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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상부 지시 받고 무차별 총격…서욱 “시신 40분간 불태우고 바다에 버려”

입력 : 2020-09-25 06:00:00 수정 : 2020-09-25 0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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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실종 28시간 지나 흔적 포착
해군, 오후 4시40분쯤 우리 국민 확인
22일 밤 9시 전후 北 총살 첩보 접해
북측 불꽃 확인한 軍 “화장 아니었다”
자정쯤 상황파악 軍 수뇌부 아연실색
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 A(47)씨는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 해상에서 실종됐다고 군 당국은 24일 밝혔다. 실종 당일 오전 11시30분쯤 어업지도선 선원들이 배에서 A씨가 보이지 않자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한 뒤 해경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내에는 버려진 A씨의 신발이 발견됐다.

 

◆군, 실종 하루 지나서야 실종자 특정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실종 관련 보고가 전파된 뒤 21일 오후부터 해경과 해군 함정, 해수부 선박 20척과 해경 항공기 2대 등이 투입돼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인근 해역의 정밀수색에 나섰지만 A씨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행방이 묘연했던 A씨의 흔적이 포착된 것은 실종 하루가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쯤 군 당국의 첩보를 통해서다.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북방한계선(NLL) 이북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간신히 1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부유물에 몸을 싣고는 기진맥진한 상태의 실종자 A씨의 정황을 입수한 것이다. 이때가 북한 선박과 실종자 A씨의 첫 접촉 시간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군 당국은 실종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군 당국이 실종자임을 정확히 확인한 시점은 22일 오후 4시40분쯤 북한 선박이 실종자와 일정거리를 둔 채 방독면·방호복 등을 착용하고 실종자의 표류 경위 등 월북 진술을 듣고 있다고 판단한 뒤다. 이후 북한 선박은 실종자를 해상에 내버려둔 채 유실 방지에만 신경썼다.

◆22일 오후 9시 전후 총격 첩보 포착

 

상황이 돌변한 것은 오후 9시를 전후해서다. 이 무렵 군 당국에는 실종자를 쏘라는 ‘상부 지시’가 전달되는 북한군 내부 첩보가 포착됐다. 이윽고 40여분이 지나 실종자 표류 해상에 등장한 북한 단속정에서 실종자를 향해 무차별적인 총격이 가해졌다. 북한 단속정이 상부 지시를 받고 실종자를 총으로 쏜 것이다. 구체적인 총격 횟수는 군 내부 사정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오후 10시쯤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고 군은 전했다. 오후 10시11분쯤 연평도에 있는 우리 군 감시장비에 시신을 불태우는 불꽃이 관측되기도 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화장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불태웠다”며 격앙된 표정으로 설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시신이 어디 있는가’라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질의에 “현재 확인할 수 없다”며 “그 해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 의원이 “북측이 시신을 불태우고 바다에 버렸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고 말했으며 ‘시신이 훼손돼 일부가 바다에 떠다닐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밤 11시 국방부·청와대 상황 공유

 

서 장관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 상황이 공유된 것은 22일 오후 11시에서 자정 무렵이다. 당시 군 수뇌부도 아연실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런 사실을 23일 오후 1시30분 언론에 처음 공개했고 생사에 대해선 “실종자의 생존 여부는 현재 단정할 수 없다”고 발뺌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오후 4시35분에는 군 당국이 유엔군사령부 측과 협의하에 북측에 대북전통문을 발송해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이와 관련된 사실 확인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답하지 않았다.

 

24일 새벽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가 열려 실종사건 관련 입장문 발표 여부 등을 결정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 경고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국민 총살 후 불태운 北… 軍 지켜만 봤다

 

북한군이 지난 21일 실종된 남측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하루가 지난 22일 오후 남북이 적대행위 금지를 합의한 서해 해상 완충구역에서 사살한 뒤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군이 남한의 비무장 민간인을 잔인하게 사살한 것이어서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피격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북한군의 만행을 규탄했다.

 

군 당국은 이날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1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몸을 맡긴 채 기진맥진한 실종자(A씨)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등산곶은 2018년 9·19 남북 군사 합의상 적대행위를 금지한 완충구역 내에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측 선박은 이날 오후 4시40분쯤 A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표류 경위를 청취했다. 하지만 5시간 뒤인 오후 9시40분쯤 등장한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와서 A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군 당국은 총격 직전에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오후 10시11분쯤 북측 해상에서 접근해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고, 우리 군의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 이를 감지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이어 북측 총격에 우리 민간인이 사망한 두 번째 사례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군 당국이 22일 A씨가 북한군과 발견된 정황을 파악한 뒤 사살될 때까지 5, 6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 없이 지켜만 본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군 당국은 사건이 북측 해역에서 일어났고 북한 총격을 예상치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4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도 이날 ‘국방부 입장문’ 발표를 통해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규탄했다.

 

해양경찰은 이날 어업지도선 직원 및 가족 등을 상대로 실종자 신변사항과 행적 조사에 나섰다. 해경은 어업지도선 내 폐쇄회로(CC)TV 2대를 확인했지만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아 동선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유서 등 월북 징후를 전혀 남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우리 군의 공식 항의에도 북측은 답변하지 않고 있다.

 

박병진·박현준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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