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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아동 집으로 가면 또… 재학대 방지장치 시급 [연중기획 - 피로사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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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7 06:00:00 수정 : 2020-09-17 14: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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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정 보호 원칙’ 등 손질 목소리
89%가 집 귀환… 재학대 비극 매년 늘어
초기 분리보호 위한 ‘쉼터’ 전국 72곳뿐
위탁·그룹홈 등 장기 보호체계 마련해야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민법을 개정하겠습니다.”

정부가 부모의 자녀 징계권을 보장한 민법 조항 개정에 나섰다. 1958년 제정된 민법 915조는 부모 등 친권자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부모 체벌을 정당화한 조항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반세기 넘게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정부가 법 자체를 손질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을 뜯어 고친다고 아동학대가 얼마나 줄지는 미지수다. 보호 시스템 자체에 보완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학대를 당한 아이 대부분이 ‘원가정 보호의 원칙’에 따라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학대 위협에 시달리는 현실이 대표적이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를 살펴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1685건 중 원가정 보호 건수는 1498건(89%)이다. 초기에 가정과 아동을 분리해 보호한 건수는 187건(11%)에 그쳤다. 이마저 분리 보호된 아동은 중 절반은 또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

원가정 보호 조치는 높은 비율의 재학대로 이어진다. 아동권리보장원 통계에 따르면 아동 재학대는 2016년 1591건, 2017년 2160건, 2018년에는 2543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보다 촘촘하고 내실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아동학대 양형기준을 높이거나 아이를 소유물이나 훈육 대상으로 인식하는 부모의 상담·교육 또는 의학·심리적 치료를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선 동양대 교수(경찰범죄심리학) “아동학대는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알코올중독과 게임·도박 중독 등을 원인으로 아동학대가 발생한 거라면 부모에게 충동장애 교정교육을 해 재발을 막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분리보호 피해 아동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시설도 필요하다. 분리보호는 가정 내 안전한 보호자가 없고, 학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진행한다. 하지만 시설이 부족해 피해 아동을 원가정에 일단 두고 일주일이나 한 달 뒤에 데리고 가는 사례도 있다. 정부가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확충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연령, 성별, 장애 등으로 나눠 분리보호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장기보호를 위한 가정위탁이나 그룹홈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동훈 아동권리보장원 학대예방사업부 과장은 “전국에 72개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있지만 더 세심하게 돌봐야 하는 영유아와 장애아동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선진국의 전문 가정위탁제도를 참고해 피해아동의 안전 울타리를 넓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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