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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인, 그들은 왜 바이든을 지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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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5 15:42:48 수정 : 2020-11-15 15: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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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바이든 지지 한인모임인 ‘바이든을 위한 한인’ 공동의장 3人 인터뷰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윌밍턴=AP연합뉴스

“우리는 조 바이든을 미국의 대통령으로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강석기 전 캘리포니아 얼바인 시장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내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인 모임인 ‘바이든을 위한 한인’(Korean American for Biden·KAFB) 화상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리며 이렇게 밝혔다. 미국 24개주 350여명의 한인들이 모인 이날 행사 후 한달 뒤인 지난 7일 바이든 후보는 ‘승리 연설’을 통해 미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그날 KAFB 행사에 참석한 앤디 김 하원의원은 재선에 성공했고, 메릴린 스트릭랜드는 첫 한국계 여성의원 3명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주 상·하원과 시의원 등에 당선된 한인은 부지기수다.

 

바이든은 이번 대선에서 아시안으로부터 61% 지지를 얻었다. 바이든 당선에 KAFB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알 수 없다. 지난 6개월간 ‘폰 뱅킹’과 ‘가상 이벤트’는 물론 경합주 지역의 가정 직접방문 등 바이든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KAFB 공동의장 3명을 전화로 만났다.

 

◆바이든 만나 “한인 소상공인 도와달라”고 한 스티브 강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이민한 스티브 강(34·강성인)은 “로스엔젤레스에 한인이 많지만 커뮤니티를 대변할 정치인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래서 정치 공부를 하고 이 분야에서 일해왔고, KAFB에서 공동의장이자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콜롬비아대에서 정치학을, 런던정경대에서 정치·경제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마친 강씨는 캘리포니아주 하원 54지구 의원 수석 보좌관을 지냈고, 지금은 한인민주당협회(KADC) 회장과 LA한인회(KAFLA)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스티브 강(34·강성인). 스티브 강 제공

그는 KAFB에 대해 “지난 5월 6명의 의장들을 주축으로 미국 한인들이 바이든에 투표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며 “민주당 소속 시의원, 주 상·하원, 커미셔너 등 핵심 구성원은 200여명 정도이고, 활동가는 수천명”이라고 소개했다. 이전에도 바이든의 민주당을 지지하던 한인 지도자들이 결집해 바이든 지지 운동을 본격화한 것이다.

 

그는 지난 1월초 LA 한인타운의 보바(버블티)숍을 방문한 바이든 후보를 만나 한인 사회의 여러 현안을 전달했다. 강씨는 “한인들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라는 점을 부각해 이들을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소수인종 사회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며 “바이든 후보는 ‘내가 당선되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강씨는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미국 내 한인 사회와 한국에 더 적합한 후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피해가 불어나 경제적 어려움이 컸는데, 트럼프는 방역 등에 있어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은 당선되자마자 코로나19 태스크포스와 마스크 의무화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한인 사회의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해 “한국의 보수 성향이 미국에선 진보적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원에서 민주·공화당이 각각 2명씩 당선됐지만 전체 정치인들을 보면 민주당 쪽이 훨씬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민주당 소속의 차세대 정치인들이 더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1년 6월 백악관에서 열린 의회 행사에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진 김(36·김진). 진 김 제공

