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性)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주범에게 법원이 ‘철퇴’를 가했다. 겁을 집어먹은 이들이 너도나도 발을 빼면서 앞으로 ‘텔레그램 n번방’과 유사한 형태의 범죄는 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26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일명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 1심에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상급심에서 감형이 이뤄지거나 형 확정 후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되지 않으면 현재 24세인 조씨는 환갑이 지난 64세에나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유인·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오랜 기간 여러 사람에게 유포했다”며 “특히 많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줬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기 위해 범죄단체, 일명 ‘범단’을 조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조씨와 공범인 ‘박사방’ 가담자들은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내부 규율을 만드는 등 단순한 음란물 공유 모임을 넘어선 범단을 조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또 지난해 4∼9월 4회에 걸쳐 손석희 JTBC 사장에게 ‘흥신소를 운영하면서 얻은 정보를 주겠다’고 속여 1800만원을,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사기 피해금을 보전해주겠다’고 속여 3000만원을 각각 받아낸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대학 시절 학보사 주필을 지내 글을 아주 잘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 주위에서 “성실하고 기특한 젊은이”라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박사방’ 행각이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뒤 지인들 사이에서 “도저히 못 믿겠다”며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조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스스로를 ‘악마’라고 부르며 범행 대부분을 시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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