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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서울·부산시장 공천 가닥… 책임정치 외면

입력 : 2020-10-29 18:25:06 수정 : 2020-10-29 20: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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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 무시’ 비판 불가피
자책 사유 땐 후보 불추천 조항 명시
31·1일 ‘개정 찬반’ 전당원 투표
이낙연 “후보 안 내면 선택권 제한”
野 “약속 안 지켜… 국민 실망시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 추문’ 여파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2021년 4월7일)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은 현 당헌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책임정치를 외면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헌에 따르면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모두 이 조항에 해당돼 후보자 추천은 할 수 없다. 그러자 민주당은 당의 헌법 같은 당헌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헌에 따르면 우리 당은 2곳 보선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면서도 “당헌에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후보 공천을 합리화했다.

이 대표는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31일 오전 10시부터 1일 오후 6시까지 전당원 투표에서 당헌 개정 찬반을 물은 뒤 당무위·중앙위 의결을 통해 내주까지 당헌 개정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 보선은 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추문 탓으로 두 자리가 비면서 치러지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지난 7월 비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자진사퇴했다.

이 대표는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서울과 부산의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며 “특히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은 민주당이 스스로 약속을 어겼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자기네들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며 “약속 파기”라고 성토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민주당은 오늘의 결정으로 집권 여당의 통 큰 책임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을 상정해두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당헌에 명시한 것인데 정치가 아무리 현실이라지만 정작 그런 일이 발생하니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공천을 하겠다는 건 명분이 너무 약하다”며 “우리 정치가 신뢰도가 떨어지고 위기 봉착 상황인데 집권 여당이 서울과 부산에 모두 공천을 하겠다는 건 앞으로 어떻게 신뢰를 받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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