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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사과는 감동을 동반한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천안함 폭침을 희화화한 삽화를 그린 자신의 과거 행위에 용서를 구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 올린 ‘사과의 말씀’에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한 게 맞다. 제가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했다. “큰 사과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9년 만의 사과였다.

사과는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늦는 법이 없다. 2016년 백발의 김덕모옹은 56년 만에 이승만정부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다 숨진 김주열 열사의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그는 경찰이 김 열사 시신을 바다에 버릴 때 차를 몰았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던 일본인 자객의 후손들은 110년 만에 사과했다. 일본인 12명은 2005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황후의 묘소를 찾아가 조상을 대신해 용서를 빌었다. 이들은 “우리는 진정한 사죄를 하러 왔다”면서 ‘사과’와 ‘반성’을 되뇌었다. 그게 양심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양심을 잃은 지도층이 수두룩하다. 예전 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에 “국정조사를 하자”고 큰소리쳤던 추미애 법무장관은 자기 아들의 ‘황제 병역’ 의혹엔 “소설 쓰시네”라고 빈정거렸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짜 뉴스를 엄중 단속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전임 정부의 괴담 유포자 단속 조치를 비난했던 자신의 과거 언행과 배치된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조적조’를 뺨치는 ‘추적추’다. 이런 인사들을 장관에 앉히고 감싸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다. 공무원들에게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고 해놓고선 ‘영혼 있는 공직자’들을 되레 구박한다.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사과의 원뜻은 ‘과오에서 벗어남’을 가리킨다. 그러자면 꼭 필요한 덕목이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끝내 잘못을 부인하고 우긴다면 과오에서 벗어날 기회를 영영 상실하고 만다. 공자가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잘못”이라고 역설한 이유다.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했던 문 대통령은 지금 ‘두 번째 잘못’의 문턱을 넘고 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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