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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복지허브로 ‘노동 생애’ 지원… 근로자에 희망 버팀목 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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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5 19:05:49 수정 : 2020-09-15 19: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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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인터뷰에서 ‘노동복지 허브’로서 공단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취임 후 해온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우리만큼 ‘일하는 사람’에 대해 잘 아는 곳은 없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한마디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하지만 그간 일을 잘해왔는데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내 옆 직원이 뭘 하는지, 이 사업과 저 사업을 어떻게 연계시킬지 몰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을 떠올리면 흔히 주 업무로 산업재해보상이 꼽히지만, 공단의 업무 범위는 방대하다. 산재보험 외에도 고용보험, 전국 병원 10곳을 통한 공공의료 서비스 사업, 저소득근로자 대부, 신용보증 지원사업, 임금체불 지원, 직장보육시설, 어린이집 운영, 퇴직연금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체 직원 규모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중 가장 크다. 7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현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노동고용정책비서관을 지낸 강 이사장은 올해 2월 이사장직에 취임하고 가장 먼저 ‘노동복지 허브’ 개념을 도입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하는 일을 모두 엮으면 예비 취업 단계부터 퇴직할 때까지 ‘일하는 생애’ 동안 이미 그 중심에 노동복지를 제공하는 허브로서 근로복지공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통상 기관장이 취임하면 6개월, 1년짜리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단번에 성과를 내려고 한다. 전 한 달짜리 TF를 만들었다”며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묶어서 근로복지공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강 이사장의 ‘일하는 사람’의 대상은 노동자만이 아니다. 영세사업주, 소상공인, 자영업자 역시 노동복지 허브에 포함된다.

강 이사장은 1995년 공단 설립 이후 관료가 아닌 최초의 민간 출신 수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돼 취임식 대신 코로나19 대응 긴급 확대 간부회의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확진자와 해외에서 코로나19에 걸린 국내 기업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해 주목받았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로 공단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사장에 취임한 올해 2월이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때였다. 예정된 취임식도 취소하고 ‘코로나19 대응 긴급확대간부회의’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사업주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산재보험료 경감, 고용·산재보험료 납부기한 연장,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소득조건 완화 및 금리 인하 등 대책을 마련했다. 또 긴급재난기부금 모집 담당 기관으로서 코로나19 고용충격 최전선에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한국노동연구원, 청와대 노동정책비서관 등 33년간 노동·고용·근로복지 분야 연구에 몸담아 왔다. 이 기간 동안 노동경제 분야에 매진했다. 전통적인 노동경제학에선 나이가 들면 신체가 한계에 다다랐으니 일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선 인간 수명이 늘어났다. 살 날이 많은데 정부나 사회, 가정에 손을 내밀면 일하는 사람들의 돈으로 충당하게 되는데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일하는 복지’ 철학이 나왔고, 근로복지공단의 모토도 바뀌었다. 일하고자 하는 시점부터 일터를 떠나기까지를 ‘노동 생애’로 정의해 이 기간 동안 ‘일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이 됐다.”

―이사장 취임 후 ‘노동복지 허브’ 개념을 도입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성공적인 공적을 쌓아왔고 최고의 사회보장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났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노동자나 사업주가 좋은 일, 나쁜 일이 있을 때 ‘희망 버팀목’으로서 그 중심에 근로복지공단이 있다. 말 그대로 노동복지의 ‘허브’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내에서도 각자가 자기 일을 할 뿐 내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공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내제화시켜 흩어져있던 사업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였다.”

―노동복지 빅데이터 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대표적인 노동보험 두 가지인 산재·고용보험을 저희가 다 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 일자리를 제공한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다 있다. 노동자 개인과 사업주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제공하는 정보들, 각종 사건·사고 등 역동적인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접수된다. 무려 보험·복지·의료 등 사업분야 8개 시스템에서 1500억건이 넘게 쌓여있다. 그러나 정리가 안 돼 있다. 내년 센터 건립을 목표로 지난달 ‘노동복지 빅데이터 센터 구축 TF’를 꾸렸다. 이 정보들이 연계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면 산재·고용보험뿐 아니라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7대 사회보험과 데이터를 연계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산재 판정에 사회적 관심이 높다 보니 부담이 크겠다.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제 ‘사람 중심’ 철학에 따르면 어려운 분들 모두 도움을 드리고 싶다. 그러나 공정해야 한다. 부정 수급을 최소화해야 한다. 판정 요인이 되는 트라우마가 업무에서 비롯된 건지, 기저질환에서 나온 건지 잘 구별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등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각되는 사례들도 계속 발생한다. 모든 케이스가 각기 다르다. 또 병원·재활 치료, 요양·장애급여 등 보장 내역이 넓다 보니 실제로 위장사고도 많이 접수되지만, 신청자 입장에선 절실하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공단 직원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힘든 업무로 분류된다. 전문성, 책임성, 객관성이 모두 요구된다.”

―노동자 입장에선 여전히 산재 신청의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산재 신청 건수는 2017년 11만3000여건에서 지난해 14만7000여건으로 최근 크게 늘었다. 공단에서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산재 신청 시 사업주에게 재해 경위에 대한 사실 확인을 받는 사업주 확인 제도를 폐지했다. 출퇴근 중 사고도 산재보상 대상에 포함하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 사업장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산재 신청 서식을 간소화해 노동자들이 보다 쉽게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19 산재 신청 업무처리 방안을 마련해 방역당국의 조사내용을 확인해 역학조사를 생략하는 등 승인 절차도 간소화했다. 이에 산재 인정률도 2017년 89.5%에서 지난해 91%로 점차 오르고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확히는 모든 일하는 사람, 취업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올해 12월에 로드맵이 발표될 텐데, 공단에선 지난 7월부터 정부 기획단에 전문가를 파견해 참여하고 있고, 공단 내에 별도로 ‘적용확대추진 TF’를 신설해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세청과 협업하면 고용보험료 책정 기준을 임금이 아닌 소득·이윤 중심으로 쉽게 바꿀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기관 사이 연계 과정을 잘 몰라서 하는 주장이다. 국세청의 근로소득 정보는 상용근로자의 경우 매년 단위로, 일용근로자는 매 분기 단위로 신고된다. 그러나 사회보장 서비스는 최소한 월 단위로 제공돼야 한다. 고용보험료도 월별로 부과된다. 보험료 부과 체계와 국세청 신고주기가 서로 다른 것이다.

―7대 사회보험을 통합하자는 주장에도 같은 대답을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다른 공단들도 다 마찬가지다. 업무 자체가 다르다. 보장 영역, 대상, 원인도 다 다르다. 정보 연계는 할 수 있다. 지금도 공단에선 부분적으로 국세청 소득정보를 사후에 받아 정산하고 확인한다. 그러나 이 모든 걸 통합하면 각 사회보험 본래의 취지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통합으로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대담=이천종 사회부장

정리=이동수 기자 ds@segye.com

 

강순희 이사장은 ●1959년 제주 출생 ●제주 오현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노동경제 석·박사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연구조정실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 노동고용정책비서관 ●경기대 대학원 직업학과 부교수 ●한국노동경제학회장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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