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덜그럭 또 덜그럭/ 목란이 방에서 베를 짜네/ 베틀 북 소리 들리지 않고/ 들리는 건 오직 여인의 한숨 소리.” 중국 남북조시대의 서사시 ‘목란사(木蘭辭)’의 첫 대목이다. 늙은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간 여인 ‘목란’. 중국식 발음은 무란이다. 집을 떠난 지 12년 만에 돌아왔다.

영웅적인 행적이 악비에 비견할 만하다. 악비는 여진족의 나라 금에 맞서 한족의 나라 송을 지킨 영웅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목란은 악비처럼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이어지는 시구. “가한(可汗)께서 군사를 크게 일으켰다/ 군첩 열두 권/ 아버지의 이름이 있다.” 군첩은 징집자 명단이다. ‘가한’은 무엇일까. 왕·부족장을 이르는 칸이다. 가한·한(韓)·한(罕)…. 모두 칸을 표기하는 한자로, 북방 종족의 용어다. 목란이 북방 선비족의 나라 북위의 여인이기에 그런 말을 쓴 것이다. 선비족의 고향은 북만주의 대흥안령(다싱안링)산맥 지역이다. 한족의 나라에서 영웅시할 리 있을까. 목란 고사는 경극으로도 남았다. 왜? 지금의 중국이 들어서기 전 만주족인 청 황실이 중국 대륙을 지배한 영향 때문이 아닐까.

목란 고사가 실사 영화 ‘뮬란’으로 만들어졌다. 1998년 애니메이션 뮬란이 나온 지 22년 만이다. 불길한 새 울음소리 속에 만리장성을 넘는 북방의 침입자들…. 애니메이션 뮬란의 첫 장면이다. 17일 개봉한 영화 뮬란에서는 어떨까. 중앙아시아 무슬림 복식의 백성이 사는 성을 중국인 병사들이 지키며 외적에 맞선다. 애니메이션에도, 영화에도 왜곡된 중국 역사관이 짙게 깔려 있다. 영화 뮬란은 개봉 전부터 혹평이 봇물을 이루었다. “월트디즈니가 중국 공산당에 영혼을 팔았다”고 비판한다. 민주화 시위대를 탄압한 홍콩 경찰을 응원한 배우 류이페이(유역비), 100만명을 수용소에 감금했다는 신장위구르 당국에 감사를 표한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비난을 촉발했다.

월트디즈니는 목란이 누구인지 알기나 하는 걸까. 선비족은 남방 한족을 위협한 세력이다. 핏줄로 따지면 북방계열인 한민족과 더 가깝다. 목란이 출정한 전쟁은 어떤 전쟁일까. 실제 역사는 영화 뮬란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