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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어찌 이런 조사를”… 판사가 뺑소니 무죄 선고하며 ‘개탄’

입력 : 2020-11-27 06:00:00 수정 : 2020-11-27 07: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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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와 충돌없이 자전거 탄 시민 부상
검·경, 증거도 없이 도주치상 적용
“무죄추정 원칙도 없이 예단” 비판

교통사고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 행태를 지적했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차를 몰고 대전 한 도로를 지나던 중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정지선을 조금 지나쳐 멈춰 섰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가 A씨 차와 몇 떨어진 곳에 넘어지면서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었다. 곧바로 차에서 내린 A씨는 주변 시민과 함께 B씨의 자전거를 세워주고 현장을 살피다 다시 차를 타고 갔다. 그러나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조사 등을 바탕으로 B씨가 A씨 차량을 피하려다 쓰러진 것으로 봤다. 또 A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동의해 A씨를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형사3단독 구창모 부장판사는 ‘목격자들 진술이 엇갈리는 등 A씨가 자신의 차 때문에 행인이 넘어졌다는 인식을 하고도 현장을 떠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혐의 입증 책임이 있는 경찰이 무죄 추정의 원칙도 무시한 채 뺑소니를 예단하고 A씨에게 무혐의 근거를 대라는 식으로 조사한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구 판사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어찌 이런 조사를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착잡할 따름”이라면서 “당시 119 신고 내용에 교통사고라는 언급이 없고, 피고인도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억압적 태도가 조금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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