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란 核과학자 암살에… ‘화약고’ 중동 다시 긴장감

입력 : 2020-11-29 20:08:54 수정 : 2020-11-29 22:14: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란 “이스라엘 배후” 지목
지역 내 무력충돌 가능성 높아져
美·이란 관계회복 저지 목적 관측
이란 “美도 책임”… 갈등 또 불거져
美 새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위해
군사행동 자제 등 ‘톤다운’ 주장도
美, 입장 안 내… 사전 숙지 불분명
이란, 보복 땐 트럼프에 공격 빌미
‘매파’에 희소식… 바이든 앞날 암운
과학자 추모… 이란 내 강경 보수 성직자로 분류되는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이 2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살해된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시신을 앞에 두고 그의 가족들과 함께 추모하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이란 핵 개발 과학자 암살 사건으로 중동에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이란 강경파들은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복수를 다짐해 이후 지역 내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란 정부에선 내년 들어설 미국 새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군사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톤다운’ 움직임도 감지된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전날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으로 숨진 사건으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자 모든 당사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 강경파들은 사건 직후 “이스라엘이 암살을 주도했다”며 복수를 예고했으며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AFP통신에 “그 지역의 갈등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할 필요성과 자제를 촉구한다”며 “우리는 암살 또는 초법적 살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은 “이는 범죄행위이자 인권존중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모든 당사국이 진정하고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새로운 미 행정부가 취임하기 몇 주 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이란과의 협상 여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은 모든 당사국에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란이 미국 책임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양국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범죄행위이자 매우 무모한 짓”이라면서 “치명적 보복과 새로운 역내 갈등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 정부의 한 관리와 2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란 핵 과학자 암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NYT에 밝혔으나, 미국이 사전에 이 작전을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2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의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현장.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국방부의 연구·혁신 기구 수장이자 핵 과학자인 파크리자데가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아 암살됐다고 보도했다. 테헤란=AP연합뉴스

암살의 진짜 목적이 이란과 미국의 관계 회복을 저지하는 것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공약한 이란 핵 합의 복귀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만약 이란이 실제로 복수에 나선다면 임기 막판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게 보복 공격을 할 여지를 주게 되고, 바이든 당선인의 사정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격은 미국 내 대이란 강경론자들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의 강경 대응 전략을 바이든 새 행정부에서 뒤집지 못하게 못 박으려는 트럼프 외교 라인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을 감안한 듯 이란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다.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의식해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모든 적들은 위대한 이란 국민이 이 범죄 행위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더 용감하고 명예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 ‘전략적 인내’의 유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