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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순 참기름 팝니다.’ 예전 시장에서 봤던 기름 파는 가게의 안내문이다. 참기름을 들기름과 구분하자면 참깨의 ‘참’ 하나만 붙여도 충분할 것이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사람들은 ‘순’을 보태고 ‘진짜’로 포장한다. 진짜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상태를 가리키므로 자꾸 이것저것을 덧대고 첨가하면 되레 진짜와 멀어질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화폐도 색깔이 화려할수록 가짜일 확률이 높다. 진짜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나 가짜는 진짜처럼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로 스타덤에 오른 이근 예비역 대위가 이번엔 성추행 전과로 도마에 올랐다. 이씨는 2017년 서울 강남의 한 클럽 복도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손으로 움켜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판결문까지 공개되자 그는 “법적 처벌은 받았지만 추행은 없었다”고 발뺌했다. 앞서 이씨는 자신의 ‘빚투’ 의혹을 계속 부인하다 물증이 제시되고 나서야 뒤늦게 “제 기억이 잘못됐다”고 둘러댔다. 거짓말이 아니라 기억력의 문제라는 얘기다. 이번 소동에 한 네티즌은 “진짜 ‘가짜 사나이’ 맞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기억력 소동은 국회 국감장에서도 있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아들의 군 휴가 연장과 관련해 보좌관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는 바람에 자기 말이 거짓으로 들통나자 애먼 기억 탓으로 돌렸다. “국회에 나와 27번 거짓말했다”는 야당의 추궁에는 “27번 윽박질렀던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런 뒤 자기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겨냥해 “소설이 소설로 끝난 게 아니고 정말 장편소설을 쓰려고 했구나”라고 비꼬았다. 추 장관이 자신에 관한 의혹들을 픽션으로 치부했으나 그의 말에도 논픽션이 있었다. 손혜원, 조국, 윤미향에서 추미애로 이어진 거짓말 시리즈가 진짜 역사소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짜 향나무와 가짜 향나무의 차이는 도끼에 찍히는 순간에 드러난다고 한다. 진짜는 찍힐수록 향기를 내뿜지만 가짜는 둔탁한 소음만 낸다. 추미애 소란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얼굴을 찡그린다. 이보다 더 확실한 거짓의 물증이 어디 있겠나.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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