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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도, 정원도 한폭 두루마리 그림 [박윤정의 니하오 중국]

관련이슈 박윤정의 니하오 중국

입력 : 2020-10-18 10:00:00 수정 : 2020-10-14 2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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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쑤저우
미술작품 같은 쑤저우 박물관
고대 유물서 현대까지 화려한 작품들 소장
中 4대 정원의 하나인 졸정원
연못과 수로 위 연꽃의 향기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옷깃을 여민 채 숙소를 나선다. 머무는 호텔에서 박물관까지는 18㎞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택시로 30여분 걸리는 거리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고 혹시나 발음이 어설퍼 낯선 곳에 내려줄 수 있으니 기사와의 통역까지 부탁한다. 고속도로와 같은 쭉 뻗은 길을 달려 톨게이트를 지난다. 큰 건물들을 지나자 기사는 박물관 앞이라며 복잡한 거리에 일행을 내려준다.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라고 확인한 터라 입장을 위한 줄 뒤로 섰다. 차례가 와서 마주 선 검표원은 QR코드를 보여 달란다. 무슨 말인지 당황스러워하자 안내판을 가리키며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입장료는 없지만 인원 통제를 위해 미리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순간 당황했지만 영어로 친절한 설명이 쓰인 안내판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박물관 사이트에 접속해 손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에 따른 인원 제한이 있어 3시간 후로 입장시간이 확정되었다.

박물관 입장시간까지 어차피 방문할 예정이었던 바로 옆의 ‘졸정원(拙政園)’을 먼저 들르기로 한다. 졸정원은 명나라 때 만들어진 쑤저우 최대의 정원으로 유원(留園), 창랑정(滄浪亭), 사자림(獅子林)과 함께 쑤저우 4대 정원이며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베이징의 이화원(?和園), 청더의 피서산장(避暑山莊), 쑤저우의 유원과 함께 중국의 4대 명원으로도 유명하다. 졸정원은 어리석은 정치인 또는 관리자의 정원이라는 뜻(Humble Administrator’s Garden)으로 이런 독특한 이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리석은 자가 정치를 한다는 ‘졸자지위정야(拙者之爲政也)’라는 말에서 따왔다는 이름은 정원을 만든 명나라 관료 왕헌신(王獻臣)이 중앙 권력에서 밀려나 낙향해 정원을 지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의미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이를 정치가가 스스로를 낮추는 뜻으로 해석해 겸손한 의미로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름의 본래 의미야 무엇이든 정원의 규모는 절대 겸손하지 않다. 4만㎡에 이르는 총면적은 쑤저우의 정원들 중 가장 넓을 뿐 아니라 부지의 절반 이상을 이루는 연못과 수로 위에는 화려한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국 무협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정원의 첫인상은 낯설기보다 한 폭의 두루마기 그림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 명나라 중국 고전 정원 디자인의 4가지 필수 요소가 물, 바위, 식물, 건물이라더니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쑤저우 박물관. 유명한 현지 건축가 이오밍 페이가 물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지역 고전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2006년에 지었다. 물에 비친 박물관 외관은 도심에서 스쳤던 옛 건물들의 선을 담고 있다.

정원은 동원(東園), 중원(中園), 절묘한 건물이 있는 서원(西園)으로 나뉜다. 먼저 동쪽 정원으로 들어서면 푸름이 짙은 나무들 사이로 들쭉날쭉한 바위들이 자연스레 자리한다. 겨울이라 꽃을 떨군 꽃나무들을 지나니 큰 연못이다. 매력적인 정자에 앉아 주위를 바라보니 귀를 스치던 관광객들의 언어들이 점점 연못으로 사그라지고 풍경이 더 가까이 시야에 들어온다. 과거의 시간들이 연못에 머물며 평온함을 전한다.

중앙 정원이 가장 아름답다. 정자와 테라스, 바위로 둘러싸인 커다란 연꽃 연못이 있다. 중원의 본관은 원향정으로 이름처럼 연꽃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여름의 화려한 연꽃 향기가 겨울 공간에도 머물러 있는 듯 코끝을 간질인다. 향기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니 서쪽 정원이다.

 

정원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수로를 따라 배치되어 있는 서쪽 정원은 많은 정자들이 차례대로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다. 동백나무정자와 만다린 오리정자를 지나며 여름에 정자 앞에서 수영하는 오리들을 상상해 본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를 지나 서쪽 분재 정원에서 중국식 분재를 훑어본다. 약 400년이 넘는 분재라니 가지마다 한 권의 역사서를 이고 있을 법하다. 엉겁결에 이른 아침 도착하여 평화로운 정원을 경험하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핑장루 운하.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듯 수로를 따라 길을 달린다. 역사 뒤안길에는 관광객들에게 쉴 수 있는 카페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금세 여유롭고 고즈넉한 오전 시간을 보내고 밀려오는 관광객들을 등지고 박물관으로 향하기로 한다. 유명한 현지 건축가 이오밍 페이가 2006년 지은 쑤저우 박물관은 물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지역 고전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도심에서 스쳤던 옛 건물들의 선을 담고 있으며 조금 전 방문한 정원의 현대적 모습이 아닌가 상상되기도 하다. 전시된 작가의 작품들 역시 감동적이지만 박물관 내 공간이 시선을 이끈다.

전시장에는 현대 작가부터 고대 그림과 화려한 서예, 도자기 공예품과 발굴된 유물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한 번에 둘러보기에는 지쳐 잠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박물관 내 감각적인 카페 공간도 멋스럽다. 점점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밀려 전시관을 빠져 나온다. 물에 비친 박물관 외관을 사진에 담고 쑤저우의 역사적인 거리를 따라 나선다.

지도를 펴들고 있으니 자전거인력거 아저씨들이 말을 건네 온다. 간단한 흥정으로 핑장루로 들어선다. 고대 운하거리로 상점과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듯 수로를 따라 길을 달린다. 역사 뒤안길에는 관광객들에게 쉴 수 있는 카페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운하를 따라 늘어서 있는 가게들을 지나치니 어디선가 재스민 향이 풍긴다. 가게로 들어서 재스민 향이 좋은 쑤저우의 전통 차를 주문해 본다. 비단 자락 물들이듯 조금씩 어두워지는 등불이 운하를 물들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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