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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 … 사찰음식은 ‘한국형 비건’ [김도훈의 맛있는 이야기]

입력 : 2020-09-26 14:00:00 수정 : 2020-09-28 10: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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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지테리언’ 150만명
달걀·우유도 먹지않는 ‘비건’ 50만명
빵·아이스크림·라면·파스타… 다양한 메뉴 쏟아져
매장도 늘어… “채식은 맛이 없다” 편견 깨
나물 듬뿍 파스타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20년을 이끌 외식 트렌드 키워드로 그린오션,

멀티스트리밍 소비, 나를 위한 소비, 편리미엄 외식 등 4가지를 소개했다.

이들 키워드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친환경 가치를 경쟁요소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시장을 의미하는 그린오션이다.

이에 맞춰 현재 외식 시장은 비건 열풍이다. 비건들을 위한 아이스크림, 라면,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 마요네즈 등 다양한 메뉴가 쏟아지고 있다.

또 300곳이 넘는 다양한 비건 매장들이 생겨나 채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한국형 비건 ‘사찰음식’

국내에서 배지테리언으로 불리는 채식주의자는 150만명을 넘어섰다. 2008년 조사했을 때 1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증가한 엄청난 수치다. 이 중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 인구는 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환경 문제, 종교적, 윤리적, 철학적 등의 개인적 신념 또는 웰빙 등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이제는 채식주의는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락토, 오보, 락토오보, 페스코, 폴로 등 채식주의는 무엇을 먹고 먹지 않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그중 비건(Vegan)은 동물에게서 나온, 혹은 동물실험을 거친 음식도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를 말한다. 다시 말해 육류, 생선, 달걀, 우유, 심지어 벌에서 나온 꿀 등을 일절 금지한다. 그래서인지 비건 인증을 받는 것은 여간 쉬운 것은 아니다.

사찰음식은 불교에서 허용하는 음식, 승려들의 절 음식을 말한다. 채식이 세계 음식문화에서 큰 트렌드인 현재 사찰음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정관스님, 우관스님, 선재스님 등 사찰음식 대가 스님들에게 세계 각지에서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이다.


물론 유럽에서 말하는 비건과는 조금 다르다.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금지하는 것은 같지만 수련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한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를 금한다. 또 대승불교를 받아들인 국내 불교에서는 우유는 허락하니 100% 비건이라기보다는 굳이 구분하자면 락토가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형 비건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제철 식재료와 함께 계절과 건강을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사찰음식은 큰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스님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면서 절에서 사찰음식을 직접 즐겼지만 사찰이 아니더라도 건강한 사찰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발우공양 산촌, 마지, 아승지 등이 대표적인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버터, 우유, 계란 없는 ‘비건 베이커리’

포털사이트에서 비건을 검색하면 쇼핑란을 도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베이커리다. 비건 시장에서 베이커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버터, 우유, 계란 등을 먹지 않지만 빵은 끊을 수 없는 비건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비건 빵은 버터 대신 올리브 오일, 견과류 오일, 코코넛 오일 등의 식물성 오일을 사용한다. 또 우유 대신 두유, 아몬드·캐슈넛 등의 견과류로 만든 넛밀크, 코코넛 밀크를 쓰고 계란 대신 바나나, 아마씨, 타피오카 등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편견은 버려도 된다. 비건의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베이킹 레시피와 곡물, 견과류, 과일 등을 사용한 입맛 돋우는 메뉴들이 가득하다. 꼭 비건이 아니더라도 맛 때문에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비건 베이커리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로컬에서도 생각보다 검색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제로비건, 야미요밀, 메종드비건, 해밀 비건베이커리 등 수십곳이 지역별로 존재한다. 꼭 비건이 아니어도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고 하니 경험해 보시길.

 

딸기비빔면


#고기 없어도 채식이 맛있는 비건 레스토랑

채식은 맛이 없다는 생각은 일반인들이 지닌 편견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을지로 ‘지금 여기가 맨 앞’이란 곳에서 우연히 식사를 하게 됐다. 메뉴판에 비건인을 위한 메뉴로 ‘나물 듬뿍 파스타’가 보인다. 사실 메뉴만 봤을 때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는데 육류 및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간 어떤 파스타보다도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비건 레스토랑 음식들을 보면 신선하다 못해 ‘신박’하다. 콩으로 만든 고기 등 다양한 대체육들은 이미 대부분 한 번쯤은 접해본 메뉴이지만 두부로 만든 리코타, 수박으로 만드는 참치회 같은 식감, 새송이로 관자와 같은 식감을 내는 메뉴들은 셰프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나게 한다. 푸드 더즈 매터, 다이너재키, 어라운드 그린, 천년식향 등은 대표적인 비건 레스토랑이다. 채식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건강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이제는 이러한 편견보다는 맛 자체가 즐거움이 되기에 비건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비거니즘을 경험해 보자.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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