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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코드인사’에 반기·강압조사 논란… 안팎 시달린 최재형

입력 : 2020-10-21 06:00:00 수정 : 2020-10-20 22: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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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초과… 우여곡절 의결까지
친여 위원과 갈등… 총선전 의결 불발
與선 “부당성으로 방향 정해” 사퇴론
野선 “제2의 윤석열” 빗대 여당 비난
감사위 6차례나 열리며 진통 거듭
출근하는 감사원장 최재형 감사원장(오른쪽)이 2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감사 결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점검한 감사원 감사는 법정기한(지난 2월)을 훌쩍 넘기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론이 났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요구일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는 2개월 범위 안에서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원은 당초 지난해 12월까지였던 월성1호기 감사 기간을 2월까지 늘린 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월 감사원이 ‘보완조사’ 결정을 내린 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감사위원회는 의결이 이뤄진 19일까지 6차례나 개최되는 등 이례적인 일이 이어졌다. 감사 사안이 워낙 복잡한 데다,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접점찾기가 그만큼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감사원은 앞서 4·15 총선 직전 감사위원회를 열고 감사보고서 의결을 시도했지만 최재형 원장과 감사위원들 간의 의견차로 의결에 실패했다. 최 원장이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정치성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 원장은 당시 감사보고서를 상정했으나 의결이 불발되자 ‘재조사’를 결정하고, 담당 국장을 4개월 만에 조기 교체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정치공세와 외압 논란에도 최 원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실·국장 회의에서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원칙에 입각한 소신 감사를 주문했다. 최 원장은 또 공석인 감사위원 자리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려는 청와대의 요구를 ‘코드인사’를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조기 폐쇄는 부당했다’는 방향성을 정해 놓고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이 제기됐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에 대한 ‘강압조사’ 의혹이 나오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사퇴론’까지 불거졌다.

그러자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최 원장을 ‘제2의 윤석열’로 빗대며 정부여당이 압박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정치적 공세에 최 원장은 중립적 입장을 보였다. 야당을 향해서는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권의) 사퇴압박은 없었다. 결론을 정해놓고 감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당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중요한 사안을 균형있게 다뤄달라는 염려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은 피감기관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해서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감사저항이 이렇게까지 심한 것은 처음”이라며 관련 기관의 비협조적 태도를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이 감사원의 피감 공무원들에 대한 강압적 태도를 지적하자, 최 원장은 “결과가 나오고 난 뒤 우리 스스로 직무 감찰을 하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의결로 청구됐다. 2018년 월성1호기가 조기폐쇄된 배경에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가 태생적으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野 “文정부 탈원전 정책에 사형 선고” 與 “최재형 원장 정치적 편향성 문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은 20일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최재형 원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의원들은 이날 논평을 내고 “탈원전 정책의 상징과 같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잘못된 결정임이 감사원에 의해 밝혀졌다”며 “탈원전 정책이 사형선고를 받은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 혼란과 사회적 갈등, 경제적 부담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규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원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이어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이 없었다면 보수적으로 계산해보더라도 수천억원의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드릴 수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작된 ‘국정 농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문책도 요구했다. 국민의힘 산자위원들은 “청와대가 개인 사조직이 아니라면 채희봉 당시 산업정책비서관이 혼자 탈원전을 기획하고 월성 1호기 폐쇄를 좌지우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일부 절차 미흡에 따른 기관경고와 관계자 경징계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통상적인 감사에 불과한 이번 감사를 마치 에너지전환 정책의 심판대인 양 논란으로 만든 것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 결과에서)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잘못됐다거나 이사들의 배임과 같은 문제는 지적되지 않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제격”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지난 8월 시민사회단체가 최 원장의 무리한 감사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는데 감사원은 관련 법규에 따라 즉시 공익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 재개해야”

 

20일 공개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보고서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타당성 감사 내용이 부실하다며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선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근거인 경제성 부족이 근거가 없음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결정을 번복하든지 해야 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성 1호기 재가동의 실익은 크지 않은 만큼 그것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같은 실질적인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꼼수와 미봉책으로 멈춰놓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이제 공명정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됐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조기폐쇄가 타당했느냐고 국회가 물었는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다고만 하고 결론이 없다”며 “이럴 거였으면 2월에 그냥 발표하지 8개월 동안이나 왜 감사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감사 방해했다고 산업부 실무자를 징계하라고 했다는데 결국 월성 1호기 관련해서는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에 이어 고리 2호기 등도 폐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단 월성 1호기는 폐쇄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며 “감사원에서 이 정도의 결과가 나왔으면 고리 2호기와 월성 2호기 등도 폐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탈원전보다 탈탄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텐데 정치논리가 들어가면서 원전이 적폐인 것처럼 돼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김민순·이현미·이우중·이정우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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