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은 뒤 단 2일 만에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NIH는 환호성을 질렀다.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백신 개발에 중요 요인이 됐다. 연방정부로부터 25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지원받아 원료 구매와 공장 확충 등에 투자를 했고, 그 대가로 1억명의 접종분을 주기로 했다. 연방정부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는 팀을 만들어 주별 이동금지 조처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공기정화장치를 직접 비행기로 운송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모더나를 지원했다. 임상시험 참가자에 유색인종 비율이 낮아 겪었던 문제도 미 정부의 지원 아래 해결해나갔다.

 

결국 방셀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임상시험 참가자 3만여명을 분석한 중간결과 예방 효과가 94.5%에 이른다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결과를 기다리던 때 “영원 같은 시간을 느꼈다”고 말한 그는 아내,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모더나는 30일 임상시험 최종 결과 94.1%의 예방효과가 나왔다며 이날 미국과 유럽의약청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 위기 탈출한 화이자 백신

 

방셀이 미국에서 고군분투하던 사이 독일에서는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엔테크가 코로나19 위기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터키 이민 2세 부부인 우우르 샤힌과 외즐렘 튀레지 부부가 공동 설립한 이 회사도 지난해까지 전령RNA를 활용한 신종 플루 백신 개발을 진행하는 등 모더나와 비슷한 연구 실적을 쌓고 있었다. 지난 1월 코로나19 발병 소식을 접한 사힌은 아내에게 “4월이면 학교를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거야”라며 회사의 모든 역량을 백신 개발에 집중시켰다. 바이오엔테크는 5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광속프로젝트’와 함께 개발 착수 2개월 만인 3월에 백신 후보군 5개를 추려 면역반응을 점검하는 등 개발 속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는 4억5500만달러(약 5040억원)를 연구 및 개발비를 지원했다.

 

바이오엔테크는 이와 함께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 투자를 제안했다. 백신 개발과 별도로 임상시험과 백신 공급에 화이자의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샤힌의 동료들은 공식 계약 체결 전에 백신 데이터를 화이자에 건네주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힌은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고, 화이자는 계약 직후 항공기를 급파해 백신 샘플을 뉴욕 연구센터로 가져와 곧장 동물 대상 실험에 착수했다.

 

백신 개발과 관련한 화이자의 위기는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찾아왔다. 9월에 접어들면서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됐다. 특히 화이자는 백신 개발 속도가 빨랐던 탓에 트럼프 정부의 주요 타깃이 됐다. 샤힌은 당시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화이자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다른 제약업체 8곳과 ‘과학과 함께 하겠다’(stand with science)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미 정부에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일 전까지 화이자가 끝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지 않자 ‘자신의 당선을 막는 음모론이 있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화이자. AFP연합뉴스

결국 화이자는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가장 먼저 임상시험 3상의 결과를 지난달 9일 발표했다. 예방효과 95%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받아 든 불라는 당시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이들에게 “정말 맞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NYT는 이와 같은 전례없는 백신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로 3가지를 꼽았다. 우선 전령RNA와 같은 백신 개발의 신기술이 테스트만 남겨둘 정도로 완비돼 있었고, 확진자 비율이 높아 역설적으로 수년이 걸리는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비용 상관없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량생산을 위한 승인 준비에 나서는 등 각종 규제가 철폐됐던 점도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신뢰도 낮지만 ‘장점’ 많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코로나19 종식의 유력한 ‘게임 체인저’로 거론됐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위기를 겪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실수로 저용량을 투입하고 고령층이 배제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 개발 기법 등 여러 측면에서 이 백신의 중요성은 줄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화이자 등 다른 백신보다 코로나19 억제에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해 1만 여 명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백신은 2회 접종분을 모두 정량으로 했을 때 62%, 1회분을 정량의 반으로 하고 나머지 1회분을 정량으로 했을 때 90% 예방 효과를 보였다. 다만 두 번째 방안의 임상시험에서 표본이 적고(2741명) 고령층(56세 이상)이 제외돼 논란이 됐다.

 

아스트라제네카. AFP연합뉴스

그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임상시험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임상시험에서 예방효과 수치에 변동이 없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백신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가격이 3∼4달러에 불과해 화이자(32∼37달러), 모더나(20달러)에 비해 훨씬 싸다. 또 냉장고 온도에서 최소 6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영하 20도와 영하 75도에서 각각 보관해야 하는 모더나, 화이자 백신보다 보관이 용이한 셈이다. 또 침팬지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약물 운반체로 사용하는데, 이 방법은 말라리아·결핵 등 다른 감염질환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한번도 실제 사용된 적이 없는 기법을 적용해 만들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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