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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산 수산물 ‘출하 제한 해제’로 전국 유통…다음은 한국?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0-09-25 15:21:42 수정 : 2020-09-25 15: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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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은 수산물. 출하 제한이 해제되 일본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NHK 방송화면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을 강타한 규모 9.0의 강진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일부 수산물이 일본 전역에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일본 정부는 안정성 문제로 해안 바닥에 서식하는 넙치, 멍게 등의 일부 어패류에 대해 출하를 제한해왔는데 지난해부터 후쿠시마현에서 어획한 모든 수산물의 출하를 허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후쿠시마현은 원전 사고 후 현재까지 임시조업만 하는 상황이라 유통된 물량이 소량에 그친다는 점이다.

 

현재 현 어획량은 사고 전의 약 14%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지에서는 어획량은 점점 증가하고 유통업체가 하나둘 문을 열면서 앞으로 더 많은 현 수산물이 일본 전역에 유통될 거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한중일)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확보돼 있다”고 수입 재개를 요구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나미에마치(지명)의 중개 업체는 지난 4월 영업을 재개했다. 업체 대표는 “현산 수산물이 팔릴까 걱정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구매(주문)가 있었다”고 말했다. NHK 방송화면

◆후쿠시마산 수산물 ‘출하 제한 해제’ 전국유통

 

24일 NHK 보도에 따르면 원전 사고 후 9년 반쯤 지난 지금 일본 후쿠시마현에서는 임시조업이 한창이다.

 

사고 전 후쿠시마현 앞바다는 ‘쿠릴해류’(쿠릴열도 동안을 따라 남하해 일본에 이르는 해류)와 ‘쿠로시오해류’(북태평양 서부와 일본열도 남쪽을 따라 북쪽과 동쪽으로 흐르는 해류, 일본해류라고도 한다)가 만나 플랑크톤이 풍부해 넙치, 가자미 등이 주로 잡혔고 비싼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원전 사고 후 방사능 오염 등 안전상의 문제로 출하가 제한됐다. 또 현재도 유통량이 조정되면서 도소매상 등 구매자가 안전성 등을 평가·확인할 정도의 임시조업만 이뤄지고 이를 통과한 수산물이 유통되는 상황이다.

 

임시조업은 원전 사고로 현을 둘러싼 소문과 우려 등의 풍문 피해로 지역에서 잡아 올린 수산물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아 가격 폭락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조업일수나 어획량, 장소 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현의 지난해 연안 어획량은 사고 전의 14% 정도에 머물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다시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넙치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서서히 가격을 회복해 지난해 도쿄 중앙도매시장에서 다른 지역 수산물 가격과 거의 유사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가운데 어항과 어선 등 복구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작년에는 모든 항구에서 하역이 재개됐고 올해 2월에는 ‘모든 어종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으로 출하 제한까지 모두 해제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 매일 170t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HK 방송화면

◆원전서 수십 km 떨어진 내륙도 ‘출입금지’, 해양은 안전한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산 식품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방사능 피해를 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해안에 인접해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사고 직후 지역에서 잡아 올린 수산물 대부분이 유통이 금지됐고 2018년까지 일부 수산물 유통이 금지됐다.

 

특히 피해지 및 원전부지에는 여전히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과 매일 170t 전후로 발생하는 오염수가 문제로 지적되며 안전마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말하는 원전 오염수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할 때 발생한 오염수 등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불리는 정화 장치를 이용해 트라이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62종)을 제거한 물이다.

 

그러나 처리수에도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생태계 파괴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은 해양(어촌)뿐 아니라 육지(농가)도 비슷하다. 지난 7월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이전 후쿠시마현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전량 폐기된 바 있고 지금도 피폭 우려로 일부 지역은 출입이 통제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도쿄전력은 오는 2022년 여름이 되면 오염수 증설분을 포함한 총 137만t 규모의 저장 탱크가 가득 차게 된다며 그 전에 해양방류 등을 통해 처분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현에서 조업이 재개되고 출하 제한까지 풀렸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방출을 검토하면서 국제사회를 비롯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日현대비즈니스

◆“후쿠시마 식품 안전, 수입하라”…다음은 한국?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에 따라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수입을 지금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유일하게 한국에만 소송을 걸어 ‘WTO 제소 판결을 계기로 다른 나라로 규제 철폐협상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국간 제소 사건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는 작년 4월 한국 정부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결해 이같은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등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 대만 등 23개국 나라들을 향해 규제 철폐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오는 2021년 원전 사고 10년을 맞이하는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출이 재개되면 ‘지진피해에서 완전히 복구된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수산물은 못 잡아서 유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서 NHK가 현지 어촌 등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아 가격이 폭락할 것을 고민해 자체적으로 조업일수와 어획량, 장소 등을 제한’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상황 일본에서 팔리지 않은 수산물을 한국에 수출한다면 일본 정부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지역 부흥’과 ‘피해에서 복구된 것’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 된다.

 

이에 스가 요시데 정권에서 유임된 외무상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후쿠시마현 식품을 수입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日정부,도쿄전력…방사능 오염수 바다에 버리지만 수산물 등은 수입하라 / 지역서도 분명한 반대 목소리

 

현은 지역에서 젊은 청년들이 어업에 종사하는 모습을 소개하며 지금도 어업재개를 이어가고 있다. 또 사고 후 중단된 전국에 판로를 꾸준히 개척해 유통업도 일부 회복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들의 생계를 다시 위협할 오염수 해양방출을 시도하고 여기서 잡아 올린 수산물 등을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길 바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NHK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있는 트리튬 등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 처리가 문제”라며 “어촌은 바다 방출에 반대 입장을 보인다. 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되면 새로운 풍문 피해로 이어져 어획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강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현 소마·후타바(지명) 어협 조합장은 “후쿠시마현 수산물이 유통되는 지금, 해양 방출하면 후쿠시마의 어업은 어떻게 되는가”라며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모두 무너져 버린다. 국가의 정책이라고 해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어촌의 어획이 제한되는 가운데 부족한 수익은 도쿄전력의 배상금으로 보충하고 있다. 어촌에서 바라는 건 ‘지진 전처럼 풍어를 목표로 바다로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등 국제사회뿐 아니라 원전 사고로 큰 피해를 본 지역사회를 위해서라도 오염수 해양방출은 없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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