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사) 사고인데 그 물체를 떨어뜨린 차량을 찾으셨다는 말씀이시죠?”
최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A씨는 고속도로 낙하물로 인한 사고 발생 후, 원인이 된 물체를 경찰이 찾은데다가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입건됐다는 말까지 듣자, 믿기지 않다는 듯 이 같이 되물었다.
A씨는 지난 6월 중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바닥에 떨어져 있던 ‘판스프링’을 다른 차량이 밟고 지나가면서 튕겨 날아오는 바람에 앞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였다. 그는 판스프링을 떨어뜨린 사고의 근본 원인이 된 차량은 찾지 못했다.
판스프링은 화물차 바퀴 충격 완화 장치지만, 도로에 떨어지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흉기가 된다.
A씨는 사고 후 운전대를 거의 잡지 않았다고 한다. 몇 차례 차를 몰기는 했으나, 사고 당시 충격이 워낙 컸던 데다가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8주간 심리상담을 받고 최근에야 마음의 안정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세계일보에 제공했던 사진 등을 이번 기사에 포함해도 되는지 묻자 “괜찮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로 고속도로가 차량으로 붐비는 상황에서 A씨와 비슷한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낙하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온다면, 운전자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사고는 가해자는 찾지 못하고 피해자만 남는 게 대부분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낙하물 사고는 지난 18일 중부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조립에 쓰이는 부품인 ‘마스트핀’이 화물차에서 떨어진 뒤, 후행차량에 튕겨 반대편 차로에서 달려오던 차의 유리창을 관통하면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성이 의식을 잃은 사고다.
다행히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사고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남고, 양방향 차량을 경찰이 샅샅이 확인하면서 부품을 밟은 차량과 최초로 물체가 떨어진 화물차도 특정할 수 있었다.
마스트핀이 떨어진 차량의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처럼 ‘진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고는 극소수여서,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판스프링 위법 부착 차량을 발견하는 즉시 국민신문고에 신고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사전에 위법 차량을 신고해서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는 불상사를 막자는 취지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판스프링 차량을 확인했다”며 신고 인증을 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난 2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를 모르는 척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4만명이 넘는 누리꾼의 동의를 얻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 근절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차량 정비 업계에 따르면 화물차 정비 시 판스프링을 발견하면 부적합 처리를 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최근 일선 정비소에 전달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비 시에만 판스프링을 제거하면 통과 아니냐며, 무거운 과태료 부과 등의 더욱 강력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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