◆백악관서 바이든과 나눈 대화에 감명…진 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계(AAPI) 출신자와 그 자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 의원 모임인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사무국장 등을 지낸 진 김(36·김진)은 “트럼프가 재선해선 안되는 이유를 1시간 이상 말할 수도 있다”면서 “인간적으로든 모든 면에서 바이든이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UC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해 최근까지 미 의회에서 6년을 일한 김씨는 지난 2011년 6월 백악관 앞뜰에서 진행된 의회 피크닉 행사에서 바이든과 10분간 대화한 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은 경호원들을 물리치고 행사장 안으로 뛰어들어 사람들과 악수했다. 김씨는 용기를 내 다가가 소개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뒤돌아서는 그를 붙잡은 건 바이든이었다. 정치에 발을 디딘 이유를 묻더니 현안 대화가 이어졌다. 당시 폴 라이언 등 상하원 지도부가 기다리고 있어서 부담이 컸는데 바이든은 “걱정말아라, 저들은 매일 대화하는 자들이고 지금은 너랑 있다”며 김씨를 안심시켰다. 바이든은 고교만 졸업한 김씨 부모가 미국에서 비서와 판매원으로 일했다는 얘기에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톤에서의 힘든 날들을 풀어놨다. 당시 바이든의 아버지는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했고, 델라웨어로 이사한 뒤에야 중고차 판매로 성공했다. 바이든은 자신의 과거로 용기를 북돋아준 뒤 “이민자들의 기여가 이 나라를 만들었다”면서 “스스로를 봐라. 그런 부모님 때문에, 너의 노력 때문에 지금 의회에 일하면서 백악관에 있다. 미국 운영을 돕고 있다. 미국은 정말 놀라운 나라 아니냐”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씨는 1990년대만해도 한인 사회는 공화당 지지가 월등히 많았지만 지금 젊은 층은 민주당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언급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한인 사회가 점차 등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등과의 만찬에서 “한국인들은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했다는 게 알려진 지난 여름 한인사회는 크게 술렁였다고 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해온 데 대한 반감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트럼프 정부 들어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가 모두 바뀌었다”며 “그들은 이젠 작은 기업, 소수인종은 신경도 안 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치 현장을 잠시 벗어나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과 법학전문대에서 경영학과 변호사 과정을 공부하며 미래를 다지고 있다.

 

김씨는 “최고의 날들이 기다린다고 믿는다”며 “내 딸들의 미국은 내가 지금 누리는 미국보다 좀더 나은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시장실 정책국장인 그레이스 최(최은혜·35)가 지난 2016년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캐서린 러셀 국무부 여성특임대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레이스 최 제공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아는 리더십, 바이든…그레이스 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4년간 일했고, 현재 뉴욕시장실 정책국장인 그레이스 최(최은혜·35)는 이번 대선에서 KAFB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경합주 공략을 위해 펜실베이니아 일부와 필라델피아에서는 가가호호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 화상 이벤트도 많았는데, 네플릭스 유명 시리즈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의 작가인 제니 한 등 한국계 유명인들과 만나는 행사도 여럿 기획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전략이 한인 사회를 관통했다고 봤다. 아시아·태평양계(AAPI)를 끌어안기 위해 한국어 등 그 나라 언어로 선거 홍보 자료를 제공했고, 지난 추석엔 한국어로 바이든의 축하 메시지가 KAFB 페이스북에 게재됐다. 

 

최씨는 “아마 한국을 포함해 모든 소수인종들이 ‘바이든은 우리를 더 챙기려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사소한 것이지만 소수인종에겐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통합’을 강조하는 바이든이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빛난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뉴욕 사람들은 정말로 코로나19로 죽을까봐 걱정했고, 정신적인 건강 문제도 이어졌다”며 “트럼프는 진지함이 없었고, 바이러스 대유행과 보건 전문가들을 경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코로나19에 진지하게 대응했고 정말 잘 처리했다. 한인 사회도 그런 대응을 원했지만 결과는 23만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보스턴대를 졸업하고 터프츠대 플래처스쿨에서 국제법·외교학 석사를 마친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바이든의 모습을 기억한다.

 

최씨는 “바이든은 소중한 아들을 잃었던 경험을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코로나19 시대에 미국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했다. 최씨는 당시 국무부 장관실에 소속돼 글로벌 여성정책을 책임지는 캐서린 러셀 여성특임대사 밑에서 일했다. 2013년 임명된 러셀 대사는 이전까지 질 바이든 부통령 부인의 비서실장이었다. 자연스럽게 바이든 부통령을 스쳐지날 기회도 많았다.

 

최씨는 2016년 3월 전세계 여성 리더들을 위한 수상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바이든이 셀카를 찍는 주위 사람들에게 다가와 함께 포즈를 취해주던 장면을 기억한다. 아들 보가 죽은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고 많이 바쁜 때였지만 러셀 대사와의 인연 등을 고려해 기꺼이 시간을 내줬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끝난 2017년 9월 유엔에서 일할 때 암 관련 행사에서 바이든을 다시 만났다. 바이든은 그날 연설에서 “매일 매 순간 암 환자에게 너무나 소중한 암 연구와 치료 시스템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씨는 “바이든은 가슴 아픈 사연을 공유하고 사람들을 끝까지 챙겼다”며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만으로 나는 그를 존경한다. 지금 미국에는 힘든 상황에도 다른 사람을 챙길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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