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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뿌리는 삼신사상”… 불교와의 만남을 조명하다

입력 : 2020-11-18 00:01:09 수정 : 2020-11-17 22: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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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출판문화상 대상 수상한 ‘사찰에는 도깨비∼’ 노승대 작가
25세에 출가해 10여년 수행 후 환속한 뒤
민화의 대부 조자용 박사에 전통문화 배워
삼신 할머니·씨름의 삼세판·삼존불 등
오래전부터 삼신사상 민초에 깊이 각인
한국불교가 中·日과 달라진 결정적 이유
사찰은 여러 전통이 한데 버무려진 곳
책만 보지 말고 직접 찾아가 살펴봐야
지난 12일 세계일보 사옥을 찾은 노승대 작가는 “인도에서 건너온 불교에 한민족 전통과 풍습이 더해져 우리만의 특색 있는 불교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원 기자

예로부터 한민족에게 ‘3’은 특별한 숫자였다. 전통 음악에서 말하는 삼박자, 전통 무예 택견의 품(品)밟기와 씨름의 삼세판, 서원의 대문이나 왕릉에 새겨진 삼태극은 물론, 한글 창제 원리도 하늘(天)·땅(地)·사람(人)에 기반해 있다. 이는 음양론을 따르고 짝수를 길수(吉數)로 여기는 중국, 일본과 구분되는 우리만의 특징이다.

 

“흔히 아기는 삼신(三神)할미의 점지를 받아 태어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삼신사상’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어요.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만 있는 삼존불(三尊佛)이 대표적이에요. 인도에서 건너온 불교가 우리 문화와 만나 고유의 특색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최근 제17회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불광출판사)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불교 사찰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을 보따리 풀듯 소개한다. 저자인 노승대(70) 작가는 현판 뒤 몰래 숨겨진 돼지와 문고리에 붙은 도깨비, 법당을 떠받치는 거북이 등에서 우리 민족의 흔적을 더듬는다. 지난 12일 그를 만나 불교와 전통문화의 만남에 대해 들어봤다.

 

◆“삼신사상, 우리 불교에 영향”

 

사찰에서 민족의 뿌리를 찾는 이런 독특한 접근 방식은 노 작가가 살아온 배경과 무관치 않다. 그는 스물다섯 살이던 1975년 출가해 불광사의 광덕 스님(1927∼1999)을 모셨고, 10여년 수행 후 환속한 뒤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한국 민화의 대부’라 불리는 조자용 박사(1926∼2000) 아래로 들어가 18년 동안 전통문화를 공부했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가 걸은 두 갈래 인생길이 한데 모아진 결과물인 셈이다.

 

인터뷰 첫머리부터 조 박사와의 일화를 꺼낸 그는 “평생 얻은 여러 직함 중 ‘조자용기념사업회 이사’가 가장 자랑스러우니 그렇게 불러 달라” 말할 정도로 깊은 존경심을 보였다.

 

“조 선생님은 일평생 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다니셨어요. 그 전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민화와 기층문화에 천착해 재발견을 이끌어 내셨죠. 그전까지 ‘양놈들이나 사가는 것’이라 하여 ‘양키무끼’라 폄하되던 호랑이 민화가 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도 다 선생 덕분입니다.”

노 작가가 ‘삼신사상’이란 프리즘으로 사찰 문화를 들여다본 것도 스승의 영향이 크다. 1971년 민학회를 설립한 조 박사는 우리 문화의 원형을 오랫동안 추적한 끝에 “삼신사상이 그 모태”라고 결론 내렸다. 쉽게 말해 중국으로부터 유교와 불교, 도교 등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3을 기반으로 한 홀수 문화에서 찾은 것이다.

 

“인도라는 같은 뿌리를 두었음에도 한국 불교가 중국, 일본과 달라진 이유”라는 것이 노 작가 설명이다. 그는 “전국 각지 불상이 있는 곳들을 잘 살펴보면 고대로부터 사람들이 복을 바라거나 무속행위를 벌이던 신앙의 공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중국으로부터 불교가 유입되고 난 뒤 바로 그 자리에 불상들이 세워진 것인데, 이는 거꾸로 불교 유산에서 고대 문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 작가는 불가에서 생사를 넘어 피안의 정토에 이르게 한다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의 은유로 사찰을 읽기도 한다. 법당을 커다란 배로 본다면 배에 타는 중생들의 삶과 문화, 이를테면 삼신사상이나 거기에 영향을 받은 유교나 도교 전통이 묻어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이왕이면 눈으로 보시길”

 

“전국 사찰과 고적을 답사하다보면 처음 혹은 두 번째 갔을 땐 전혀 안 보이던 것이 세 번째 가서야 비로소 보이게 된 적이 많았어요.”

 

40년 넘게 전통문화를 연구한 노 작가가 몸소 경험했듯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금언은 사찰 풍경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가 책을 두고 ‘사찰 안 보물찾기’라 표현한 까닭이다. 그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스스로의 작업을 ‘밑바닥 작업’이라고 부르는 노 작가는 “제가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토대로 사람들이 불교와 전통문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거기에는 점점 잊혀지는 우리 전통문화가 후대에 조금이나마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물론 독자들이 이 책을 계기로 사찰에 가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조자용 선생님은 늘 ‘책상머리에서 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을 지금도 되새기고 있습니다. 직접 보면 분명 느끼는 바가 다릅니다. 책을 다 읽었다면 전북 완주 화암사와 충북 괴산 각연사를 한번 가보세요. 분명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겁니다. 우리 전통문화의 정취도 물씬 느껴질 거예요.”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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