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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아도 괜찮나”… 접종 후 잇단 사망에 불안 고조

입력 : 2020-10-20 19:03:45 수정 : 2020-10-20 20: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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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에 문의전화 하루 200통
“연결고리 안 밝혀졌지만 걱정”
“사인 규명 기다릴 것” 미루기도

아직 대규모 접종 취소사태 없어
전문가 “중증 위험 반응 드물어
과도한 백신 공포심 경계해야”
시민들이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동부지부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매년 독감 접종은 꼭 했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어요.”

6살, 3살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최모(38)씨는 본인과 자녀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독감백신을 맞은 사람이 숨지는 사례가 나오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백신 상온 노출 이야기를 듣고 꺼림칙한 마음에 접종을 미뤘었는데 사망 소식을 들으니 불안감이 더 커졌다”며 “백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난 건 아니지만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10대 고교생에 이어 70대 노인까지 독감백신 접종 후 숨지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얼마 전 독감백신 유통 문제에 예민해진 시민들 사이에선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기류다.

20일 전국 보건소와 병·의원에는 독감백신의 안전성을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대구 동구보건소에서는 직원 3~4명이 쉴 새 없이 울리는 문의전화를 받고 있었다. 직원들은 쏟아지는 전화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문의는 ‘접종을 꼭 해야 하느냐’, ‘백신이 안전한 게 맞냐’, ‘접종 후 열이 나는데 괜찮냐’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동구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백신이 안전한지 묻는 전화가 하루에 200통이 넘게 걸려온다”며 “불안감이 널리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소아과 관계자도 “지난해와 다르게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어떤 업체의 백신을 쓰는지, 백신이 언제 들어왔고 보관은 어떻게 했는지 꼼꼼하게 물어보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무료 독감백신을 맞으러 부산의 한 보건소를 찾았다가 갑자기 발길을 돌린 70대 노인은 “보건소에서 기다리다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이) TV에서 독감 접종 후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 집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 한 시민이 독감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뉴스1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일단 접종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 분위기다.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37·여)씨는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접종을 하는 건데 지금은 꺼려진다”며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지켜보다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접종 예약 취소 사태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 강동구의 한 이비인후과 앞에도 독감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예방 접종을 하러 왔다는 이모(42)씨는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백신이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건물 밖까지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은 아주 오랫동안, 다수에게 접종해온 백신으로 최근 사례처럼 단기간에 사망이나 중증 위험 반응에 이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쉽사리 인과관계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자의 경우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된다면 접종 시기를 미룰 필요는 있다”면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김승환 기자, 대구=김덕용 기자, 전국종합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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